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 개론’의 촬영장 서귀포 바닷가의 집.
서연(한가인)은 승민(엄태웅)에게 설계를 맡긴다. 승민은 첫사랑 서연이를 위해서 어릴 적 집의 기억을 남기며 힘들게 집을 완성한다.
촬영일정과 세트용에 맞추어 급속히 지어졌기에 후일 다시 만들어져 <CAFE 서연의집>으로 서귀포의 명소가 되고 있다.
한국일보M+ <건축가 최상대의 ‘공간에서 산책하는 삶과 인생’>
영화, 드라마 속의 건축
<최상대/ 한터건축. 문화대로 대표. 전 대구건축가협회회장. 전 대구예총회장>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 영화이다’ ‘영화보다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는 말은 영화 애호가들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과 이상 사랑까지도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모두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영화가 만들어지고 드라마가 전개되었던 곳곳의 촬영지와 세트장이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연경관 자체가 촬영현장이기도 하지만 건축물과 마을 전체까지도 영화와 드라마의 분위기 여운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영화감독 자신이 건축을 전공하였고 스토리 전개와 배경 역시 건축설계의 디테일한 과정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엄태웅)이 설계한 제주도 바닷가의 서연이 집은 지금은 카페로 남겨져있다. 촬영일정과 세트용에 맞추어 급속히 지어졌기에 후일, 영화사에서 다시 그대로 만들어서 서귀포의 명소가 되고 있다.
송혜교와 가수 비가 출연한 드라마 ‘풀하우스’ 에는 버닷가의 아름다운 2층 집이 등장한다. 서해안 웅진의 2층 세트장 집은 실제 집보다도 훨씬 비싼 공사비와 인테리어 비용으로 만들어져서 지금도 건재하고 있다.
영화 ‘실미도’상영 이후, 무인도였던 실미도가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이어졌다. 그러나 촬영기간 동안 임시 시설물로 허가를 받아 만들었던 영화 세트장은 촬영 후 철거될 수 밖에 없었다. 군사시설지역 건축금지구역의 실미도 관할 행정담당 공무원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아야만 했다.
1970년대 신문소설의 붐을 일으켰던 최인호 소설 ’도시의 사냥꾼’은 영화로 더 유명해졌다. 건축가 주인공(신성일)의 설계 작업실 촬영현장은 당시 설계담당교수의 연건동 사무실이었다. 우리들은 그 사무실에서 늦은 밤까지 설계 아르바이트 작업이 잦았다. 영화 장면처럼 계단을 내려 올 때는 스위치를 끄고는 주인공의 대사를 흉내 내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건축가는 항상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전문가로 등장한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건축가도 장동건도 자유 분망한 멋진 인생의 소유자이다. 주인공들의 설계 작업에는 힘들어 하고 고뇌하는 장면은 없기에 건축가 주인공 캐릭터는 항상 멋진 직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을 유심히 봤다면 우리들에게 낯익은 건물이 등장하는 것을 볼수 가 있다. 인민군 종합병원으로 등장한 건물이 바로 우리지역 대학의 본관 건물이었다. 자유 민주주의 나라 상아탑을 상징하는 대학 본관 건물이 주체조선 인민공화국 건물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하여서 영화의 배경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여겨졌다. 붉은 깃발과 플랜카드가 내걸린 일요일 촬영 날, 그 지역 경찰서에는 전쟁으로 오인한 인근 주민들의 신고전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영화 촬영장소를 허락해 준 대학당국의 자세가 바로 민주주의 나라의 상아탑 정신이 아닐까?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하동지역은 집필 중에는 선생이 한번도 다녀가지 않았던 가상의 공간이었다고 한다. 후일 드라마 촬영지 현장에 와보고는 평사리 동네와 악양 들판의 분위기가 소설을 쓰며 상상했던 배경과 그대로 일치하였다고 한다. 최참판 댁은 임시적으로 만든 세트장이 아니라 전통건축 양식의 양반집 실물 그대로 지어졌다. 섬진강 언저리 하동 평사리는 ‘토지’문학의 본향으로 찾게되는 영원한 문화 마을이 되었다.
주말이면 가장 많이 시청하는 가족드라마의 배경에는 모두가 마당집이 등장한다. 최근의 ‘왔다 장보리’ ‘가족끼리 왜이래’ ‘엄마가 뿔났다’도 마찬가지이다. 거의 사라진 마당집은 핵가족화과 도시화 주택 구조에서는 비현실적인데도 드라마 스토리의 확장 다양 복합성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설정이다. 가족 구성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네 가족, 고모네 이모네 식구까지 대가족을 이룬다. 이에 따라 집의 구조 역시 2층 집, 아래채, 옥탑 방 까지 최대한 복합적 구성이다. 많은 방을 거느리고 점포가게도 딸린 마당을 중심으로 가족들의 희로애락이 전개된다. 대문 밖 골목까지 연계되는 드라마 풍경 구조는 1960년대와 지금 2010년대와 별 차이 변화가 없다. 막장 드라마라고도 하면서도 비현실성을 현실보다도 가까이 하는 것, 드라마 속에는 한국인 의식구조 내면과 동일한 지워지지 않는공감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감상한 영화 가운데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세트의 영화는 짐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이다.
주인공 트루먼은 하루 24시간 생방송 되는TV 쇼의 주인공이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그의 출생부터 현재까지 일상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시청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만은 모르고 살고있다. 주변 사람들도 그의 아내까지 모두 출연중인 배우이고, 살고 있는 마을 자체가 스튜디오이다. 우연히 모든 것이 가짜라는 것을 안 트루먼은 마침내 혼자 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카메라를 피해 바다의 끝으로 간다. 그동안의 태양은 스튜디오 밝은 조명이었고, 바다의 끝 수평선 하늘이 그려진 벽을 만나게 되고, 마침내 스튜디오를 나가는 문을 열고 나온다.
오늘 하루, 우리의 인생도 스쳐 지나가는 영화의 한 장면인지도 모른다.
첫댓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 건축학개론, 그 현장을 찾아 제주를 다녀왔었죠. 서연의 집-
영화, 드라마 속의 건축이라고요? 묘한 매력이...
와 재밌습니다. 드라마 속의 건축에 이런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공사다망한 사공님께서 드라마까지 꿰뚫고 계신다는 사실에도 놀랍니다.글을 쓰기 위해 두루치기처럼 살아야겠죠. 맛있는 글 고맙습니다.
영화에 있어 건축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네요 멋진 작품 속의 건축물들, 명소로 남아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