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로 아파트 문을 연다. 촌스럽긴 하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최대한 치장한 노력이 여실하다. 붉은색 커튼과 낡은 카펫, 엉성한 아파트 구조, 그런데 묘하게 끌린다. 바닥은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워 수면 양말을 챙겨 신는다. 주방엔 취사도구는 있는데 가스레인지가 없다. 커피포트 하나만 달랑. 너무 추워 ..
9시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된장찌개를 끓인다. 모로코 고추는 보기엔 순하게 생긴 것이 어찌나 매운지 혀만 대보았는데도 위장이 홀랑 뒤집히는 줄 알았다. 멸치볶음과 깻잎을 꺼낸다. 다 먹은 줄 알았던 햇반을 하나 백팩에서 발견하고 흥분했었다. 제법 근사한 식탁이 차려지고 생전 안 하던 기도를 공손히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