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하듯이 역사란 늘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기 마련이기에, 약자는 자신의 기록을 잃고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거대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살았던 개인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공식적인 기록에는 단편적인 언급으로 갈무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서, 공식적 역사 이면에 드러난 해당 인물들의 삶과 고민들을 접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주변 인물들이 남긴 기록들을 분석하여 한 개인의 삶을 재구할 수 있으며, 역사 속에서 살아갔던 인물들을 삶을 다룬 기록들을 정밀하게 탐색하여 ‘평전’이라는 일대기 형식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해당 인물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하여, 가상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것이 이 책이 지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실감나게 풀어내 역사 속 소문의 진상’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소설가인 저자의 치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꾸며낸 책이라고 하겠다. 역사 인물을 현재의 시점에서 소환하여 가상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인물에 대한 치밀한 자료 조사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인물의 역사적 평가와 더불어, 개인적 삶에 대한 현재적 시각을 적절히 활용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결과 저자의 자료 조사나 해당 인물에 대한 현재적 평가 역시 나름 잘 소화해 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모 기업의 사외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보완하여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하겠는데, 저자는 ‘옛 위인들의 입장이 되어 1인칭적인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가상 인터뷰라고 하지만 상상력으로만 채워질 수 없는 것이기에, 저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최대한 고증되고 검증된 자료를 참고로 해서 끌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모두 19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에 등장하는 역사 속의 인물들은 21명이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촛불이 되다’라는 첫 번째 항목에서는 이순신과 장영실을 비롯하여 모두 11명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통일신라의 주역이었던 ‘김유신과 김춘추’는 하나의 글로 묶여 다뤄지고 있으며, 최무선과 허준 그리고 정약용 등이 저자의 가상 인터뷰 대상자들이다. 이밖에도 근대 이후의 인물인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과 이론물리학자 이휘소, 최초의 여성 경제학자인 최영숙과 나비 박사로 잘 알려진 석주명 등이 이 항목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하겠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영원한 2인자’라는 제목의 두 번째 항목에서는, 광해군과 사도세자 그리고 정도전 등이 인터뷰 대상 인물들이다.
마지막 세 번째 항목에서는 ‘예(藝)와 애(愛)에 살다’라는 제목으로, 주로 예술 활동을 했던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되는 황진이를 비롯하여,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경우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항목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남성으로 시인 이상을 주목할 수 있으며, 이밖에도 가수 윤심덕과 여성운동가라 할 수 있는 나혜석 그리고 시인 김일엽 등이 근대 인물들로 소환되고 있다. 공식적인 역사 속에서 적지 않은 비중으로 다뤄지는 인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편적인 일화로 소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해당 인물의 기록을 꼼꼼하게 조사하여 가상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꾸민 이 책을 통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