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세기 한국 수필문학의 회고와 전망 ]
한국 수필문학 번영기의 현황과 과제
―1970년대~현재
鄭 木 日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장)
1. 1970년대와 본격 수필시대의 시발
현대수필의 효시적인 작품으론 유길준(1856~1914)의 <서유견문>을 꼽는다. <서유견문>은 조선말기의 정치가 유길준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체의 서양기행문으로 1895년 도쿄 교순사에서 펴냈다.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현대수필의 시발로 보면 1백주년이 넘는다.
한국 현대수필 1백년을 통찰하면서 20세기 한국수필의 회고와 전망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본고는 한국수필의 번영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는 기간의 수필 현황과 진단, 앞으로 나가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우리나라 현대 수필의 시발을 1900년대로 잡는다면 1세기가 넘었지만, 수필의 본격시대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이며, 그로부터 30년간이 수필문학 번영기에 해당된다. 일찍이 프랑스 비평가인 아나톨 프랑스가 ‘수필이 미래의 모든 장르를 흡수해 버릴 것이다’라고 예상한 바 있다. 오늘날 신문을 비롯한 모든 인쇄 매체에서, 수필은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문학 장르이다. 생산자인 작가와 소비자인 독자로 엄격히 구분되던 시기가 지나가고, 글쓰기가 대중화 일반화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삶과 체험을 통한 진실을 형상화하는 수필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1970년대 이전, 수필 문학에 대한 문단 및 독자들의 시각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수필은 마치 아무나 쓸 수 있는 장르처럼 인식돼 ‘서자문학’ 취급을 당해 왔다. 수필은 시, 소설, 희곡 등 픽션과는 달리 논픽션이라는 장르상의 특성 때문에 굳이 수필가만의 전용물일 수 없으며, 만인의 공유물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특성과 친숙감으로 문학의 저변확대와 일반화에 기여하는 일면이 있는 반면, 전문성 문학성의 결여를 가져오기도 했다.
1970년대는 우리 수필문학사상 가장 괄목할 만할 현상으로 번영기의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다. 1971년 조경희 씨가 주축이 되어 ‘한국수필가협회’가 결성되었다. 한국 문단에 처음으로 범 수필문학단체가 생겨남으로써 수필가들의 결속과 권익옹호, 친선도모와 함께 조직적인 수필문학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또 월간《수필문학》(발행인 김승우),《한국수필》(발행인 조경희)이 창간되어 수필가들의 발표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어서 신문의 신춘문예와《월간문학》《현대문학》지를 통해 공식적인 수필가의 배출이 이뤄졌다. 진웅기, 유병근, 유혜자, 변해명, 이정림, 정목일이 데뷔 1세대에 속한다.
우리 문단에 정식으로 수필가를 배출하기 시작함으로써 전문 수필시대를 열게 되었다. 이 시점은 우리 수필문학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종전까지 주변문학, 아웃사이드 문학, 비전문 문학, 여기의 문학으로 수필을 경시해 오던 문단의 인식변화를 보여 준 것으로 대등한 문학 장르로서 공인하는 의식을 보여준 것이다. 수필단체와 수필매체와 신인배출의 구도가 정착됨에 따라 수필문학은 비로소 제도권 문학 장르로서의 성장과 발전의 여건을 갖추었다. 수필에 대한 인식도 차츰 개선되어 지성과 비평을 갖춘 문학, 감성과 논리성을 겸비한 문학, 인생적인 경지를 끌어올리는 문학, 자유롭고 다양성을 지닌 문학, 미래적이고 가능성이 많은 문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2. 수필 잡지의 증가와 수필의 번영기 구가
수필의 대중적인 인기와 인구의 증가는 수필 잡지의 증가를 가져왔다. 수필 잡지를 통해 신인의 배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잡지별 동인체재의 활동이 전개되었다.
현재 수필전문지만 들어도 월간《수필문학》《월간에세이》《에세이플러스》《한국수필》, 격월간《수필과비평》《수필시대》《에세이스트》, 계간《에세이문학》《현대수필》《창작수필》《수필》《수필세계》《수필춘추》《선수필》《에세이21》《좋은수필》《에세이문예》등 17종이다.
발표 지면의 증대와 함께 매년 신인 배출만도 5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필동인회 결성이 전국 시. 도로 확산되고 정기적인 수필동인지들이 간행되고 있다. 대구. 경북지방의 수필가들이 동인으로 참여하는 ‘영남수필문학회’(구 경북수필문학회)가 창립 31주년을 맞이하는 것을 필두로《부산수필》《경남수필》《수향수필》《전남수필》《무등수필》《광주수필》《전북수필》《충청수필》《충남수필》《강원수필》《제주수필》《울산수필》《처용수필》《제물포수필》등이 간행되고 있다. 또한 종합문예지와 수필전문지를 통해 나온 수필가들만의 동인회가 결성되어 수필문학 세미나 개최와 수필 동인지를 정기적으로 간행하고 있어서 수필 문단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가 되고 있다. ‘에세이문학회’(《에세이문학》출신), ‘대표에세이문학회’(《월간문학》출신), ‘현대문학수필작가회’(《현대문학》출신), ‘한국수필동인회’(《한국수필》출신), ‘수필문학동인회’(《수필문학》출신), ‘한국현대수필가협회’(《현대수필》출신 및 회원), ‘해바라기수필동인회’(《창작수필》출신), ‘수필과비평동인회’(《수필과비평》출신)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신문사에서 설립한 문화아카데미를 비롯하여 대학의 평생교육원과 사회교육원, 백화점, 구청, 사회단체의 교양. 문화교실에서 수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수강생들이 지도 교수의 도움으로 수필동인회를 결성하여 정기적으로 동인지를 발간하며 지속적인 활동 무대로 삼는 경우도 있다. 과히 수필의 홍수 시대를 맞고 있으며 바야흐로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2008년 10월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는 거의 1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 중 시인이 5천여 명, 수필가의 수효가 2천5백여 명에 이르고 있다.
1970년대를 수필 본격시대의 시발기로 본다면, 1980년대는 수필의 대중화 시기, 1990년대 이후는 수필의 전성기로 분류할 수 있다. 70년대 이후 30년간 수필은 급격한 팽창과 확대를 가져와 양적으론 시 장르 다음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3. 양적 팽창과 질적인 향상의 부족
수필의 번영기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수필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수준 향상되지 않고 있다는 평단과 독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문예지들의 신인 양산이 문학의 질적 저하와 가치 상실을 가져온다는 비판이다. 천 편의 수필보다 한 편의 좋은 수필이 수필문학의 발전에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된다. 수필잡지들이 신인의 배출만 하고 양성엔 관심이 부족했다. 수필 스타가 나와야만 수필 장르가 독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오늘의 수필 잡지는 수필의 양적 평창에는 기여한 반면, 질적 향상엔 노력이 매우 미흡했다.
미온적이긴 하지만, 수필의 질적 성숙과 내실화를 위한 노력과 시도도 추진되었다. 수필문학에 대한 이론 정립과 방향 모색이 활발히 이뤄졌다. 수필문학 세미나, 수필전문지의 특집을 통한 방법과 모색이었다. 연례적으로 수필 세미나를 열고 있는 단체로는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문학가협회, 대표에세이문학회 등이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수필가 윤재천 씨가 자비로 내고 있는《수필학》을 들 수 있다.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들을 필진으로 취약한 수필문학의 이론계발과 전개, 방향 모색을 학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와 노력은 종전까지 없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학문적 이론적인 뒷받침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은 수필문학 발전을 위한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수필문학사상 본격적인 창작론, 작가론, 작품론이 시도, 발표된 것은 큰 수확이다. 또한 수필가 박연구 씨에 의해 화가 김용준, 문학평론가 김동석의 수필이 발굴, 재조명된 것도 우리 수필의 영역을 넓힌 일이었다.
4. 수필 비평작업과 연구의 부족
수필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평론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에 따라 수필전문평론가가 출현하여 비평작업을 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윤재천, 강석호, 이정림, 하길남, 한상렬, 김종완, 권대근, 박장원, 김형진 씨 등 10여 명이다. 수필전문지와 종합문예지 등에 월평, 계평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인상비평의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작가론 작품론이 전문수필 평론가들의 작업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수필 평론부분에 본격성과 발굴성이 미흡하다. 수필계 전반을 통찰한 문제제기와 새로운 방향모색, 이론의 계발, 날카롭고 참신한 제시가 부족하다. 수필연구 부분은 전무한 느낌이 든다. 개인별 본격적인 수필작가론, 수필작품론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수필비평 작업과 연구 활동으로 두드러진 사람으로 하길남, 한상렬 씨를 들 수 있으며 저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학의 석·박사 논문에도 수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 수필의 비평과 연구 작업을 위한 본격적인 평론가와 연구자가 나와야 한다.
수필문학의 정리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성사, 범조사 등 출판사에서 한국수필문학전집이 출판되었으며 범우사, 자유문학사 등에서 수필문고를 펴내어 수필문학의 정리 작업과 저변확대에 기여했다. 그러나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의 대부분은 시인, 소설가와 저명 필자들의 것이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으로 1999년에야 현역 수필가들만을 대상으로 수필문고가 나오기 시작했다.《선우미디어》《수필문학》《좋은수필》에서 간행한 수필문고는 수필을 보급하는 창구 역할이 되고 있다.
70년대 이후 30년간 수필인구의 증대로 수필의 번영기를 구가하게 되었지만 수필 시장은 수필가들이 아닌 필자들이 독점해온 기현상을 보였다. 50~60년 철학적 인생론(안병욱, 김태길, 김형석), 60년 이후 감상주의적 수필(이어령, 전혜린)에 이어 정치적 기현상이 빚은 사회 비판의식을 담은 수필(한승헌, 김중배, 김동길)을 겪었다. 70년대~80년대 군부 독재와 비인간화 사회 풍토 속에 정신병리학적 접근방법을 다룬 정신과 의사들의 글(이기형, 김정일, 이나미) 등이 상승주가 되었으며, 이어 종교인들의 글(법정, 이해인)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다음 단계가 1990년 중반 이후의 여성 수기류와 실록물이 이어지고 있다. 수필가로선 유일하게 피천득 씨만이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었다. 전문수필가의 수필집이 출판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등단을 통해 배출한 수필가들의 작품집들도 출판시장에서 외면당해 자비 출판에 의존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안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 수필가라면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와 영역을 지녀야 함에도 일상적인 체험의 형상화에 그친 수준을 보이고 있다.
70년대 이후 수필문학을 살펴보면서 두드러진 현상으론 급속한 양적 팽창 속에 질적 미흡이다. 신인을 양산하는 데만 급급했지, 수필가를 키우는 덴 관심이 적었다. 치열한 작가 정신, 역량, 노력이 타 장르에 비해 뒤떨어졌다. 전문성 참신성 개성 실험성이 부족하였다. 외화내빈의 현상을 조율하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양적인 팽창은 계속되겠지만, 질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5. 독자성, 전문성 있는 수필세계 창조해야
한국 수필문학의 번영기라 할 1970년대 이후, 신춘문예,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수필가들의 수가 어림잡아 2천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작품 면에서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주제, 소재의 다양성과 기법, 체험의 확대 등은 괄목할 만한 전진을 보았으나, 인격·정서·사상을 통한 감동을 수반하지 못하고 있다. 논픽션인 수필은 시, 소설과는 달리 수필은 작가와 작품이 일치를 보여야 하는 까닭에 인생적 경지에 따라 작품의 격조가 달라진다. 아무리 전문지식과 기법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인생 수련과 인격 도야를 통한 인생 경지가 높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수필이 갖는 특질이기도 하다.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 빈약하다는 것은, 작가는 많지만 인생경지 높은 작가가 드물다는 것을 말한다. 시, 소설 등은 픽션이기 때문에 상상 흥미 구성 등 요소를 통해 사상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수필의 경우는 작가의 삶과 인생적 경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 수필의 어려운 점이다.
수필문학의 이론정립과 전개에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 정진권 씨가 제기한 ‘수필에서의 허구의 수용 문제’는 수필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또 동수필, 해양수필, 테마수필, 장편수필, 5매 수필, 3인칭 수필 등이 논의되고 시도됐다. 서정수필 일변도 현상에서 벗어나 논리 철학 명상 학문적 수필에의 개척과 탐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수필문우회와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주최로 국제수필 세미나를 마련하여 세계 수필의 흐름을 살피고 수필교류에도 노력을 보였다.
한국의 수필계는 시와 소설장르에 비해 뛰어난 작가를 양성하지 못했다. 문학성이 높은 수필을 창작하는 전문수필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6. 수필 개념의 재정립, 근대수필문학사 집필해야
수필의 개념과 성격에 대한 정의(定義)로 고정 관념화되어 온 것들이 있다. 국어사전에 보면, ‘일정한 주의가 없이 생각나는 대로 쓴 글, 만필, 상화, 만문, 민록, 산록, 에세이’로 돼 있다. 수필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현대에 맞게 정립하는 일, 근대수필문학사의 재정립과 집필이 시급하다. 시, 소설과 독자 경쟁을 벌이기 위해선 광역화된 수필의 개념을 수렴하여 정립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여기(餘技)의 문학, 붓 가는 대로 쓰는 글, 산만과 무질서, 무형식의 글, 40대의 문학 등의 수필에 대한 개념들이 과연 타당성을 갖고 있는가, 재점검해야 한다. 수필이 ‘여기의 문학’ ‘마음의 산책’이라는 가벼운 생각에서 벗어나, 치열한 자기 탐구, 존재에 대한 본격적인 성찰과 명상, 각고의 노력과 체험으로 이뤄진 발견과 깨달음,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세계의 탐구, 시대정신과 사회문제 의식, 독자적인 개성과 깊이, 실험성과 새로운 시도가 전개돼야 한다.
고교생들이 대학입시를 위해 읽어야 할 명 수필 목록을 보면. 1930년대 시인, 소설가 등이 주류를 이루고 70년대 이후 문단 공인으로 데뷔한 본격적인 수필가의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 기존의 관점이 아닌 새롭게 열린 지평의 시선으로 재 편찬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현대의 삶을 담는 그릇이 수필이라면, 수필의 모습은 앞으로 보다 진지하고 다양하고 자유스런 모습을 보이되 인간주의, 자연주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7. 미래 수필의 전망과 기대
현대는 인터넷시대이며 소통 방식은 ‘말’이 아닌 ‘글’이 대종을 이룬다. 인터넷 문자판을 치면서 대화하고, 이는 인터넷에 저장되어 기록으로 남는다. 현대는 문인만 글을 쓰고 저술을 남기는 시대가 아니다. 인터넷 시대엔 ‘문장’은 삶의 수단, 경쟁의 도구, 생존의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쓰고 저술을 남기는 시대로 변했다. 일기문, 서간문, 감상문, 논술문, 기행문, 체험기 등 포괄적으로 수필에 포함되는 글들을 인터넷을 통해 남기고, 교류하고 저술하는 시대가 되었다. 수필이 수필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생활인의 공유물로 변한 까닭도 시대적인 흐름이다. 21세기는 수필이 모든 장르를 포용하는 대중적인 문학 장르로서의 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대에 수필가들은 생활인들이 쓰는 수필과의 차별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좋은 수필 쓰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고유한 테마, 작품세계, 개성, 전문성으로 상징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명 수필 한 편을 남겨 놓는 것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평생을 통해 어떤 테마로 무엇을 탐구하여 의미를 남기는 수필가가 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
현대에 와서 수필의 분량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를 보여준다. 인터넷의 영향이다. 15매 내외에서 7~10매의 분량이 돼가고 있다. 5매 수필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과 영상시대에 있어서 수필의 문장은 첫째 짧게, 둘째 쉽게, 셋째 새롭게, 넷째 입체적으로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출판에서도 수필+사진, 수필+그림이 대중화의 징후를 보인다. 또한 테마에세이의 전개가 활발하다. 미술+수필. 음악+수필, 연극+수필, 영화+수필, 건축+수필, 패션+수필, 꽃+수필 등 테마와 에세이, 전공과 에세이, 탐구 분야와 에세이를 접목시킨 퓨전 형태의 수필쓰기는 작가들이나 일반인의 평생 탐구활동과 작업으로 활성화 될 전망이다. 따라서 수필가들은 자신의 테마나 전공을 살려서 평생 동안 자료 수집과 소재 찾기에 골몰하며 작업을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수필가로 등단할 때의 연령이 타 장르보다 월등하게 고령이기 때문에 수필문학에 있어서 참신성, 실험성, 개척성, 탐구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시대정신, 현장감, 역사의식을 담는 데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 수필이 삶의 중심문학, 본격문학으로 지향하고 있으므로 회고, 감상, 기록, 산책 등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인 세계에만 치우지지 않아야 한다.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담는다. 체험은 과거의 소산이기에 회고담이 많으며 현실감의 결여를 느끼게 한다. 수필은 삶을 담는 그릇이므로, 수필문학은 오늘의 삶과 정신과 지혜와 철학을 보여 주는 꽃이어야 할 것이다.
|
첫댓글 한국 수필의 발자취..감사히 읽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문학이 수필인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