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2, F41이라는 알파벳과 영어가 합쳐진 문자를 본 적이 있는가?
F32와 F41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정신질환들에 붙이는 코드이다. F32는 우울증, F41은 공황장애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F코드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정신건강 선진국이라 불리는 호주의 이야기를 보자.
2006년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지사 제프 갤럽은 본인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치료를 위해 스스로 주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호주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지만 이는 호주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매우 낮아졌으며, 정신건강에 대한 공론화가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를 보여주듯 호주 빅토리아주의 멜버른에는 가장 혁신적인 정신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정신건강 응급처치 센터’가 있다. 이곳은 2000년부터 정신건강에 ‘응급처치’라는 개념을 붙이면서 지역주민들에게 교육을 하고있다. 신체적 응급처치만큼이나 정신적 응급처치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호주는 정신질환은 공동체의 힘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질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2018년 15세 이상 65세 미만 1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질문에 82.3%(1002명)가 ‘그렇다’고 응답하였고 ‘정신질환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질문에 68.1%(829명)가 ‘그렇다’고 응답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이 높았다. 또한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에 걸리면 평생 문제가 있을 것이다’는 질문에 26.6%(323명)가 ‘그렇다’라고 응답하였으며,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질문에는 24.6%(299명)가 ‘그렇다’라고 응답하였다.
정신질환 인식에 대한 시민인터뷰에서 이희주씨(20-시민)는“정신질환에 걸리더라도 사회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질환도 감기처럼 쉽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이야기하며 정신질환을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사회에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황상두씨는(44-직장인)“아무래도 정신질환인 사람하고는 함께 활동하기가 꺼려지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정신질환 진단기록이 있으면 취업에 걸림돌이 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정신질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황 씨가 이야기한 ‘정신질환이 진단기록이 있으면 취업에 걸림돌이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본인의 동의나 법에 명시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외부에 자료가 제공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정부의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이나 제도는 어떨까?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결과보고서’따르면 인구1인당 지역사회 정신보건예산은 전국 평균 3,657원이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mental health atlas’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정신보건 지출은 영국, 277$, 미국, 272$, 일본 153$로 한국은 44$로 미국의 1/6, 일본은 1/3도 안되는 수치이다. 또한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발표한 ‘정신건강분야 인력 현황’에 따르면 정신건강 분야 인력은 인구 10만 명 당 30.6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정신건강 분야 인력은 OECD 국가의 평균 수치(97.1명)와 비교했을 때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은 좋아지고 있으나 아직 제도와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 정신건강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호주의 경우 ‘정신건강 응급처치‘센터가 있다. 또한 멜버른의 비영리 정신건강 지원단체인 ’웰웨이즈‘는 지역주민이 지역주민을 돌보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웰웨이즈는 정신건강 문제를 직접 겪었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가족을 돌봐본 사람들을 직원으로 두고 있다. 영국의 경우, 국민건강서비스(NHS)는 특별히 당사자들의 연령과 정신질환의 다양한 종류에 따라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신건강에 대한 정책들을 하나씩 펼쳐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고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하였다. 또한 내 년 중으로 각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과 24시간 정신응급대응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하나하나씩 해낸다면 충분히 우리사회도 정신질환을 감기같은 자연스러운 질병으로 받아드릴 수 있다.
호주와 영국 모두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정부와 공동체가 모여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아니라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더는 무관심하면 안 된다. 이제 모두 내 마음, 주변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할 차례이다.
학생기자=황유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