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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의 중국 도시 산책’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중국문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답사하고 그 단상을 기록한 내용이다. 이전에도 여러 번 답사했을 중국의 여러 도시들을 이번에는 그야말로 저자 ‘홀로’ 걸으면서 다양한 경험과 자식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 혹은 그곳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문학과 영화 등을 떠올리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인문(人文)’을 ‘사람의 무늬’로 풀어내어, 도시의 풍경을 단순한 풍경화처럼 그려내지 않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이뤘던 사람들의 숨결까지 더듬어 느끼고 소개하려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저자가 홀로 걸었던 중국의 도시는 모두 8곳으로, 시안과 옌안이 하나로 묶이고 베이징이 두 항목에 걸쳐 소개되고 있어 목차도 모두 8개의 항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주요 도시에는 먼저 그곳에서 살았던 중국의 문인이나 학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삶과 도시 풍경들이 어떻게 어울리고 혹은 어긋났는지를 저자의 지식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베이징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유학 시절과 과거 그곳을 찾았던 김윤식과 박완서와의 인연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울러 베이징의 짜장면이 한국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무슬림 요리로 유명한 둥라이순이라는 식당이 북경에 자리를 잡게 된 사연도 저자의 해박한 식견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사람과 음식 그리고 다양한 지명이 등장하는 ‘인문 여행’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밖에도 저자는 상하이와 시안/옌안, 지난과 샤오싱, 그리고 항저우와 하얼빈 등 다양한 도시의 사람들과 그곳의 문화 그리고 역사를 아울러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도시를 가봤던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과거 기억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며, 가보지 않았더라도 저자의 여정을 따라 머릿속에서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샤오싱의 명물인 소홍주를 소개하는 대목에선 지인들과 더불어 그 술을 마셔본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지금도 안중근 기념관이 있는 하얼빈에서는 근대사의 아픈 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단순히 광광지를 소개하는 내용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사람과 문화 그리고 그곳의 역사까지 아울러 소개하는 저자의 여행에 마음으로나마 동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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