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지유와 손자 지안이가 청담동 할머니집으로 아빠랑 함께 들어선다. 민후 윤후 외손주들도 함께 하려 했으나 민후가 감기로 오늘은 아쉬움만이다. 특히 지유는 윤후언니를 좋아하고 잘 따른다. 민후는 초등학교 3학년이며 누나인 윤후는 금년에 여중생이다. 이란성 쌍둥이 지유 지안이도 올 3월에 반포에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첫 손주인 윤후가 세살 때인 것으로 기억된다. 생애에 처음 품에 안은 손녀이다. 윤후의 손을 잡고 전철을 타고 잠실에 있는 백화점으로 들어선다. 맛있는 것도 장난감도 마음껏 사주리라고 생각하면서. 그저 손녀와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맨손으로 나선 것이다. 요처럼 애기일 때는 한바탕 낮잠을 자야 할 시간이다. 애기띠라도 가져올 것을 후회해야 도리가 없다. 날씨는 덥고 잠이든 손녀를 등에 업을 수 밖에 도리가 없다. 그 때 집은 송파구 문정동이다. 전철을 타고 내리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다. 혹여나 녀석이 깰까봐 내려놓기도 어렵다. 동생 민후가 태여난 후에 할머니집이 있는 강변역 근처 P아파트로 이사를 온 어느 날이다. " 윤후야 ! 한강물 속에는 상어랑 고래랑 거북이도 살고 있는 거야 " 맏 손녀 윤후가 네살 때 한강가를 거닐며 무심코 들려준 얘기이다. " 할아버지는 거짓말쟁이야, 상어와 고래는 바다에 사는 건데 " 눈을 동그랗게 뜬 그 얼굴이 지금도 마음에 캥기는 게 아닌가. 오늘과 내일 이틀은 여덟살 손주녀석들과 한껏 함께 하련다. 잠실 롯데월드의 장난감 쇼핑몰을 거쳐 뚝섬유원지로 가기로 한다. 현관문을 벗어나는 순간 두 녀석은 주거니 받거니 말씨름이 이어진다. 두 손에 칼라 고무줄을 지그자그로 얼키고 설킨 모양을 만든다. 지안이가 받아서 다른 형태를 만들고 지유가 그것을 자기 것으로 바꾼다. 이러기를 일곱 여덟번 계속한다. " 내가 이겼다 " 지유의 목소리다. 지안이가 시비를 건다. 서로 부댖기며 엉기기도 한다. " 안 갈거야 , 할아버지 " " 나는 갈거야 빨리 가, 할아버지 " "지유는 고집이 너무 쎼에 " " 지안이 네가 더 쎄거든 " 몸은 하나인데 두 손주의 의견이 상충으로 어느 쪽으로 향할까. 달래도 지유는 소용이 없다. 다시 할머니집으로 돌아설 밖에 방법이 없다. 한참을 얼르고 달래도 손녀는 고개를 저울뿐이다. 지안이가 무릎까지 끓고 " 미안해, 지유야 같이 가자 응 " 지안이의 하소연이 통한 모양이다. 지유와 지안이 손을 잡고 청담역으로 향한다. 건대입구에서 2호선로 환승을 한다. 잠실 롯데월드 백화점 장난감 매장으로 향한다. 4층에 이달 초에 재차 확장한 장난감 쇼핑몰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잠시 헤매이기도 한다. 시식코너에는 빠지지 않고 들르는 지유 덕분에 지안이 입안도 심심치가 않다.장난감을 각자 한 개씩 담아 나온다. 다시 전철로 뚝섬유원지 2번출구를 빠져나와 강가로 향한다. 유람선 모양의 1층 레스토랑으로 들어갈 참이다. " 할아버지 !, 오리배 타자, 응 " " 할아버지가 배가 고프니 먼저 점심을 먹고 타자, 지유야 ! " 손을 잡아끄는 지유를 달랜다. 유람선의 1,2층을 레스토랑으로 변조한 모습이다. 제법 넓은 홀로 한강이 보이는 창가에는 빈 좌석이 없다. 중앙 테이블에서 주문한 수제 돈까스 2인분을 손주들 앞에 하나씩이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돈까스와 야채와 흰쌀밥도 먹음직스럽다. 잘게 잘라주니 지유 지안이가 맛나게 먹는다. 배가 고픈 모양이다. 지안이는 꺠끗이 비우곤 티샤쓰를 올려서 배부른 것을 내민다. 지유도 서너조각 남기고 거의 다 먹었다. 남은 것은 할아버지 몫이렷다. 30분에 오리배 삯이 25,000이란다. 정원은 단 세명이다. 현찰로 계산하니 10분을 더 덤으로 여유를 준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앞 자리 왼쪽은 할아버지, 오른편에는 지유 차지이다. 뒷 좌석엔 지안이가. 생각보다 좌우로 배가 흔들린다. 수상 스키배가 총알같이 스쳐 지나간다. 파도가 출렁이며 오리배를 흔들어댄다. 두 손주놈들은 깔깔대며 신이나는 모양이다. 핸들은 지유가 잡았다. " 지유야, 더 멀리 저 쪽으로 가자, 할아버지 내가 앞에 앉을께 " 지안이가 큰 소리를 질러댄다. " 안돼, 지유야, 더 나가면 위험해 알았지 " 할아버지의 소리는 물결에 흘려보내고 더 먼 곳으로 방향을 튼다. 나이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녀석들과는 달리 좌불안석이다. 지유가 핸들을 잡고 선착장에 차분하게 정박시킨다. 30℃를 넘나드는 불볕 더위가 온 몸을 달군다. 모자를 꺼내어 씌워준다. 다시 자전거대여로 가자고 재촉이다. " 할아버지는 목이 마르다, 너희도 물 좀 마시고 그늘에서 잠시 쉬고 타자, 응 " " 아니, 너희들도 두발 자전거를 탈거냐 " 자전거대여소 아저씨가 묻는다. 헬맷을 쓰고 있던 지유지안이가 " 그럼요, 우리 잘 타요 " 동시에 터져나오는 대답이다. 시간당 3,000원 합이 9,000원이다. 신분증을 맡기고 배낭도 500원인 사물함에 넣는다. 그늘에서 맴돌다 보니 지겨운 모양이다. 동호대교 방향으로 나간다. 앞에 할아버지 지유 지안이 순서로 페달을 밟는다. 두 녀석이 할아버지보다 더 쌩쌩으로 지안이는 일어서서도 페달을 구른다. 손주 모두가 빠르고 힘이 넘친다. 성수대교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르곤 다시 뚝섬유원지로 원위치한다. 작년까지는 전철을 공짜로 탔다. 여덟살 올 해부터는 전철매표기에서 직접 뽑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린이 두장에 1,900원인데 환불이 1,000원이다. 일인 당 450원인 셈이다. 보증금도 두 녀석이 직접 기기에서 500원씩 받아낸다. 기특하고 신기하게만 보이는 손녀손자들이다. 백화점 쇼핑몰에는 그토록 수많은 장난감들이 즐비하다. 여기저기 샘플을 만지고 만들고 하지만 자신이 갖고 싶은 것 딱 한 가지만을 선택한다. 자신의 알고 싶은 의사를 꺼리낌이 없이 표현한다. 전혀 산만하거나 부잡스럽지도 않다. "할아버지 !. 할아버지는 돈이 얼마나 있어? " 갑작스런 지유의 질문이다. " 어 , 왜에, 으음, " " 할아버지 돈이 얼마나 있냐고요 응 " 머뭇거리는 할아버지에게 재차 몰아친다. " 아 ~ 하 할머니한데 용돈을 받아쓰니까 별로 없지," " 왜 묻는거냐, 지유야 " " 그럼 우리 아빠랑 똑 같네, 아빠도 엄마에게 용돈을 받는데에 --- " 그러면서 지유는 돈이 엄청 많다고 자랑이다. 오십 몇만이나 있단다. 지안이는 관심이 없다. 지안이는 오로지 삼라만상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많이 읽는 녀석이다. 지유는 그림그리기에 소질이 있다. 지안이는 과학자가 지유는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주관이 뚜렷한 손주들이다. " 아빠 엄마처럼 의사가 되면 어떠냐 " 두 녀석은 싫다고 고개를 젓는다. 하고자 하는 꿈은 앞으로 몇번은 바뀔 것이라 생각지만 세상은 많이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잠을 잘 때는 안방인 할머니방에서 넷이 함께 잔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양쪽 끝에 지유는 할아버지 옆에 지안이는 할머니 옆이 지정된 자리이다. 지안이는 할머니가 옆에 같이 있어야 잠을 잔다. 오늘은 2살 때 할머니가 재우면서 불러주던 자장가 가사를 읊으기도 한다. "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아~~~ " 기억력이 대단한 녀석이다. 어찌 그 애기 때 듣곤하던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니 신통방통한 손자이다. " 할아버지 좋은 꿈 꿔 " 언젠가는 잠자리에 들며 지유가 나즈막하게 속삭이던 한 마디가 생각할수록 기특하다. 민후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한글은 몇년 전에 마스터하고 모르는 게 없지 않는가. 나이에 비하면 컴퓨터 스마트폰 장난감 만들기 다방면에 능숙한 녀석이다. 윤후는 키가 엄마보다도 크고 고등학생 같은 모습이다. 언니로 누나로서 민후 지유 지안이의 보호자 역할도 하는 맏 손녀이다. "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 이 말은 손주가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흔히 하는 얘기이다. 손주가 없는 노인네는 어떨까. 자식들이 있고 손주들이 있어야만 이 나라는 계속적으로 자자손손 대물림이 될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지구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자식들은 가정의 보물이요 국가의 기둥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2~3학년만 되어도 할머니 할아버지 찾을 시간도 없을 게다. 학원으로 학교 친구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할 테니까. 한켠으로는 섭섭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다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커서 돈을 버는 날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 맛 있는 것 많이 사주겠다 "는 손주들의 밝은 웃음 소리가 가슴을 저민다. 앞으로 얼마나 몇년을 더 시간이 흘러야 그런 날이 오려나. 7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노객이다. 저무는 석양빛에 뇌신경은 퇴화를 거듭하고 삐그덕 거리는 육체는 어쩔 수가 없지 아니한가. 오면 올수록 예쁘고 반갑고 가고나면 허전한 빈집처럼 느껴지며 또 다시 보고픈 마음뿐이다. " 하 ~부~지 " " 하 아~ 바" 돌 전후로 할아버지를 부르던 손주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가슴을 울리고 있다. " 하~부~지는 손주 너희들이 삶의 꿈이며 희망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