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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오곡재~여항산~서북산~대부산~한치재까지
...............언 제 ; 2014년 2월 22일 (경남 3~9도, 맑음)
...............누구와 : 구본영,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황성자 (이상 6명)
...............산행시간 ; 6시간 40분
...............휴식, 식사, 알바 ;
<06;10> 강남고속터미널 창원행/출발
<07;55~08;15> 문경휴게소 휴식/아침식사
<10;10> 창원 도착/장갑생 만남
<11;02> 오곡재 도착
11;10 오곡재 출발
11;45~11;50 첫 번째 봉
12;12 사랑목 갈림길/여항산 2.31km/조망바위
12;23 미산령/동물이동통로 통과/쉼터정자
12;47 이정표
13;03~13;05 배능재/돋을샘 갈림길
13;11 헬기장/직진
13;20~13;30 여항산/정상석/경관 좋음
13;35~14;00 쉼터 마루에서 점심
14;08~14;13 밧줄
14;15 쉼터 의자
14;27 헬기장
14;48 이정표(서북산 1.9km, 우측 별천 2.0km)/쉼터의자
15;05 별천(적십자연수원)갈림길, 서북산 0.6km/약수터산장
15;25~15;30 서북산 전적비/정상석/헬기장
15;53 임도/버드내 0.5km, 미천 5.3km/감재고개
16;17 우측 송전탑
16;56 대부산(649.3m)
17;00~17;10 한치-봉화산 갈림길
17;27 봉곡 갈림길 안부
17;50 한치재/진고개가든 휴게소(함안군 여항면 진함로 790 / 구, 여항면 내곡리 788-4)
진고개 휴게소 맞은편에 ‘여항산 보리 한우식당’이 있음
<18;30~20;10> 낙동강 오리가든(마산시 진동면 사동리 288번지 / 055-271-5249)
<20;20> 그린파크 모텔(낙동강 오리가든 옆)투숙/부길만 교수의 와인 파티
<산행기>
산촌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경전선따라 한적한 함안(咸安)의 군북역(郡北驛)을 지나고, 까마귀 골 烏谷재를 오르는 데는 비포장도로가 좁고 꼬불꼬불하여 곡예를 하는 듯 아찔하다. 이런 길에 지난달에는 눈이 쌓였으니 장갑생 기사분의 식겁(食怯)도 이해하고도 남는다. 새벽 6시 1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이곳 출발지인 오곡재에 도착하니 낮 11시이다.
산 아래는 봄 날씨처럼 따뜻하더니만 산속 골짜기엔 아직 찬바람이 불어 볼기가 아리오고, 고도를 높여 갈수록 하얀 殘雪에서 뿜는 냉기는 방한복 점퍼를 벗어 던지기엔 좀 이르다. 오곡재 출발 한 시간 만에 사랑목 갈림길을 지나 12시 20분에 미산령 임도위의 동물 이동통로를 넘는다. 이곳 산중에 외딴 亭子가 사방 경관과 어우러져 흥미를 끈다.
배능재를 지나 넓은 헬기장에 이르니 두어 쌍이 따스한 봄볕을 쬐며 한 낮의 점심을 즐기고 있고, 우린 여항산 암능을 치고 오른다. 이곳 함안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南高北低의 지형이다. 그래서 조상들은 역수를 우려 했음인지 770m에 가까운 이 산 이름을 배가 넘나들고도 남는다는 艅航山으로 이름 짓고, 지형을 낮게 보이려는 지혜와 방편을 찾으려했나 보다.
‘배넘재’라는 이름 역시 배가 넘나드는 고개라고 한 것을 보면 풍수 지리학상으로라도 조화를 이루려한 조상들의 슬기리라 생각하니 이곳의 경관이 더욱 기기절묘하다. 그러나 날씨가 청명한 날엔 일본의 대마도까지 보인다는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깔려 그렇지 못하다.
오후 1시 반이 넘어 여항산을 내려와 쉼터 평 마루에 보자기를 펴고 구미호와 황별씨가 지어 온 오곡찰밥과 반찬이 차려진다. 더구나 아침 8시경, 문경휴게소에서 먹은 아침식사도 샌드위치 빵 사이에 딸기 쨈과 바나나 쨈을 넣어 부드럽고 감칠맛이 냈었는데, 지금 풀어 놓은 점심식사도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따스한 영양찰밥이다. 김과 김치 등 반찬도 골 고루, 맛과 영양학적으로도 으뜸이고 보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오후 2시의 태양이 미세먼지를 뚫고 따스하게 비추고, 배부르고 욕심 부리지 않으니까 이젠 전부가 내 세상 같다.
식사를 하고 난 뒤의 7~8분 후 뾰족한 암봉 앞에서 좌로 계단을 설치하여 놓고 우회할 것을 유도한다. 호기심이 발동되어 직진, 암봉에 오르니 발아래가 가물가물 내려다보이는 절경이다. 그리고 외밧줄이 설치된 위험구간이다. 조심조심 혼자 외줄을 잡고 하강하는 스릴을 맛보며 산세수려한 능성을 오르내린다.
어느덧 시간도 3시 30분에 이른다. 날씨도 이만하면 오케이, 그러면서 서북산 정상에 오르니 뜻밖의 전적비를 만난다. 낙남정맥 종주 길에 戰績碑라니 나는 솔직히 뜻밖이다. 마산과 함안을 어우르는 해발 738m의 서북산. 여항산에서 남동쪽으로 4km정도 떨어진 이 산에서 6.25의 치열한 전흔이 숨은 곳인 줄이야.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 기습공격한 북한군은 서울, 대전을 점령한 뒤 그 여세를 몰아 8.15 광복절 안에 부산 탈취를 목표로 8월대공세를 펼쳤다.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지고 뺏기고 빼앗는 치열한 전투에서 미(美)25사단장 킨(William B. Kean) 장군이 진주를 점령하고 마산으로 진격하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하여 “킨 특수임무부대”를 편성, 6.25전쟁에서는 처음으로 유엔군 사단급 반격작전을 펼친다.
그러나 북한군이 선점한 서북산은 그 해 8월 말까지 펼친 19차례의 주인이 바뀌는 혈투 끝에 결국은 유엔군 수중으로 넘어온다. 이 전적비는 남의 나라에 와서 전사한 우방국 장병들의 넋을 기린 곳이다. 전적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이곳 서북산 전투는 6,25 한국전쟁 중 낙동강 방어전투가 치열하였던 1950년 8월에 미 제25사단 예하 제5연대 전투단이 북괴군을 격퇴하여 유엔군의 총반격작전을 가능케 하였던 격전지이며, 이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 중대장 티몬스 대위 외 100여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그 아들 미8군 사령관 리챠드 티몬스 중장과 제39사단장 하채평 소장을 비롯한 사단장병 및 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 1995년 11월”라고
우린 낙남정맥을 종주하면서 단순히 지리산에서 부산까지 걷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걸을 수 있게 해준 장병들의 넋을 기리고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국토를 보듬어 보는 일도 함께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특히 이국땅에서 목숨 받친 이들이 있었기에 우린 한가로운 낙남정맥을 밟고 있음이다.
오후 4시가 되어갈 무렵 버드내고개 임도를 지난다. 우리 일행 중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되었을 때 탈출로로 정해 둔 곳이다. 다행이 허리가 좋지 않다던 구미호씨나 박찬익 님 별탈이 없다니 이어서 649.2m의 대부산으로 올라선다. 송판 표지판에 새겨진 ‘대부산’의 이름이 걸맞지 않게 초라하기까지 하다.
5시의 봉화산-한치 갈림길, 시간이 넉넉지 않아 정맥길에서 빗겨난 봉화산을 접고, 곧바로 한치재의 ‘진고개휴게소’에 내려선다. 요즘은 해가 길어져 6시가 되었는데도 어둡지 않다. 장갑생 기사님은 창원으로 와서 숙박을 원하는데 우린 가까운 진동으로 핸들을 돌려 ‘그린파크모텔’에 숙박을 정하고 우선 ‘낙동강 생오리’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 8시 20분, 숙소로 돌아온 일행은 부길만 교수께서 가져온 고급 와인을 뜯으며 향으로 맡고, 맛으로 느끼며 드라마 정도전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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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한치재~광려산~대산~대곡산~무학산~마재고개까지
...............언 제 ; 2014년 2월 23일 (경남 4~11도, 맑음)
...............누구와 : 구본영,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이정일, 황성자 (이상 6명)
...............산행시간 ; 7시간 13분 (마재고개에서 37분 더하면 7시간 40분)
...............휴식, 식사, 알바 ;
<05;00 기상 / 06;00 식사 / 07;02 한치재 도착>
07;07 한치재 출발
07;58 내곡능선 갈림길 이정표/우
08;07~08;15 광려산 삿갓봉(720.1m)/정상석/화개지맥 갈림길/경관 좋음
08;32~08;42 광려산(752.5m) 정상/표지석
08;55 우측으로 암봉
09;16 갈림길(좌측으로 광산사?)/직진
09;36 나무계단
09;39~09;50 대산(727m)/정상석
09;56 광산먼등(727m)/정상석
10;23~10;33 윗바람재봉/삼각점/산불감시초소
10;54 비람재/안부/정자/(쌀재고개 못 미쳐 느릅나무 많음)
11;02~11;12 쌀재고개(임마농원입구를 지나 아스팔트길에서 좌측 10시 방향으로 진행)
11;18 47번 송전탑
11;38 대곡산(516m)/삼각점/정상석/돌탑
11;37~12;15 봉우리 공터에서 점심
12;14 벚꽃나무 샘터 삼거리
12;28 완월폭포 갈림길
12;35~12;40 안개약수터/약수 마심/일행 중 세 명은 우측 능선으로 진행
12;44 T자 갈림길/좌
12;55~13;05 무학산(761.6m)정상석/삼각점
13;23 시루바위 갈림길/직
13;31 원계, 삼계 갈림길 표지판
13;57 마재고개(1.2km)갈림길 표지판/우측
14;12 31번 송전탑 사거리/우
14;20 마재고개;도로에 내려와서 건너편 마재고개까지는 직선거리 100m정도인 데 헤맴
*14;57 마재고개 도착(등산로를 내려와서 도로 우측으로 150m쯤 진행, 다시 노견을 따라 원 위치로 이동하여 신호등을 두 번 건너면 다음 등산로인 마재고개이다.) 내비게이션은 ‘공영토건’을 엔터 할 것
<15;40~17;20> 지난달에 갔던 마산어시장 ‘감포횟집’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식사
<18;00~20;00> 마산 고속버스-서울 강남터미널 도착
<산행기>
새벽 5시, 어김없는 알람벨소리에 기지개를 요란하게 켰는데도 파트너인 박종관 님은 꿈쩍도 않는다. 먼저 볼일을 보라는 뜻일 게다. 주섬주섬 씻고 챙겨서 6시에 낙동강 오리집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주인장께서 꾀 신경을 쓴 상차림이다. 식당 경력 8년 만에 새벽 아침식사를 받아 준 손님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무척 생색을 낸다.
한치재 도착 7시이다. 내곡 능성으로 올라가 광려산 720.1m의 삿갓봉까지는 꼭 한 시간을 빡세게 올라 쳐야한다. ‘죽기 살기로 걸으면 결국은 성취하는 것’ 이 말은 박종관 님의 어록이다. 정상석을 중심으로 인증 샷을 누르고 나무테크 의자에 배낭을 푼 다음 사방을 관전한다.
마침 소나무 한 그루가 지친 심신을 달래 주기라도 하듯 푸른 솔잎 사이로 신선한 바람을 품어 준다. 또한 이곳은 화개지맥(華蓋枝脈)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남강과 낙동강이 합수하는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의 장포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34km의 산줄기로서 남해를 바라보며 걷는 재미 또한 솔솔 하단다.
암봉, 암능 따라 삿갓봉에서 20분이 채 못 되어 752.5m의 광려산(匡廬山)정상석 앞이다. 주봉은 삿갓봉이라고 하지만 아기자기한 맛 또한 일품이며, 이곳에서 흘러내린 물은 대산동의 광려천을 이루고 그 다음으로 무학산, 화개산, 천주산의 주류인 안성천과 삼계천을 만나 장장 50여리를 감돌아 낙동강 중류에 합류 한다.
광려산을 출발하여 왼쪽으로 울타리가 설치된 능선을 따라 유유자적 걷는데 갈림길 하나가 나타난다. 아마 신라 때 창건된 광산사로 이어지는 갈림길인가 보다. 광산사는 범어사 말사이지만 한때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곳이란다. 그리고 9시 40분쯤에 727m의 대산(代山) 정상석 앞에 선다. 언제나 쉴 때면 ‘커피 마실 분~’ ‘커피 마실 분~’구미호 님의 목소리가 한결 가볍다.
함안지방은 南高北低의 지형인데다 남쪽엔 여항산처럼 산들도 많고 크지만 북쪽엔 산도 많지 않고 큰 산도 없어 배산을 만들기 위한 방편일까. 북쪽 산을 높이 부르고자 큰 산에 대신한다 하여 代山이라 한 곳이다. 반대로 남쪽 산을 낮추어 부르기 위해 배가 넘나들고도 남는 다는 艅航山으로 이름 지어 놓고, 풍수지리설을 빌려 배산임수 격에 맞추려 한 것이리라. 그래서 인지 ‘광산먼등’에서 바라보는 마창대교만의 쪽빛 물결이 연무 속에서나마 아늑하고 한가롭다.
광산먼등을 지나 윗바람재봉까지는 온통 진달래 군락지이다. 그렇잖아도 윗바람재봉에서의 산불감시초소원은 사진까지 보여주며 며칠 전 雪景과 지난해의 진달래 장관을 자랑한다. 11시가 되어 가고 있다. 개활지인 바람재 안부에 도착하니 亭子가 있고, 정자 아래에선 모 산악회가 시산제를 지내고 난 뒤 제수 음식을 나눈다. 어느새 구미호 님이 잽싸게 달려가 과일 몇 개를 얻어 온다.
쌀재의 ‘임마농원’을 지나 좌측들머리로 올라서니 표지판이 있고, 발아래 지하로는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아스팔트 길 따라 좌측으로 150m 지점에서 깔닥고개를 20분 가까이 힘차게 올라치면 516m의 대곡산이다. 돌탑과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통영지맥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통영지맥은 이곳에서 가지를 쳐 통영시 인평동까지 37km의 산줄기를 이루어 놓고 남해 바다로 숨는다.
대곡산에서 무학산으로 이어지는 중간 쯤, 한적한 봉우리인 솔숲에 앉아 보자기를 펼치고 점심식사 겸 간식을 먹는다. 떡, 빵, 고구마, 사과, 배 등 커피에 녹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다 보니 문득 40분이 지난다. 벚꽃나무 샘터와 완월폭포 갈림길을 지나 ‘안개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 두 바가지를 연달아 마시니 가슴까지 후련하다.
그리고는 오후 1시가 못되어 오늘의 메인 산, 마산의 무학산 정상에 선다. 무학하면 왠지 무학소주가 연상된다. 그러나 요즘엔 다른 사람들도 좀 마시게 하고 절주를 하는 처지인지라 소주에 취 할리는 없지만, 오늘은 남해바다의 절경에 취하고 봄 향에 취한다.
761.4m의 舞鶴山은 마산시의 진산으로서 마산을 병풍처럼 둘러싼 모습이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치고 춤추는 듯한 모습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두척산(斗尺山) 또는 풍장산으로도 불렀는데, 두척은 원래 쌀을 재는 단위인 '말[斗]'과 쌀이 쌓인 높이를 재는 '척(尺)'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신라 말 최치원(崔致遠)에 의해 무학산(舞鶴山)으로 불렀다는 설도 있고, 일본인들에 의해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무학산은 봄철이면 진달래꽃이 대곡산(516m)과 더불어 봄의 장관을 연출한다는데, 우리가 한 달 정도 빠른듯하여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남해바다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절경을 정상석 앞에서 카메라에 담는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오른쪽 ‘서마지기’ 쪽은 정맥코스가 아니다. 좌측 능성을 따라 시루바위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원계.삼계 표지판을 지나 마재고개 갈림길에서 급하게 내려선다.
오후 2시 20분에 마재고개에는 도착했는데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가 서로 뒤엉켜 분간이 안된다. 할 수 없이 오른쪽으로 150m쯤 내려가서 국도 노견 따라 다시 원위치하여 횡단보도를 두 개 건넌다. 장갑생 기사도 헛갈려 전화상으로 ‘공영토건’을 내비게이션으로 찍게 하고서야 겨우 만났는데 오후 3시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억울한 40분을 소비한 샘이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시간이 어정쩡하여 문화탐방을 하지 못하고, 마산어시장으로 달린다. 낯익은 ‘감포횟집’에서 모듬회에 오징어를 대치고 소주를 곁들인 뒤 황별 님 억지로라도 주인아줌마와 인증 샷을 누르게 한다. 이렇게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나니 오후 6시, 장갑생 님과 헤어지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