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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었던 페미니즘의 주요 과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으로 분석한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남성중심적 편향이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현실에서, 그것이 지닌 문제들을 과거와 현재적 상황을 분석하여 논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들어가는 말)의 제목을 ‘페미니즘 대중화라는 국면에서’라고 제시했는데, 페미니즘이 이제는 어느 정도의 대중화를 이루었고 그러한 현실에서 오히려 거센 반동적 상황들이 표출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또한 ‘폭력의 시대를 넘는 페미니즘의 응답’이라는 책의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듯이, 저자는 이처럼 페미니즘에 대한 거센 반동이 진행되는 현실을 ‘폭력의 시대’로 규정한다.
모두 3개의 항목으로 구분된 목차에서, 첫 번째 항목의 제목을 ‘극단적으로 유해한 남성들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키는 길’이라고 논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두 3편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는데,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적 상황들의 구체적 사례와 저자의 대안이 소개되고 있다. 과거 페미니즘이 싫다는 이유로 IS에 가담했던 ‘김군’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를 페미니즘의 폐해로 몰아간 일련의 주장들이 그 첫 번째 논의 대상이다. 그러한 진단이 정확했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사건을 계기로 ‘남성성’을 내세우면서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만연했던 기득권의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남성들의 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저자는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표출된 ‘디지털 성착취’의 근원을 추적하고, 그것이 표출되는 구조에 대해서도 상세히 논하고 있다. 이른바 ‘버닝썬’을 비롯한 몇몇 사건들을 통해 알려진 남성들의 ‘성접대 문화’가 관행으로 받아들여진 현실의 문제를 추적하고 그 의미를 짚어내기도 한다.
형식적으로는 남녀차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굳건한 관습과 문화로 존재하고 있다. 두 번째 항목은 ‘미투혁명이 돌파한 길, 멈춰선 길’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3개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이른바 군대문화와 남성중심적 조직문화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최근가지도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폭력적인 언행들이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검찰 조직에서 당했던 성폭력적인 사건을 고발한 서지현 검사의 방송 인터뷰를 계기로, 그동안 억눌렸던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적인 현상들이 이른바 ‘미투’라는 운동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한 ‘사건’들을 논하는 과정에서의 ‘피해자 중심주의’가 지닌 의미를 상세히 따지고, ‘미투’가 ‘대중화된 페미니즘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저자의 분석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미투 운동’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주류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이들의 민낯과 치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성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항목은 ‘어제의 여성에서 내일의 여성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저자 나름의 진단이 제시되어 있다. 페미니즘은 이론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으며, 그것은 반드시 구체적인 현실과의 관련 속에서 깊이 있는 분석이 뒷받침되면서 사유할 필요가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여성 대통령’이라는 구호와 주장들이 오가면서, 여성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든 단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사실만 강조되는 현실을 목도했다. 또한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성 정치인들의 수효가 과거에 비해 늘어나면서, 그에 비례해 여성들을 위한 각종 정책의 시행 역시 더디지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성 정치인이지만, 기득권적 사고에 갇혀 ‘여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지 못하는 경우도 여전히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현실에 즉해 저자 나름의 분석과 의미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논문은 ‘여성주의적 안보’라는 주제로 논의를 펼치는데, 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군대문화’로 통칭되는 남성주의적 군대관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저자의 논의가 새삼스레 나에게 다가왔다.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진단한 이 책의 논문들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아직 갈 갈이 멀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어떻게든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구시대의 목격자’가 되어 ‘불평등’이 엄존하는 현실을 바꾸자는 호소를 던지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진행되었던 페미니즘의 이론과 우리 사회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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