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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의 첫 권에 해당하는 <쌍갑포차> 8권에서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부산에 피난을 왔던 인물들의 삶을 그린 내용의 ‘옥춘’이라는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9권과 10권으로까지 이어져,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출산 과정에서 죽은 어머니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되었던 윤규진과 대무당으로 살라온 김희영의 결연담이 중심을 이루고, 그와 연결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소개되고 있다. 전쟁 당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어간 어린 형제들의 넋이 윤규진의 집에 찾아들고, 그 영혼들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무당인 김회영과 윤규진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한 ‘옥춘(玉春)’은 쌀가루로 만든 여러 가지 색소로 울긋불긋하고 둥글납작하게 만든 한국 전통 사탕을 일컫는다. 이 작품에서는 전쟁 통에 헤어진 형제 중 동생이 길거리에서 주어서 형을 생각하면서 아끼다가 서로 만나 나누어먹던 과자이다. 이들의 굳건한 형제애가 죽은 윤규진의 형이 만들어 놓은 장난감 집에 스며들어, 이들을 보살피고 안전하게 저승으로 천도하는 과정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 물론 극중에서 이들 형제의 영혼은 윤규진과 김희영의 결연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희영은 어린 시절 씨받이로 태어나자마자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부모들에게 버림을 받고 무당이 되어야만 했던 기구한 신세를 지니고 있다. 윤규진 역시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이유없이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던 중, 자신 때문에 나무에서 떨어져 불구가 된 형마저 먼저 죽어 스스로의 삶을 자책하는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다. 에피소드의 전편이라고 할 8권에서는 이 두 사람의 삶과 죽어 혼령이 된 어린 형제들의 사연들로 채워지고, 이들이 서로 결연을 맺는 과정이 제시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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