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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물날) 늦은 7시 30분 한가족 모임
세상과 교회가 만나는 인터넷신문 <가톨릭 뉴스 지금여기>
가끔 두더지 글이 소개된 적이 있어 영 낯설지는 않았지만 편집인 한상봉 선생님은 처음 뵙는 분이라 많은 상상을 했습니다.
바로 이 분이십니다.
누구에게는 김창완, 누구에게는 손석희, 또 누구에게는 어디서 많이 뵌 듯한... 각자의 스타일대로 첫인상을 기억합니다. (참고로 전 손석희 ^^)
사랑어린방에 둘러앉았습니다. 일단 이 자리에 앉은 이 분들은 부지런하거나, (늦게와도 가운데를 걸어 들어갈) 용기 있는 분들!
모이니 참 좋습니다.
사랑의 혁명 . 영성의 길 "그대 아직 갈망하는가"
영성(靈性)이란 무엇일까요? 왜 21세기를 영성의 시대라 할까요? 왜 모일때마다 우리는 영성에 대해 공부할까요? . . 더 나아가 사랑어린 학교의 영성은 무엇일까요?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 질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 신념을 위해 얼마나 헌신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사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의자 공장에서 노동자로, 무주 시골에서 농부로, 대학강단에서 낡은 트럭을 몰고 다니는 교수로...
맘가는 일은 모두 하고 살았던,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자유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겉자아(ego)가 바닥을 칠 때 참자아(self)가 일어선다. 내 주위 모든 피조물들을 내 몸으로 확대해야 비로소 사랑이다. 사랑을 연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본질부터 다르다.
의자공장 시절 만난 다방아가씨, 그 아가씨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줘 본 적 있나? 누가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 나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을 했나? 안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어야 진실을 알게 된다."
무주 농사시절 만난 어느 멋진 분 이야기에 폭소~!
'촌스럽다'를 최대의 찬사로 알고 사는 분. 입성이 늘 꾀죄죄하여 보기만 해도 왠지 냄새가 날 것 같은 그 분.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면 옷이 항상 보송보송했답니다. 집 옆으로 흐르는 작은 시냇물을 보호하기 위해 세제 대신 늘 물빨래만 했기 때문이었대요.
그런 그 분이 어느날 양복 차림에 지게를 지고 나타나셨답니다. 사람들이 다 왠일인가 궁금해 물었더니... 양복 어깨에 뽕(!)이 들어가 있어 지게 지기 편해서 입으셨다나요?
"시골에서는 실용적인 것이 아름다운 겁니다. 아름답다는 건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칠흑같이 깜깜한 시골 밤길, 막막해서 가만히 눈을 감으면 아주 희미하게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해요.
내 밖엔 빛이 없지만, 내 눈이 밝아지면 내 안의 빛이 길어올려져 비추는 것...
"아무리 가난해도 줄 줄 알아야 합니다. 하다못해 편지라도..."
"저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사람 주눅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살아있는 사람을 살린 채로 죽이는 것입니다."
이 시간, 어느 어른도 이 아이를 주눅들게 하지 않았습니다. 좋았습니다.
한상봉 선생님의 새 책입니다.
"필요하신 분은 한 권씩 가져가세요. 받은 마음만큼 모아주시면 됩니다."라고 적힌 문구 옆에 '마음 모으는 곳'이라는 상자를 놓아두었습니다.
돈에 대한 공부이며 실험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 "두 개의 달을 보신 적 있으세요?" 논에서 혼자 바라 본 두 개의 달 이야기가 아름다운 한 편의 詩처럼 오래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아요.
아 참! "영성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걸 안 여쭤봤네요...
다음날 아침, 4월 21일 (나무날) 햇살 고운 날, 아이들과 함께 아침산책 중...
우리 아이들에게 양복입은 선생님 참 오랜만이었겠죠? 처음인가?
어여쁜 탱자 흰꽃 활짝!
선생님 얼굴도 활짝!
아침산책길에 핀 우아한 흰꽃~ 콩꽃 같은데 이름을 모르겠어요. 완두콩??
아침시간 사랑어린방, 잎새.꽃잎.열매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내가 살고싶은 세상'이란 주제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의 크레파스를 골라 협동그림을 그립니다. 두 모둠으로 나누었습니다.
섬세한 눈으로 봐 주세요.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답니다.
에너지가 발산되는 강한 색상의 그림. 처음에 보신 다른 모둠의 그림 다시 한 번 보실래요? 어때요? 느낌이 전혀 다르지요?
다음은 찰흙으로 '자화상'을 흉상으로 만들어 보기입니다. 먼저 눈을 감고 자기의 얼굴, 뒤통수, 눈코입을 만져보고 기억합니다.
눈을 제대로 감는 친구 한 명도 없지요 ㅠㅠ
손끝으로 기억된 나의 얼굴을 빚어봅니다.
막내이모의 자화상...
은새의 작품~
막힌 귀를 뚫어요 뚫어~
준혁이...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 자기의 자화상을 놓아두기로 합니다.
평화로운 들판, 산, 온천, 나무 아래....
뜨거운 태양, 불타오르는 횃불, 짙푸른 산, 빨간 지붕...
까만 종이 위에 두 개의 손을 그려 그림의 바깥쪽을 향해 놓습니다.
우리가 만든 세상, 그 세상 밖 우주를 향한 우리들의 손짓...
이런 세상과 우주가 만들어졌습니다.
눕습니다. 그 우주를 느껴봅니다. 바랍니다. 아이들이 만든 세상이 사랑과 평화의 세상이길...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요. 아이들은 모두 즐거웠다고 하네요.
바라보는 민들레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기에 선생님께 그림풀이를 조심스레 청해 봅니다.
"아이들의 이 그림만 가지고는 알 수 없습니다."만... 선생님께서 몇가지 의미있는 말씀을 해 주셔서 교사살림때 좋은 나눔을 가졌습니다.
세상 밖을 향해 모서리에 홀로 서 있는... 고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앞모습을 자세히 보니 귀엽게 웃고 있네요. 휴우~ . . . 한상봉 선생님과의 만남, 까만밤 반디불이의 반짝임 같았습니다. 밝음 속의 고요를 만난 듯 좋았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