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녀
정호순
찔레 순 닮은 그녀
찔레 순 따 주던 그녀
지금은 남쪽에 살고 있다지
봄볕이 따뜻한 그곳에서
내가 가끔 그리워하듯이
어쩌다
날 생각할까
찔레 순 닮은 그녀
찔레 순 따 주던 그녀
지금은 남쪽에 살고 있다지
바람이 따뜻한 그곳에서
내가 가끔 그리워하듯이
어쩌다
날 떠올릴까
내가 가끔 그리워하듯이
어쩌다
날 생각할까
내가 가끔 그리워하듯이
어쩌다
날 떠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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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첫사랑, 그녀
이 작품은 첫사랑의 기억을 찔레순이라는 소박한 소재에 담아,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과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궁금증을 노래한다. 단순히 옛사랑을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는 가끔 그대를 그리워하는데 그대도 가끔 나를 생각할까’라는 물음을 통해 사랑의 기억이 서로에게 얼마나 다르게 남아 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화자는 그녀와 직접 만나거나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소식으로 그녀의 안부를 짐작하며, 오래전 인연을 조용히 되짚는다.
‘남쪽’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넘어선다. 화자에게 남쪽은 그녀가 살아가는 곳이자 자신이 닿을 수 없는 곳이다. 그곳의 따뜻한 봄볕과 바람에는 그녀의 삶이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첫사랑을 그리워한다고 해서 반드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어쩌면 화자는 그녀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할 뿐이다. 따뜻한 곳에서 잘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만으로도 오래된 사랑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
‘어쩌다 나를 생각할까’ 궁금해하지만 아직도 나를 사랑할까’라고도 묻지 않는다. 다만 어쩌다 한 번이라도 자신을 생각하는지 묻는다. 이 질문에는 첫사랑을 향한 미련과 함께 조심스러운 기대가 담겨 있다.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확인받으려는 적극적인 사랑이 아니라, 상대의 기억 속에 자신이 아주 작은 흔적으로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어쩌다’ 는 그리움의 빈도를 낮추는 말이면서, 동시에 그 한 번의 기억을 간절히 기다리게 하는 말이다. 그녀가 자신을 잊었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깔려 있지만, 완전히 잊히지는 않았으리라는 희미한 기대도 남아 있다. ‘생각할까’에서 ‘떠올릴까’ 질문은 미묘한 감정의 변화는 ‘생각하다’에는 누군가를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마음에 담는 느낌이 있다면 ‘떠올리다’에는 어떤 풍경이나 냄새, 계절의 변화에 이끌려 잊고 있던 기억이 문득 되살아나는 느낌이 있다.
첫사랑은 반드시 다시 만나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한 시간이 짧았더라도, 오랜 세월이 흘렀더라도, 그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사랑의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화자가 바라는 것 역시 거창한 재회나 사랑의 확인이 아니다. 그녀의 기억 속에 자신의 흔적이 아주 작게라도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그대를 잊지 못하듯 그대도 나를 완전히 잊지는 않았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첫사랑을 향한 가장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소망이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첫사랑의 이야기를 빌려 우리에게 조용히 묻고 싶었다. 당신에게도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리고 당신도 그 사람의 기억 속에 어쩌다 한 번쯤 떠오르는 사람일까요? _정호순
첫댓글 첫사랑,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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