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느티나무(강신재)
숙희('나')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어머니를 찾아 온 서울 모 대학 교수(므슈 리)와 어머니가 재혼한 후 숙희도 서울로 와 살게 되고 그곳에서 새아버지의 아들, 곧 이복 오빠가 되는 대학생 현규를 만난다. 그는 생소하고 어색해 하는 숙희를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숙희는 차차 오누이 아닌 오누이의 관계에서 현규를 오빠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며 그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 사이가 혈족이 아닌, 단지 스물두 살의 청년과 열여덞 살의 계집아이일 뿐이라는 진실을 부정해야만 하는 현실에 고뇌하게 된다. 그러던 중 숙희와 지수 사이를 오해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현규에게서 숙희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현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그들의 행복감과 고뇌를 동시에 안은채 오누이 관계에서 연인 관계로 깊어 간다. 그러나 어머니마저 므슈 리를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어 현규와 둘이서 집에 있게 될 상황에 놓이자 '운명적 사건'을 예감한 숙희는 고민 끝에 서울을 떠나 시골로 간다. 그 곳에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현규가 찾아와 서로 진실된 감정을 지닌 채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미래를 약속하는 마음으로 각자 현재의 길을 걷자고 약속한다.
핵심 정리- 갈래 단편 소설, 낭만 소설, 순수 소설, 성장 소설/ 성격 낭만적 ※ 여성적인 어조로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 문체 간결체, 감각적(작품 서두의 '비누 냄새'는 감각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숙희가 중심이 되어 자신의 내적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배경 시간적 - 1950년대 공간적 - 서울에서 떨어진 S촌과 느티나무가 있는 시골 / 주제 현실의 금기를 극복하고 순수한 사랑을 성취하려는 순수한 남녀의 사랑
갈등 숙희의 내면의 갈등이 주가 되며, 그 갈등의 원인은 이복오누이간인 현규를 사랑하는 데 대한 윤리적인 문제이다.
구성
▷ 발단 : '나'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이복 오빠인 현규를 만나게 된다.
▷ 전개 : '나'는 현규를 이성으로 느끼며 사랑의 감정을 갖기 시작한다.
▷ 위기 : 현규 친구로부터 '나'에게 온 연애 편지에 대해 현규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 절정 : 괴로운 마음을 안고 시골로 간 '나'에게 현규가 찾아온다.
▷ 대단원 :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먼 훗날을 약속하며 각자 현재의 길을 가기로 다짐한다.
등장 인물의 성격
* 숙희 - 18세의 소녀. 주인공이며 서술자. 이복 오빠 현규를 사랑하는 순수한 여고생. 이룰 수 없는 사라으로 괴뇌하지만, 진정한 연애의 기쁨에 젖기도 한다. 현실의 고뇌에 부딪혔을 때 도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큰 운명의 비극을 막으려는 강한 의지의 소녀로, 사랑의 아픔과 그리움을 모두 견디면서까지 현규를 위하는 정신적 성숙을 보인다.
* 현규 - 스물두 살의 대학생. 이복 동생 숙희를 이성으로 느끼며 사랑에 빠져 고민하나 순수한 의지로 극복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앞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현명하고 사려깊은 청년으로 질투의 감정도 가지고 있는 성격이면서 끝까지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형으로 볼 수 있다.
* 엄마 - 젊어서 남편과 사별하고 지난 날 혼담이 있었던 므슈 리와 재혼한다.
* 므슈 리 - 현규의 아버지이자 숙희의 새 아버지. 성격이 유하고 과묵한 경제학 교수
* 지수 - 현규의 친구이며 장관의 아들. 숙희를 좋아하며 연애 편지를 보낸 일로 현규의 질투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해와 감상
강신재 특유의 여성적이면서도 감수성 넘치는 섬세한 필치의 이 작품은 젊은 남녀의 애정과 갈등이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다루었다.
이 작품의 기본 골격은 '만남'과 '떠남', 그리고 '만남의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열여덟 살의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숙희는 이복 오빠로 만난 현규에게서 '비누 냄새'처럼 상큼하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은 사회적으로 금지된 사랑이기에 그의 곁을 떠난다. 현규가 숙희를 찾아가서 이들은 또 만나지만, 자신들의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다시 떠날 것을 약속한다. 그것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떠남이며 그래서 기쁨을 품은 슬픈 약속인 것이다. 젊은 느티나무는 두 연인의 약속을 듣는 중인이 되며, 꿈을 잃지 않는 젊음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사회 규범상 용납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청운 남녀의 갈등을 윤리적 차원에서 해결하려기 보다는 인물둘이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소해 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사회 규범을 초월하는 사랑의 순수성을 보여 주고 있다. 끝까지 맑고 청순한 사랑의 감정을 깨뜨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실의 아픔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숙희와 현규의 의지가 감동을 준다.
이 작품의 구심점은 오빠인 현규를 사랑하면서도 괴로워 하는 '나'의 내면 세계라 할 수 있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라는 부분은 구심적(求心的)인 또는 내향적(內向的)인 자기 자신에 대한 반작용(反作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윤리 의식에서 오는 심각한 고민 같은 것이 없다. 그는 선(善)보다는 미(美)를 우위에 놓는 작가이다. '그에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는 말로써 시작되는 이 작품은 그런 사소한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하여 한 인물을 부각(浮刻)시키는 그의 기법(技法)이 가장 잘 드러난 단편 중의 하나이다.
생각해 봅시다
1. 이 작품의 서두에 보이듯이 현규에게서 비누 냄새를 맡을 때마다 숙희는 '가장 슬프고 괴로운 시간이 다가옴'을, '가슴 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 나감'을 느낀다. 숙희가 느끼는 비누 냄새의 이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18세 소녀로 하여금 첫 설움에 눈뜨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 현규가 발산하는 이 비누 냄새는 실제로 맡을 수 있는 것임과 아울러 숙희의 가슴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녀의 안에 감도는 이 냄새는 상대방과 결합하고자 하는 사랑이기보다는 실체없는 사랑이라는 아련한 아픔을 부여한다. ⇒ 청신(淸新)함
2. 이 작품의 중심 소재인 느티나무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숙희와 현규가 함께 지켜 나갈 젊고 싱싱한 사랑의 상징물로 볼 수 있다. 또한, 숙희가 도시를 뗘나 시골에 가 있는 동안 의지하게 되는 대상이기고 하다. ⇒ 주인공들의 내면 세계를 상징하고 있으며,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의 증인이다.
3. 이 작품 중, "그래, 숙희, 그 나무를 놓지 말어. 놓지 말고 내 말을 들어."에 나타난 현규 말의 의미는?
▶ 젊은 느티나무를 꼭 붙들라는 현규의 당부는 자신들의 진실을 놓치지 말자는 다짐을 나타낸다.
4. 이 작품에 나타난 강신재 문체의 특성에 대하여 살펴보자.
▶ 강신재 문체의 특이성은 대화나 묘사를 적절히 구사하는 장면 처리에 의해서 비롯되는데, 외래어, 감각어 등의 어휘를 특히 많이 쓰며, 생략, 암시에 의해 이미지를 전개한다. 감각어에서는 색채, 시각, 후각을 나타내는 말을 많이 써서 대상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서두의 '비누 냄새'가 감각적인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동기제시의 역할을 한다. 작가는 템포가 빠르고 명확한 표현이면서도 감각적이고 함축미와 여운이 있는 문체를 구사하고 있다.
5. 이 작품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어 얻게 되는 효과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주인공 숙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고 명확하게 묘사해내고 있으며, 숙희의 눈을 통해 현규의 마음을 헤아리게 함으로써 감정의 절제와 극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