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3일
희뿌연 산안개 드리운 설악은 눈꽃 만개한 봉오리같았다.
무릎턱까지 덮힌 백설은 적당히 사람들에 밝혀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누워있고 가지마다 핀 꽃에서는 하얀 꽃향기가 나는듯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기다리라하고는 우리 가족은 길을 나선다.
사람마다 즐거움이 입가에 걸쳐져 있고 거리마다 낮은 호객소리가 정겹다.
낮은 기압으로 소곤대는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리는 설악산 입구에는 손잡은 연인들과 행복한 소음이 뒤섞여 다소 복잡하지만
그래도 번잡하진 않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입장하니 탁 트인광장 속으로 사람들이 빨려 사라진다.
오른쪽에 늘어선 아기자기한 카페와 보초서는 눈사람을보며 처음 경험하는 겨울설악을 느껴본다.
왼쪽에는 매표소에서 볼수없던 장대하고도힘찬 봉우리가 솟아 있고 눈덮힌 뾰족산에는 싸래기눈이 바람결에 날리고 있다.
눈구름과 눈안개가 설악을 휘감아 하늘을 신비함속에 숨겨놓고 바람에 살포시 보여주는 수줍은 설악의 옆구리가 이쁘다.
"안개와 구름으로 정상등산은 불가합니다"라는 안내표지를 무시한 채 케이블카를 탄다.
설악의 이마를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눈이불 덮에쓴 설악의 아름다움이여!
조용하면서도 장엄한 교향곡같고,
정겨운듯 하면서도 무자비해 보이며,
얕은듯 하지만 결코 얕지 않은,
쉽게 허락할듯하지만 결코 허락하지 않는 콧대 높은 처녀설악은 몰염치스럽게 올라가는 케이블카 발아래 태초부터 같은 모습으로그렇게 거기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여기서부터는 아이젠착용가능"이라는 팻말을 지나 문을 열고 나가니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란!
"여기가 알프스네~~"
여기 저기서 탄성과 신음이 섞여 나오고 더올라가 더 큰 장관을 보려는 미숙한 욕심에 성큼성큼 좁은 눈길을 추월 또 추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곳에서 본 낭떨어지 골짜기와 절벽의 아찔함.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싼 웅장함과 장엄한 눈산에 압도되어 잠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몇년전 교회업무차 다녀온백두산의 웅장함에 비겨 조금도 손색없는 설악은 사람의 비겁을 드러내 부끄럽게하고
눈덮힌 백설의 맑음은 추한 사람의 본성을 생각나게 한다.
하산때 10센티 눈앞에서 대화하듯 쫑알대던 산새를 보며 좁은 눈길의 비탈을 내려온다.
봄이면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
버릴것 없다던 설악의 겨울은 그렇게 내마음에 담겨 우리집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