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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와 함께 노자, 열자, 장자 읽기’라는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동양의 고전들을 번역하여 소개하면서 유가의 경전인 <논어>의 구절들과 견주어 보는 내용이다. ‘오른손엔 논어, 왼손에는 노장으로 삶의 균형 찾기’라는 ‘머리말’의 제목을 통해서도, 저자의 관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자본’의 위력이 막강하게 발휘되는 시대에, 저자는 동양의 고전들에서 찾은 구절들을 사회적 병리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생각했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저자는 이 책들을 ‘머리맡에 두고 아무 곳이나 펼쳐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리하여 ‘책 속의 언어는 살아온 날들에서 부족함을 먼저 떠올리는 나를 온전한 나로 돌아가게 하는 치유의 주삿바늘’로 규정하고 있다.
<도덕경>과 <열자>를 다룬 ‘상권’과 별도로, <장자>를 대상으로 한 ‘하권’을 구상하고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온전한 자유를 추구하는 진정한 인문학은 현대인의 삶을 치유한다.’라고 전제하면서, 노장 계통의 문헌들에 나타나는 ‘은유와 상징의 언어’들이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돌아’오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전의 번역에 앞서 ‘노자와 장자 그리고 공자’라는 제목의 제1장을 통해서, 사마천의 <사기>를 비롯한 각종 서적에 형상화된 이들의 삶과 사상의 특징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동양의 대표적 인문학’으로서 도가(道家)와 유가(儒家)를 꼽고, 현재까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가 이념을 기준으로 도가로 평가되는 사상들을 비교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제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노자 <도덕경> 읽기’라는 제목으로, ‘도경(道經;상편)’과 ‘덕경(德經;하편)’으로 구성된 <도덕경>의 원문과 번역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도덕경>을 번역문을 시작하기 전에, 앞부분에서 ‘신화와 역사 초기 인물들의 시대 위치’라는 제목으로 동양과 서양의 주요 인물들이 생존 혹은 탄생했던 시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자와 <도덕경>에 관한 개략적인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한 이후, 원문의 순서에 따라 원문과 번역문을 수록하였다. 특히 원문에 앞서 해당 구절을 요약적으로 정리하는 저자의 관점을 시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본문’ 과 ‘해석과 감상’ 그리고 ‘ 참고’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필사하기’라는 항목을 두어 <도덕경>의 구절 중 일부와 이와 관련된 <논어>의 원문과 해석을 제시하여, 독자들이 손으로 필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도덕경>과 <농어>로 우리 삶의 균형 찾기’라는 제목으로, 저자의 관점을 다시 한 번 밝히고 있다.
이처럼 <도덕경>의 번역이 제시된 이후, 제3장에서는 ‘<열자> 읽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8편이 전해지고 있는 <열자>는 여전히 ‘위작(僞作)’ 여부가 문제되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는 도가사상을 대표하는 문헌의 하나로 번역과 감상을 시도하고 있다. 역시 앞부분에는 ‘열자’라는 인물과 <열자>라는 문헌에 대해 개략적으로 정리하는 내용의 글이 수록되어 있으며, ‘주요 본문 내용’이 저자의 관점을 요약한 시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원문이 빠진 ‘본문’의 해석에 이어 저자의 ‘해석과 감상’ 그리고 <열자> 혹은 <논어>의 구절이 포함된 ‘필사하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간혹 ‘<열자>와 <논어>로 우리 삶의 균형 찾기’라는 항목이 보이기는 하지만, <열자>에서는 번역문과 저자의 감상 내용이 위주로 제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나로서는 <열자> 원문이 제시되지 않은 점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두 저서는 이미 독파한 적이 있었기에, 이 책을 통해 <도덕경>과 <열자>를 다시 읽을 수 있었다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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