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장편소설 / 현대문학)

1968년 말 중국은 마오쩌둥이 주도하는 문화대혁명 기간에 모든 대학이 휴교를 한다.
‘젊은 지식인’ 즉 중등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가난한 농민들에게 재교육‘을 받기 위해서 농촌으로 추방되었다.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두 소년도 고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분류되어 첩첩산골인
‘하늘긴꼬리닭’ 산이 있는 농촌으로 재교육을 받으러 보내졌다.
이들의 재교육은 똥지게를 나르고 농사를 짓고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일이다.
죽을 수도 있는 열악한 환경은 두 소년들을 절망에 빠뜨린다.
소년들은 기지를 발휘해 불태워질 뻔 한 바이올린으로 ‘모차르트는 언제나 마오 주석을 생각한다.’라는 곡이라며
‘모차르트 소나타’를 마을주민들에게 들려준다.
또 마을의 촌장은 소년들에게 정기적으로 인근도시에 가서 영화를 보고 와 산골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한다.
어느 날 같은 교육을 받고 있던 시인의 아들 안경잡이에게서 수상한 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이곳을 먼저 떠나게 된
그의 숨겨둔 책 보따리를 훔쳐낸다.
그 가방 안에는 금서로 규정되어 있는 발자크, 위고, 스탕달, 뒤마, 롤랑, 루소 등의 책들이 가득했고 밤마다 소년들을
설레게 한다.
소년들은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바느질 소녀에게로 가서 발자크의 소설을 읽어준다.
소녀와의 사랑은 깊어지고 소녀는 발자크로 인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라는 걸.” 그리고 소녀는 소년들을 남겨두고 도시로 떠난다.
밤 깊은 줄 모르고 책속에 빠져있는 소년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책을 펼친 그 순간부터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글자 그대로 수백 페이지의 거친 강물이 나를 집어삼켰다.
내게 있어서 그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책이었다. 그 책을 다 읽고 나니 침범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삶도, 세상도
더 이상 이전의 것과 같지 않았다.>
친구에게 다시 돌려주어야하는 발자크의 소설을 소년은 가죽자켓 속에 가능한 한 많은 본문을 옮기려고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어렵게 써내려갔다. <나는 위르쉴이 최면상태에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을 쓰기로 했다. 나도 위르쉴처럼
침대에 잠든 채 오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우리 집에 가서 어머니가 뭘 하고 계신지를 보고, 또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탁에
앉아 그분들의 앉은 자세라든가 반찬이나 접시 색깔을 관찰하고 음식 냄새를 맡고 그분들의 대화를 들어보고 싶었다.
나도 위르쉴처럼 꿈을 꾸면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들을 보고 싶었다.>
절망적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년들이 겪어내는 새로운 경험들, 사랑과 우정은 시적이면서도 애틋하고 묘한 재미와
감동, 웃음을 준다
이 소설은 다이 시지에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프랑스에서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첫댓글 오호라, 취향 저격!
확 땡기는 작품이네요.
아이고야...안 읽을 수가 없을 것 같구나~~~~~
저는 주문합니다.... 당장은 읽을 시간이 없을 듯하니.... 8월 모임 때 접수할게요.
오호하~~
주문이로구나~~
어서 읽어봐야지~
표지도 시선이 머물게 되는 ^^ 곧 접수. 감솨~
뜨끈한 주말 오후를 더욱 뜨끈하게 만들어준 책.
잘 읽었어요, 망고~
우리에게 6.25 전쟁과 일제강점기가 그러하듯이 중국엔 문화혁명이라는 시기가 나을 수 없는 상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소녀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궁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