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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발표한 소설들을 모아 엮은 작가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지난 시절 나의 지나온 길을 반추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2020년 연초에 전 세계적으로 밀려들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의 이야기는. 한동안 고립되어 집에 갇혀 살았던 내 이야기와 방불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아마도 작가 자신 혹은 집안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을 취해 창작한 작품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그러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그 또한 소설가로서의 역량일 수도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숱한 이야기 거리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술자리의 화제로 삼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고 때로는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다듬어 자신만의 작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직접 책을 들고 찾아와,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그래서 다시 쓰고 싶은 작품이 있느냐고 묻자, 딱히 그런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래서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들은 더 이상 마음속에 가둬두지 말고, 그저 독자들의 몫으로 남기자는 덕담을 건냈을 따름이다. 모두 9편이 수록된 작품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작가의 개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여겨졌다. 고향에서 고모의 장례식을 치르고, 조상의 뿌리를 찾겠다고 섬으로 향하는 형제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오는 내용이었다. 유난히 ‘뿌리 찾기’ 혹은 ‘조상 탓’을 하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성향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느꼈지만, 아마도 작가 자신의 ‘뿌리 찾기’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점차 장례식을 자주 찾게 되는 나이가 되면, 그런 자리에서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랜만에 만나 과거의 인연을 화제로 삼아 말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더 이상의 이야기를 끌고나갈 주제가 없다는 사실을 문득 발견하곤 한다. 특히 그동안 왕래가 뜸했던 친척들과의 사이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또한 국제결혼이나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그러한 내용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그대로 지금 이 시대를 반영한다.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에 남아있는 ‘코로나19’의 일상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비대면으로 만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여기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건네던 상황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작품으로 저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기에,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작가의 개성이 더욱 드러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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