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鳴鳳在樹 白駒食場 (명봉재수 백구식장) (백우)
【本文】
鳴鳳在樹 白駒食場 명봉재수 백구식장
상스러운 봉황새가 나무에 앉아 울고
흰 준마는 마당에서 풀을 뜯어 먹었도다.
【훈음(訓音)】
鳴 울 명 鳳 봉황새 봉 在 있을 재 樹 나무 수
白 흰 백 駒 망아지 구 食 먹을 식 場 마당 장
【해설(解說)】
鳴鳳在樹(명봉재수) 상스러운 봉황새가 나무에 앉아 울고
白駒食場(백구식장) 흰 준마는 마당에서 풀을 뜯어 먹었도다.
명봉재수(鳴鳳在樹). 명(鳴)은 명조성야(鳴鳥聲也)라 했으니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말합니다. 봉(鳳)은 봉황(鳳凰)을 말하는데 봉(鳳)은 수컷이고 황(凰)은 암컷을 말합니다. 이 봉황은 성군(聖君)이 세상에 나오면 나온다는 서조(瑞鳥)입니다. 재(在)는 재존야(在存也)라 했으니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수(樹)는 나무를 말하는데 오동나무를 말합니다. 정현(鄭玄)이 지은 『정전(鄭箋)』에 의하면 "봉황의 성질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鳳凰之性 非梧桐不棲 非竹實不食)"이라 했습니다.
봉황은 고대 중국에서 신성하게 생각한 서조(瑞鳥)로, 기린ㆍ용ㆍ거북과 더불어 사령(四靈) 중 하나인 영조(靈鳥)입니다. 봉황은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와 사해(四海)를 날아 곤륜산을 지나 지주(砥柱)의 물을 마시고, 약수(弱水)에 깃을 씻고 저녁에 풍혈(風穴)에서 잔다고 합니다. 이 새가 세상에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안녕하다는 이유로 봉황은 성천자(聖天子)의 상징으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천자(天子)가 거주하는 궁궐 문엔 봉황 무늬를 장식하였고, 궁궐도 봉궐(鳳闕)이라 칭했습니다. 천자 타는 수레는 봉가(鳳駕)ㆍ봉연(鳳輦) 혹은 봉거(鳳車)ㆍ봉여(鳳輿)라 했고, 천자의 조서를 봉조(鳳詔)라 했던 것입니다. 봉황은 이렇듯 천자를 상징했는데 그런 전통을 이어 받아 우리나라 대통령 휘장에 봉황문을 넣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봉황에 대하여 거론한 한유(韓愈)의 송하견서「(送何堅序)」에 이르기를, "내가 듣기로 세상에 봉이라는 것이 있는데 항상 도가 있는 나라에 출현한다. (吾聞鳥有鳳者 恒出於有道之國)" 고 했습니다.
또한 『순자 (荀子)』 「애공편(哀公篇)」에는 “옛날 왕의 정치가 삶을 사랑하고 죽임을 미워하면 봉이 나무에 줄지어 나타난다.(古之王者 其政好生惡殺 鳳在列樹).”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춘추감정부(春秋感精符)』에는 “왕이 위로 황천(皇天)을 감동시키면 난봉(鸞鳳)이 이른다.(王者上感皇天 則鸞鳳至).”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봉황은 성군의 치세에만 나타나 성군의 표상이 되었습니다. 고대 성군(聖君)이라 일컫는 제왕으로 황제(黃帝)를 비롯하여 요(堯)ㆍ순(舜)ㆍ주(周) 때에 봉황이 나타나서 춤을 추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중국 고대에는 성군(聖君)의 덕치(德治)를 증명하는 징조로 봉황이 등장하고 있음을 봅니다.
『시경(詩經)ㆍ권아(卷阿)』에
鳳凰鳴矣 봉황명의 봉황이 우네.
于彼高岡 우피고강 저 높은 산에서 우네.
梧桐生矣 오동생의 오동이 자라네.
于彼朝陽 우피조양 저 해뜨는 동산에서 자라네.
이 노래는 성군이 다스리는 치세에 태평성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백구식장(白駒食場) 백(白)은 흰 색을 말하고, 구(駒)는 두 살난 망아지를 말하는데 세 살이상은 조(駣)라 부른다고 합니다. 백구(白駒)는 보통 '흰 망아지'로 해석을 하는데, '젊은 말' 즉 준마(駿馬)로 해석해야 옳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駒)를 '준마 구'로도 씁니다.
식장(食場)이란 백구(白駒)가 마당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성제명군(聖帝明王)의 부름으로 백구를 타고 온 현자(賢者)가 마당가에 백구를 매어 놓고 제왕과 담론하는 사이 백구가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는 장면입니다.
이번 구절은 성제명왕(聖帝明王)이 다스리는 시절에는 오동나무에 봉황이 날아와서 깃들고, 현자(賢者)가 백마를 타고 조정을 찾아오는 평화로운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시경(詩經)ㆍ백구(白駒)』에
皎皎白駒 교교백구 하얀 준마 한 필
食我場苗 식아장묘 나의 터밭에서 먹이를 먹네.
縶之維之 집지유지 붙잡아 매어두고
以永今朝 이영금조 이 아침 오래도록
所謂伊人 소위이인 저 사람에게 일러
於言逍遙 어언소요 이 곳에서 노닐게 하려 하네.
이 노래는 어진 이를 좋아하는 밝은 왕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라 합니다. 하얀 백마를 타고 온 귀인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놀고 싶어서 그대의 말이 내 밭의 곡식을 뜯어 먹고 있어 붙잡아 매었으니 더 있다 가라고 하는 주인의 만류가 그려집니다. 명군도 이와 같아서 현자와 더불어 국정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라도 더 고견을 듣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성제(聖帝)와 명왕(明王)의 치세에는 오동나무 위에 봉황이 와서 울고 현인(賢人)이 백마를 타고 조정에 찾아온다고 합니다. 여기서 명봉(鳴鳳)과 백구(白駒)는 명신(名臣) 현자(賢者)의 내조(內朝)를 말합니다.
이와 같이 군왕이 덕치(德治)를 행하고 현자가 임금을 찾아와 보필하는 세상은 태평성대입니다. 그러니 봉황이 날아와서 울 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격양가(擊壤歌)를 부를 것입니다.
성제명왕(聖帝明王)에게는 현자(賢者)가 찾아드는데 작금의 현실은 발탁하는 인사마다 비리(非理)가 많으니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낍니다.
【註】
지주(砥柱) : 하남성(河南省) 섬주(陝州)에서 동쪽으로 40리 되는 황하(黃河)의 중류에 있는 주상(柱狀)의 돌.
약수(弱水) : 강 이름. 중국 감숙성(甘肅省)의 장액하(張掖河).
풍혈(風穴) : 북방에서 한풍(寒風)을 일으킨다고 상상하였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