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김문환 세명대 교수의 [금관의 역사] 북콘서트에 참석했습니다.
책 내용을 소개하고, 저녁 식사도 하는 자리였습니다.
출판사 사장님 소개로 참석하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책 주제가 금관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문환 교수는 그날 처음 만나 인사하게 되었지만, 문화일보에 연재한 [유물로 읽는 풍속문화사],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홀리데이북스, 2018년 책을 통해, 이분의 글을 접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김문환 교수는 매일경제신문기자와 sbs 기자로 20년간 언론인으로 생활했고,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오면서 유럽의 여러
역사유적과 유물을 취재하면서 문명탐방 저술가로 많은 책들을 출간해온 분이었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금관과 금동관을 많이 만든 나라로, 금관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신라 금관이 세계 최고 수준일까? 우리 금관이 세계 금관문화의 중심일까요?
기존에 금관에 대한 책은 김병모, [금관의 비밀], 1998년, 이한상, [황금의 나라 신라], 2004년, 박선희, [우리 금관의 역사를 밝힌다], 2008년 등이 있습니다. 김병모교수, 이한상교수는 세계의 금관을 11개 정도로 보고, 그중 6개가 신라의 금관이며, 신라가 금관문화의 중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선희 교수는 고구려에도 금관이 있고, 관모와 금관이 갖는 고유한 원형은 고조선에서부터 찾아야 하며, 고대 한국이 동아시아 금관의 종주국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다시 검토합니다. 몸소 발로 뛰어 탐방 취재하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금관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을 찾아 금관이 역사를 재구성합니다. 몽골, 아프카니스탄 등 기존의 금관이 있다고 알려진 나라들 뿐만 아니라, 터키, 에게해 그리스, 이집트, 포르투갈 등 23개국 80개 박물관을 취재하면서 교류와 융합의 산물로 금관의 역사를 탐구합니다.
강의 도중 저 스스로가 놀랐던 것은 금관의 역사가 기원전 4,500년전 불가리아 바르나에서 출토한 소박한 이마 금장식에서 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케네 문명에서는 기원전 17세기에 금관이 나왓고, 이집트는 기원전 14세기, 또 기원전 5~4세기에는 스키타이족 여성과 알렉산더의 부친 필리포스 2세 부부 무덤에서 금관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알았던 금관은 역사는 세계 금관의 역사가운데 극히 일부였던 것입니다.
금관을 권력과 연결시켰던 것과 달리, 금관은 대부분 여성이 사용했음도 세계 금관이 역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구려를 연구하는 저는 태왕릉에서 금관의 속관과 금관 장식이 나왔고, 머리에 두르는 테(대륜)도 집안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 금관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관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고,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있어왔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우물안 개구리의 공부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모임이 참석했고, 김문환 교수에서 자문을 해주었던 한국전통문화대학 이도학 교수님은
역사학계가 김교수에게 감사해야 하고, 역사학계가 이렇게 발로 뛰어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던 것에 대해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이 책은 앞으로 금관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많은 질문거리를 던져줍니다.
그리스 등 유럽의 금관은 꽃이나 풀 등의 형태를 모방하여 금관을 만든 것이 많으며,
스키타이에는 관모에 황금사슴을 장식한 것이 있는데 비해
흉노, 선비, 고구려와 신라, 일본에서는 새나, 새깃털을 금관에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금관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파되면서, 각 지역마다 다르게 변형되어온 과정들에 대해서 보다 심도있게 연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황토색을 숭상한 중국에서 금관이 없고, 북방루트를 통해서만 금관이 전파된 이유라던가,
백제에서 아직까지 금관이 발견이 되지 않은 이유,
금관이 여성이 주로 사용했다면, 그 종교적 상징성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책을 읽으면서 많은 질문거리가 생겼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한반도에서 지중해까지 유물을 보고 떠올린 21가지 질문에 대해 유물로 답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책은 429쪽이지만, 글보다 사진이 더 많아 아주 쉽게 읽혀집니다. 기자생활을 오래한 분답게 저자가 찍접 직은 사진이 너무
좋은 것이 많습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행복합니다.
한국과 일본, 몽골, 중앙아시아, 터키,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 곳곳의 명품 유물들을 구경하면서, 그 의미까지 살펴 볼 수 있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책의 정가는 19,500원 입니다.


스키타이 여성금관 - 기원전 4세기

마케도이나 필리포스 2세 부인 메다 왕비 기원전 336년

초목 장식 미케네 금관 - 기원전 16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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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티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신성로마황제 루돌프 2세금관 - 1602년
첫댓글 역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할 듯하군요. 훌륭한 저서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