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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화가들의 생애와 그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평전 형식의 책으로, 저자의 역사와 예술에 대한 관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라는 부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조선시대 화가들은 ‘환쟁이’라고 칭해지기도 했다. 흔히 ‘쟁이’라는 표현이 상대방을 낮추어 부르는 호칭으로서, 화가들은 그러한 사회적 무시를 당하면서도 예술적인 활동을 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실상 조선시대 화가들의 활동에 대해서 전해지는 기록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고, 특별히 그러한 이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들이 남긴 소수의 기록만이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소략한 자료들을 모아 화가들의 생애를 재구성하고, 그들의 작품과 함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저자의 열정이 도드라지는 이유라고 하겠다. ‘한국미술사의 대표적인 화가 8명’을 대상으로, 화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인생 역정 속에서 살펴본’ 평전 형식으로 서술하여 2권으로 출간한 결과물이다. 미술사를 전공했던 저자는 그 기초로서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먼저 살피는 일은 당연한 과제로 다가왔고, 다양한 문헌 자료와 작품들을 접하면서 조선시대 화가들의 삶을 복원하겠다는 포부를 간직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수집된 자료들을 통해서 화가들의 전기를 <역사비평>에 연재했고, 이미 섰던 글에서 발견된 오류를 수정해서 이 책으로 엮어냈음을 밝히고 있다.
1권에서는 모두 4명의 화가들을 다루고 있는데, 김명국과 윤두서 그리고 조영석과 정선 등이 그 대상 인물들이다. 저자는 화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각 항목의 제목으로 분명히 드러내고 잇는데, 예컨대 연담 김명국 항목에서는 ‘아무도 구속할 수 없던 어느 신필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신이 내린 붓이라 뜻의 ‘신필(神筆)’이라는 표현에서 화가로서 김명국의 재능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그의 그림을 통해서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 면모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윤선도의 후손인 공재 윤두서의 경우 ‘자화상에 속에 어린 고뇌의 내력’이라는 제목과 함께, 교과서에도 실렸던 강렬한 인상의 자화상이 지닌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양반 신분임에도 화가의 길을 걸었던 관아재 조영석에게는 ‘선비정신과 사실정신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면서, 관직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그림을 그렸던 그를 일컬어 ‘인물화의 대가’라고 칭하고 있다. 조선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그림풍으로 ‘진경산수화’라는 평가를 받는 겸재 정선은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삶의 역정을 소개하고 있다. 앞선 세 사람에 비해서 남아 있는 작품이나 교유했던 인물들의 폭이 넓어 그에 관한 기록이 적지 않기에, 그의 삶의 면모나 작품 세계에 대한 서술도 상세하고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1권의 부록으로 조선시대 화가들의 삶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는 남태응의 <청죽화사>를 번역하여, 해제와 번역문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미술사를 전공하거나 조선 후기 문화사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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