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산책을 하려고 집 근처 공원에 갔습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살피지 않으며 걸어도 돼 입구에 들어서면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땅바닥을 걷고 있다가 고개를 드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눈 앞에 노란 폭죽이 소리 없이 터져 멈춰 있었습니다. 산수유 꽃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참깨 크기만한 잎사귀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늘을 향해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마다 좀 더 따듯해지기를 기다리는 꽃망울들이 손가락을 오므린 채 있었습니다. 꽃봉오리 밑에 더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장독대 항아리에 오래 묵은 고추장 빛깔의 메마른 산수유 열매였습니다. 땅바닥을 향해 쳐져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이미 떨어진 것들이 사방팔방 누워 있었습니다. 이제는 꽃보다 뼈대가 드러난 열매에 더 눈길이 가는 나이가 됐습니다. 올해의 시작과 작년의 끝이 한 몸에 있는 것을 보니 ‘하나님, 당신이 거처하고 계신 곳’임을 고백합니다.
오늘은 김종오 집사님! 이재원 집사님! 오광식 집사님!의 예순 한 번째 회갑년 잔치를 하는 날입니다. 집사님들이 태어난 해를 헤아려 보니 우리나라가 개국한지 4천2백9십6년이 되던 해입니다. 4천 여년이 흐르는 동안 공중에 나는 새와 땅에 피고 지는 모든 것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태어나고 죽어 오늘에 우리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61년전 어미의 몸에서 솜털이 보송보송한 맨 몸으로 나와 입히고 먹여주는 은혜로 검은 머리 소년이 되고 백발의 장년이 됐습니다. 처음, 누군가의 손자로, 누군가의 아들로, 누군가의 남편으로, 누군가의 아빠로 한 가족의 생계와 안위를 지켜왔습니다. 세 분 집사님들의 삶이 꽃 잎 한 장, 한 장, 열매 하나 하나처럼 하나님을 이루고 계신 몸임을 고백합니다.
지금 이 순간, 하나님께서 집사님들 몸에 거하시고, 집사님들 가운데를 거니시며, 동녘 안에서 우리들을 불러 모아 ‘하나님의 하나님’으로 거듭나 바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산수유나무처럼 시작과 끝이 하나가 되어 하나님 몸을 이루는 겹겹의 꽃잎과 열매로 하나님 음성을 들려주시고 향기를 내어주시길 소망합니다.
집사님들이 하늘의 아름다운 복을 받아 천수를 누리고 우리 가운데 오래도록 빛나게 해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