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부리듯 江물에 마음을 풀다.
오늘, 안타까이 바란 것도 아닌데
가만히 아지랑이가 솟아 아뜩하여 지는가
물 오른 풀잎처럼 새삼 느끼는 보람,
꿈같은 그 歲月을 아른아른 어찌 잊으랴
하도한 햇살이 흘러 눈이 절로 감기는데….
그날을 돌아보는 마음은 너그럽다,
반짝이는 江물이사 주름살도 아닌 것은
눈물이 아로새기는 내 눈부신 자욱이여!
박 재삼은 193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나 1936년 어머니 고향인 삼천포로 이주하였다. 아버지는 지게꾼으로 어머니는 주로 진주 장터에서 생선을 팔았다. 삼천포 여중 사환으로 있을 때 김상옥을 만나게 되고, 그 때 나온 선생의 시조집 '草笛'을 공책에 적어 암송하면서 시인의 꿈을 키웠다. 삼천포 중학 병설 야간부에서 공부하다 뒤에 주간부로 옮겼고 삼천포고등학교 2학년에 편입, 이 학교를 전교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이 시조는 모윤숙 추천으로 1953년 11월호 '문예'에 실렸던 작품이다. 강물은 마음을 가볍게도 하고 황홀한 삶을 꿈꾸게도 하고 눈물로 얼룩진 생애 같기도 하다는 이 시조처럼 그의 삶도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는 한국적 정한을 노래한 최고의 시인이었다. 그의 출발은 시조였으나 서정주가 적극 시 쓰기를 권하여 '현대문학'에 서정주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지병인 당뇨를 이기지 못하고 1997년 6월 8일 세상을 떠났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종찬·시조시인·부산대 국문과 교수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