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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두 도시 이야기’처럼 보여지고 있다.” 최근 총선이 끝나고 여당이 참패한 이후 대통령실의 ‘비선 조직’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되었던 모 정치인이 한 말이다. 그러면서 이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다음 구절을 적시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천국을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반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 시절은 지금과 너무 흡사하게, 일부 목청 높은 권위자들은 그 시대를 논할 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양극단의 형태로만 그 시대를 평가하려 들었다.” 최근 이 책을 읽게 되면서, 과연 그 정치인이 소설을 제대로 읽고 이해했는지 궁금했다. 아니면 작품과는 상관없이 그저 서문의 한 구절만을 인용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은 프랑스혁명을 전후한 시기, 영국의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미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어느 정도 전개되어 중산층이 안정되게 살 수 있었던 영국의 런던, 그리고 기존의 왕정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려고 하는 혁명기의 혼란스러운 프랑스의 파리가 작품의 배경이다. 귀족들의 전횡을 고발하려는 의사 마네뜨는 그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와 헤어졌던 그의 딸 루시의 부탁을 받은 로리의 노력으로 탈출하여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게 된다. 시간이 흘러 루시와 결혼한 청년이 프랑스 귀족 출신이며, 혁명 전 자기집의 충실한 하인을 구출하기 위해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서 고초를 겪게 되면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프랑스 귀족 출신이자 마네뜨 박사의 사위인 다네이는 프랑스의 귀족 에브레몽드 일원이었기 때문에 투옥되었고, 재판으로부터 그를 구출하기 위한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주변에 마네뜨 박사를 돌보면서 귀족들의 횡포에 가족을 잃었던 포도주 상점의 주인 드파르주 부부와 텔슨 은행에 근무하는 로리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이들 사건을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에브레몽드를 감옥에서 빼내고 그를 대신해서 죽음을 맞는 카턴 등의 행위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작품 해설에서는 카턴과 프로스 등의 행위를 '희생' 혹은 '양심' 등의 덕목으로 설명하고자 하지만, 그 역시 디킨스가 바라보는 '감상주의적' 관점일 것이라 이해된다.
이 작품에서는 프랑스혁명기의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문제될 수 있다고 하겠다. 대중들의 일방적인 욕망이 분출되고, 그로 인해 재판의 결과까지 좌우되는 상황이 전부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영국의 런던은 그러한 혼란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파악되고 있어, 두 도시의 상황을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마치 무정부적인 상황의 파리와 일상생활이 가능한 런던이라는 구도로 ‘두 도시’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고자 하는 정치인의 시각에서, 디킨스가 그려내는 이러한 상황에 동의했기 때문에 앞에서 거론했던서문의 인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이 역시 중산층 혹은 자산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디킨스의 관점일 뿐이며,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바라보는 작품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을 듯하다. 아울러 장황한 만연체 문장과 다양한 인용은 주석이 없이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을 야기시켰다는 점을 애써 지적하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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