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현옥 (패랭이꽃 / 12월의 작가)
흐르는 시간처럼
꽃샘 추위
너를 떠나보내고
날마다 꿈을 꾸며
내 마음은
누가 파랑새를 보았을까요
수선화는 깃발처럼
겨울비
사랑을 위하여
침묵하고 돌아 앉은 풍란
겨울밤에 열차를 탔다
침묵의 길
새벽비
유년의 발자욱
파랑새
피아니스트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
잊고자 하는 마음
인간사
가을의 둥구 나무
가을 바람에 잎새는 이별한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이별
바닷가에서
각서
꽃은 덧없이 피고 진다
공원묘원
겨울에 피는 화
자두 나무 아래서
태종대
들판에 서 보면
바닷가에서
한탄속에서
흐르는 바람처럼
먼산을 보듯 바라 볼 수 있는 것은
계곡
아침
당신을 만나러 가는길에
이별앞에서
산골아이
꿈속에서 흐르는 강
5월이 열리는 시간은
고뇌
겨울 스켓치
고향의 강물3
동창 생각
내장산 가는 밤
고향의 강물2 -폐가
코스모스
고향의 강물1
가을 아침
첫사랑 예찬
무덤을 바라보면서
겨울 마이산에서
불면
초겨울 저녁에 서서
비
국화
기다림
태풍이 지나간 뒤
발판
강물을 바라보면서
의지
감국을 앞에 두고
초저녁
까치 사냥
야경
내장산
도라지 밭 전경 2
첫눈 내리는 날
밤
고 향
도라지 밭 전경
쌍계루
해바라기 밭을 지나면
가을
백양사 갈참나무
방랑의 길에서
검은새
여름 지리산
파랑새
여름의 끝
을숙도를 지나며
바람 불던날
오막살이 풍경
설
은행나무
아직 봄이 이른 시간이었어.
밤바다
여름 백무동 계곡에서
보 리 밭
내 시
투망
구름
하얀 들국화
들국화1
앵두
봄 지리산
파도
고사리 꺽던 시절을 바라보며
비가오면 펜을 들고
패랭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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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처럼2
詩 강 현옥
생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을꺼야
움직여서
관절들이 녹슬지 않도록 뛰는거야
무상히 흘러간 시간은
돌아 오지 않는거야
평탄하고 기름진 땅보다
절벽이나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꽃이 더 향기로운거야
내 생의 잎사귀들이
모두 갈색으로 변하려고 할때
조그만 바람 불어도
흩어지고 말꺼야
가을 찬바람이 힘겹게 느껴지는날
돌아 본 길가엔
오곡백화가 만발해야해
나뭇잎이 다 진 겨울
빈 들판에 홀로 서서
거센 바람과 맞설때
내 의지는 폭설을 녹이며
펄럭이고 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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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
詩 강 현옥
이른 봄비
내리는 날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분다
난로도 자리를 비우고
아직 봄은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해
겨울보다 시린 뼈마디가
봄을 부르는 신호음을 낸다
이렇게 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에
내 청춘은 마모되는가
마~ 악
머리 내밀던 새순
싸늘한 바람
몇 가닥 움켜쥐고
연풍을 끌어당긴다
위로하듯 봄비가 내린다
검은빛
흐르는 커텐 사이로
가로등이
빗속에 피어나는데
바바리 깃 세운 사람들
콜록거리며 지나간다
총총히 사라진
뒷모습 따라가며
기다림에 지친
편지를 읽는다
잊어버린 가사들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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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떠나 보내고
詩 강 현옥
잔잔한 물결 거스리던 배
작은 항구에 닫자
동승했던 인연들이
예정대로 헤어져 떠난다
각오했던 이별속에
이슬 머금은 꽃들이 흐느낀다
너에게 주었던 애정을
회수 할 수 없을까
우리 옛자리로
돌아가 서 있다 한들
망각할 수 있을까
해맑은 사랑이여
너를 떠나 보내고 나면
속절없이 불어대는 바람따라
하얗게 일어서는 파도
겨울보다 추운 계절의 안부
어느 바람에 귀 기울이며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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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꿈을 꾸며
詩 강 현옥
비가 되어 날아가는
꿈을 꾸었다
작은 항구 하얗게 빛나는
등대에 부딛쳐 은빛으로
부서지고 싶었다
이것이 꿈이라면
갑짜기 심장이 얼어
훨훨 춤추며 허공을 날아
희말리아 산맥에 꿈을 접는다면
그것은 천재지변이다
언제나 젖은 옷으로 허공을
가르다가 무지개를 띄워
꿈의 빛나는 각서를
오래오래 새기다가
투명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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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詩 강 현옥
내 마음은
흘러가는 조그마한 배
굽이굽이 거칠은 계곡을 지나
이 세상 끝까지 흘러갑니다
내 마음은
무지개 속을 흐르는 하얀 종이배
바다로 유유히 흘러가는 흰 무늬 종이배
산새들의 노래를 싣고
모든 단풍들의 빛깔을 싣고
꿈결처럼 흘러가는 배
내 마음은
꿈꾸는 어린 방랑자의 배
밤의 고요 속에서
흰빛을 발광하며
고독을 싣고
달빛을 싣고
태평양 중심을 향해 맹진한다
이미 속을 비워 버린 배
바다의 파도와 시공의 파도에
난파된들 무슨 두려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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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파랑새를 보았을까요?
詩 강 현옥
누가 파랑새를 보았을까요
나도 당신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푸른 숲 속에서
파랑새 노래가 들릴 때
분명
파랑새는 그 숲에 있을 겁니다
누가 파랑새를 보았을까요
당신도 나도 아니겠지요
그러나
저 푸른 동산에 뛰노는
아이들은 분명 보았겠지요
그 아이들의 꿈속에서
훨훨 날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파랑새는 어디 있을까요
푸른 바다 위에도
아름다운 정원도 아니랍니다
푸른 하늘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이 그리워
파랑새는 항상 찾아와
우리의 가슴을 쪼아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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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는 깃발처럼
詩 강 현옥
겨울을 생각하며
올해도 피어 있다
만삭된 사념을 안고
깊은 수심을 헤치고
피었거라 피었거라
나부끼는 혈관의 깃발
머리에 꽂고
희디흰 절망의 눈물 흘린
계절의 마지막 슬픔을
모두 읽고 서있는 너에게
찾아 온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에 기대어
머언 하늘 바라보면
은하수 잔물결위로
끝없는 연모의 정
싣고 떠나가는 편주
너는 나의 설한을 가득 싣고
내 영혼처럼 흘러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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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詩 강 현옥
문도 문턱도
없는 벌판으로
한 계절이 지나가면
기다림에 절인 사람들
낙엽을 밟는다
찬서리 소리없이 뿌리며
가을은 내 가슴을 밟고
철새처럼 떠나가고
푸른 잎 모두 날아가버린
텅 빈 뜰을 적시며
겨울비가 내린다
나의 계절은
어디에서 분해 되어
어디에서 조립되는지
철새들이
유리문을 열고
날아와 이리저리
몰려 다니며 또 그렇게
겨울의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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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하여
詩 강 현옥
너의 얼굴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곳에서
천천히 지나가는
잡다한 시간의 결 사이에서
그리운 내력으로
말없이 모닥불을 피운다
길을 향해 휘날리는
바람들이 너에 눈썹하나도
밀어오지 않으니
언제나 같은 말만 늘어놓는
바람소리에 귀를 막고
나는 그리움의 황황한
벌판으로 길을 내며
너의 기침 소리만 듣는다
가끔씩 뇌 속으로만
찾아오는 너의 따뜻한
노을 빛깔의 체온 속에서
느낀 것 은
한 둥지 속에
두 그림자를 눕히고
바라보며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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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고 돌아 앉은 풍란
詩 강 현옥
산정에 뜬 아침노을
무심히 외면하고
시린 머리도 굽은 허리도
춘설에 젖어 흐르다 보면
못다한 정의 아름다움
뿌리에 촉촉히 묻어 두었다
그리움에 마음버린날
봄동산 능선되어
산유화 만발하고 새 울듯
그렇게 살았으리라
외면하고 버린 것들도
스멀스멀 일어나
함박 웃어라 웃다가 싫으면
침묵하고 돌아 앉아
수관이나 뚫다가
또 한번의 고요가 되어
슬픈 혼이 되어
산 너머 너머까지
향을 피워 올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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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에 열차를 탔다
詩 강 현옥
달빛의
정화한 빛깔을 품고
밤 열차를 탔다
사랑과 믿음을 싣고
달리는 열차의
전조등이 모든 어둠을 삼키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사랑과 믿음이 구부러진 길에서
심하게 덜컹거리면
어색하게 허공에서
서로 상충하며 부서진다
마음에서 마음으로만 오고가는
무영의 꽃과 향기
마음과 마음에 뿌리를 묻고
살아온 무영의 꽃
달리는 차장으로 갑짜기
밀어닥친 그리움의 꽃이
겨울 바람 속으로 지려고 한다
모질게 견디어 온 꽃들
아침햇살에 무거운 이슬을 털어
상쾌하게 반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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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길
詩 강 현옥
구름 걷히고 맑은 날
침묵으로 걷고 싶을때
제비꽃 씀바퀴꽃 흐드러진
길을 걸어간다
말없이 묻어둔 추억이
걸어간다 또 한철 걸어
끝없이 걷고 싶다
실바람 자락마다
춤추는 뇌파의 진동소리
받쳐들면 한 밤에도
구비구비 눈부신 길
너울너울 춤추며 걸어간다
잠이 깊어 돌아오지 못한 그대
깨어나지 말아라
세상한파 다 몰려와
앞뒤로 칭칭 감겨도
그대 높고 높은
꿈의 산맥 바라보다가
되돌아서야 할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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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비
詩 강 현옥
초여름 이른새벽
은하수 무리가
지상으로 쏟아져 내린다.
골육에 쌓이고 쌓인 상처
뒤척이는 몸 다독이며
묻고 묻어 두었던 지난날의
시들은 싹들을 깨워
무겁게 가라 앉은 먼지
씻어 내리는 투명한 통곡소리
주룩주룩
꺾어 넘기는 가락마다
서러운 이의 눈물을 썪어
내 앙상한 리듬을 다듬으며
잠의
깊은 강물의
상류를 향하여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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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발자욱
詩 강 현옥
눈이 흐려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것처럼
환상의 빛이 밀려온다
무지개를 타고
가랑비 내리고
고향의 향기가 젖어온다
차 한잔을 마시며
지상의 모든 향을 맡았던
그리고 헤어져
뒤로 달아나는 기찻길에
귀를 깔아가며
고향 소리를 차마 놓지 못했다
하여
고향은 삶 속에
따라 들어와
수많은 시간을 동거동락하며
내 허약한 발목의 인대를
언제나 칭칭 감아
오늘은 우산도 없이
유년의 발자욱 찾아
들길을 걸어간다
안개 덮인 길은
자꾸만 지난날들의
흔적을 지우더니
동구 밖 느티나무 앞에서
그리운 얼굴들을 마주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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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詩 강 현옥
가을이
부딪힌 창틈으로
파랑새 한 마리 울음운다
겸허를 주워듣고
나이야가라의 장엄한 물줄기 같은
희열에 쌓인 연륜은
방황 같은 여로에 부딛혀
파랑새
갈바람도 매서워 울먹이는
한송이 꽃이 되어 타는가
머언거리 시의 나라
홀로 내달릴 때
손 내밀어 한웅큼 잡아들면
슬픔에 절여진 가슴
가련함이 물가에 아롱인다
가을밤
낙엽의 고독한 방황은
겨울을 절규하며
무섭게 울고
찬연히 타오를 아침해가
별의 비명처럼 살아나
금빛 바다를 저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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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詩 강 현옥
하얀 건반 위에
요정의 두손이
황금빛 꾀꼬리를 만든다
눈이 부셔
보이지 않는 꾀꼬리가
보이는 사람마다
가슴을 쪼아댄다
청아한 전율이
빈 공간을 건너 엄습한다
한사코
밀물처럼 밀려오는
파장의 청아한 울음소리
이른 아침
배꽃의 이슬처럼
우주 속에 젖어 흐른다
흐르다가 흐르다가
내 천구의 중심에 고이면
나는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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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그리움
詩 강 현옥
누구의 그리움이
저렇게 숙성되어
저문 하늘에 각혈을 했을까
접을 수 없는
그리움의 낙엽들이
하늘을 헤매 인다
이제
한숨으로 절여진
어두움의 그림자
사라지려는 듯
그대 없이 한 그림자만
기러기도 찾아오지 않는
강바닥에 누워 있다
이제
그리움도 지쳤는가
하늘에 맺힌 잘 익은
그리움의 낙엽들이 호수에
떨어져 아득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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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자 하는 마음
詩 강 현옥
내게 무의미한 집 한 채
헐어 버려야 한다
뜬 눈 은하수로
밀어 올려놓고
토담도 헐고 초가 지붕도
헐어 내고 밀어 젖혀 보지만
앙상한 뼈대는 쓰러지지 않는다
지친 몸 직립하고
허탈한 웃음만 짓는다
헐리지 않는 것 그대로 두고
떠나 버릴까
바람속에 쌓여 정처 없이
그 집 스스로 무너질 때까지
이방인이 되어 볼까
불안정한 맥박
가라앉을 때까지
하지만
무심코 바라본
나무 가지 사이로
나를 기다리는
정든 집 비 맞고 서 있어
연민의 정 울컥 솟아 오른다
밤이면
숙면 속에 나타났다가
유성처럼 흘러가는
당신의 음성
언제쯤 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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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
詩 강 현옥
아늑한 갈대 그림자
강가에 드리워진
노을빛이 어둠에
방황해야 한다면
심상의 깊은 계곡엔
어둔 그림자만 수런거린다
그림자 부질없이
찾아 왔다 하더이다
한때는
순백의 이슬 뿌려 꽃피웠고
한 낮이 되자 악마처럼
소름끼친 웃음 머금고
순수한 정의 노래를 부를 수 없다면
인간사 부질없다 하더이다
꽃 피우려는 욕망은 많으나
뿌리에게는 너무나 야박해
꽃 피울 수 없는 꽃대 흐느끼며
둘이 하나가 되어
살고 싶다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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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둥구나무
詩 김 현태
기나긴 매서운 계절이
개구장이 친구들 모두 떠나 보내고
탁베기 사발 들어가며
바둑두고 윷놀이하던 노인들도
둥구나무 밑자리를 털고 헤어져 버렸다.
밤이 지나고
새벽의 싸아안 기운과
촉촉한 아침이슬의 여운이
나의 혈액을 하강시키는 시간
아침해 허리 펴고 서면
초가 지붕 위 뭉게 구름이
구수한 막 된장 향기에
넘실넘실 춤추며
마을 어귀 둥구나무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언어들을 들으며 흘러간다.
싸늘한 바람이 불면
지난 계절 화상 입은 살점과
지난 태풍으로 떨어져 나간
고관절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뜨겁게 빛나는 태양이
상처를 지지며 돌아 넘어간다.
내장이 잘려지고 터널이
뚫려버린 몸 속으로
굴뚝새 몇 마리 긍정과 부정의
삭정이를 부지런히 물어다
혼돈의 둥지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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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에 잎새는 이별한다
詩 강 현옥
가을 바람이
어디쯤 불어오고 있는가
그 푸른 계절의 이야기들이
한 잎 두 잎 지려는지
혈색이 예사롭지 않다
내 부르던 청춘의 연가
지금은 모시조개처럼
쓰디쓴 노래여
흔들리는 잎새들의 여정이
두 갈래 길에서 망서리고 있다
모래 위에
세워진 세상으로
무작정 뽑아 올린
사랑의 우둠지에서 핀 꽃
잔혹한 바람 속으로
길을 열어야 하느니
까마귀 날아와 울고
꽃대만 서서 서리맞을 때
화려하게 흘러버린 길이
산너머에서 울먹인다
가을바람 곧 불어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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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의 풍경을 보며
詩 강 현옥
검은빛 출렁이는 바다
철새들이 모여 앉아
두서없는 잡담들을 늘어놓는다
물빛에 젖은
다른 세상의 소리들이
나를 슬픈 수렁으로 몰아 넣는다
한밤을 뒤흔드는 소리들
새벽 별 속으로 사라진다
내 유년의 풍경 속의
사랑이여
나 그대 품으로 불러다오
내 답답한 벽들을 허물어 버리고
불안한 미래의 길이
그대 가슴으로 지나게 하소서
사랑스런 나의 풍경이여
미래의 하늘에선
유성처럼 흘러가지 말고
낙엽처럼 흩어지지도 마소서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내 영혼 속의 막에 매달려
지표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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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詩 강 현옥
당신을 보낸 후
핏줄 꺼꾸로 끌어당기며
사색의 우물 속에 갇혔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내 인내가
후회의 갈밭을 헤매며
밤마다 피어나는 지독한
노폐물을 태우고 있습니다
밤마다 세상은 잠들고
그대 발자욱
지워 진지 오래인데
변함없는 내 삶은
왜 이방인처럼 서성일까요
그대 숨결 속으로
날마다 다가가는데
꿈속에서도 문은 닫혀
돌아서는 거리에는
칼바람만 몰아쳐
피로에 지친 몸
바람에 실려 갑니다
한 점의
먼지가 되어 가는
옛 이야기 속에
진실의 눈동자 사슴을 닮아
고독의 낙엽만 쌓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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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詩 강 현옥
해 서산으로 기우는
바닷가에 가 보았지
갈매기도
사라진 텅 빈 바닷가
모래밭에 홀로 서 있었지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별들이 알몸으로
자멱질할때
초승달은 슬픈 꿈 속의
눈물 보이지 않으려고
자멱질하는 별 틈으로
숨어 다니며 울었지
내부의 깊은 상처
씻어 버리려고 갯물에
쉬지 않고 배영만
하고 있었지
그리운 연락선도
오고 가지 않는
공허의 파도 자락에
흐르는 눈물 휘휘 저을때
파도의
울음소리 일렁이며
초승달의 상처를
밀었다 놓았다 반복하다가
밀물 때 당도하자
울컥 떠미는 파도
대성의 토해내는
초승달의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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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서
詩 강 현옥
낙오자가 되기 싫었다
이른 새벽 달려나와
푸른 바다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기 전
별에게 각서를 띄운다
이별의 슬픔을 안아
그 슬픈 존재의 형상을
지워 보기도 전에
좌절의 못 난 파수꾼이 되어
욕망마저 절망의 무덤에
묻어 버린다
삶 속에 혼미한 뇌를
천 길의 바닥에
던져 버린다는 것은
가혹한 신의 형벌인가
나약해진 나의 절규가
갈래갈래 찢어진다
갈등의 늪 속에서
순환의 사슬에 끌려
내 육신은
불안한 거리를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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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묘지2/꽃은 덧없이 피고 진다
詩 강 현옥
산 아래부터 빽빽이 들어선
무덤들이 질서를 따라
차례대로 침묵의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다
어느 이의 죽음이 더 슬픈지
어느 이의 죽음이 더 명예로운지
그 의미마저 묻어 버렸다
질서 있게 태어난 사람들이
질서를 파괴하고 돌아와
빈자의 행복을 느낀 듯
참 된 사회주의마저 버리려고
흙으로 물로 바람으로
사라지려고 시간을 기다린다
층층이
계단을 따라 핀 들꽃
무덤마다 꽂힌 조화들이
바람을 흔들며 시간을 부추기면
또다시
꽃은 덧없이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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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묘원
詩 강 현옥
양산 석계 공원 묘원으로
작은 아버지 장례차가 떠난다
애지중지의 토끼 네마리
남겨두고
천형으로 떠나가는
야속하고 냉엄한 작은 아버지
내 끝모를 먼길 걸어간다
새끼줄 마디 마디
노자돈 주렁 주렁 매달고
꺼이꺼이 울음소리 끌고
청산의 처소
그리워 떠나간다
불경소리에 적요한
사자들의 공원 입구
갑짜기 눈물속의 공명관들이
이승의 난간을 와르르
무너뜨리자 사자는
지상에는
이제 할 말도
미련도 없다는 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
사랑이란
허무의 무덤인것을
왜
지상에 버림받은 자들은
저마다 심장에 장침을 꽂고
돌아서서 흐느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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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피는 꽃
詩 강 현옥
겨울바람이
동백 나무들을 붙들고
푸른 음색으로
흐느끼는 동안
하나 둘 피는 울음꽃들
무지개도 벌,나비도
그대의 울음끝에
와 닿지 않는다
찬바람이
바다를 몰고와
넓게 얼어 붙어가는
동백나무의 움추린
가지끝에서 혈을 토하며
애처럽게 흐느낀다
동백나무들 일제히
볼에 홍조 띄우고 서서
못다 한 사랑 기다리다 지친
가슴을 억누를길 없어
피눈물 방울방울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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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나무 아래서
詩 강 현옥
자두 나무 아래로
스쳐온 싱그러운
보리빛 바람은
새콤한 자두 아래서
군침을 흘리며
머물러 있었지
빨갛게 익어가는
볼을 만지며
머물러 있고 싶었지
나도 그런 보리빛
바람을 안고 마냥
서 있고 싶었어
오뉴월의 풋풋한 맛을
혀끝으로 느끼며
푸른잎을 보태어 가던
자두 나무에 기대고 싶었어
긴 여정을 지나 온
나그네의 육신을
보리빛 바람에 말리고 싶었어
자두 향기처럼 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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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
詩 강 현옥
끊임없이
갈등을 몰고 다니는
불안한 파도속을
유람선은 유행가를 부르며
드다든다
배 앞에서 무리지어
헤엄치는 물개들
눈부신 검은빛 몸들이
흰물결에 검은
실크로드를 깔아준다
유람객들 환호소리
그들에게는
공포와 소음인가보다
배의 속도에 따라
그들은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바지선처럼 배를 끌고간다
나는 지금 일등실
선실에 누워 바다에 떠다닌다
밤새 의식없이
바람은 흐느끼며
유람선 뱃전을 들어 받는다
하여 나의 불안한 꿈은
아침 노을 떠오를때까지
부질없이 떠돌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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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詩 강 현옥
해저문
바닷가를 거닐면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
아스라이 들려
머언 곳을 바라보면
백구들이 겹겹의 파도를 끌고
날아오며 나를 부른다
파도 소리에
귀기울이는
소라 한마리
모래성을 베고 누워
불립문자로 시를 읊는다
파도 위에 타는
노을빛이 소라의 가슴을 지나
내게로 전해지는
불립문자를 새기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까닭이라고
중얼거리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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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속에서
詩 강 현옥
행복을 위해서
암초에 부딛칠때마다
그 순간만 넘기면 하고
나와의 약속을 부둥켜 안았다
그 약속도 지쳐 방황하며
내 신록의 가로수들이 찢긴
상처에 그 어떤
단비가 내려 다둑이리오
한 고비만 넘으면
행복의 응어리는
내것 같았던
푸른 잎새에
벌레들이
바람구멍을 뚫고 있으니
시들어 폐목이 되어가고 있다
꽃을 사랑하고
모든 경책을 사랑하며
걷고 걸어도
나의 둥지는
언제나 아득한
바닷가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내 억만리
심해속에 숨어
무모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으면
신기루 휘날리며 찾아 오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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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바람처럼
詩 강 현옥
과일가게 모퉁이를
되돌아 나온 바람은
레몬 향 짙게 흐르는
바바리를 걸치고 서성인다
혀끝에 감도는
레몬의 새콤한 맛을
오래도록 흡입하고 있으면
귤 농사를 짓는 친구가
내 곁에서 부채질을 하다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나와 소꼽장난을 한다
어린 손으로 저수지에서
건져 올린 앙상한 낙엽
축축한 흔적들을 보면
철없는 집착 끈질긴 집착이
내 코끝을 후비고 지나간다
내 영혼의 악순환이 겹치는 동안
등뒤에서 찬바람이 분다
그래도 내 관성은 바람보다
빨리 내가 당도할 중심에서
부질없는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달아 주려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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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산을 보듯 바라 볼 수 있는 것은
詩 강 현옥
머언 산을 바라보듯
봄 언덕에 기대어 당신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한 울에서 맑은 산소를 마시고
탄산 가스를 배출했기 때문입니다
보지 말아야 할
샤갈을 보듯 당신을
바라보아야 했다면
비를 동반한 구름만 쌓였겠지요
만일
당신이 내곁에서
잠시 피었다 사라진
뭉개 구름이었다면
나는 잠깐의 유희적 기분에
덩달아 불춤을 춘 것입니다
가느다란 빛이 그리워
어둔밤 헤매기전 우리는
서로 서로의
외로움에 커튼을 걷고
답답한 창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동반자의 길위로
어둠을 사별하며 쏟아지는
환희의 별빛을 바라보며
아늑한 침실을 위해
오늘밤도 군불을
지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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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詩 강 현옥
전생의 인연은
이생에서 완성의 의미로 흘러간다
하얀 물줄기의 위대한 시대가
부질없는 시간처럼 흘러간다
희망과 절망이 부딛히며
슬픈화음으로 인연을 확인하며
후조의 여로처럼 무한의
전설을 밤새
소리내어 읽어 간다
돌과 풀과 나무들의
만남이 시작된순간
인연은 의미를 갖고
시작에서 끝을
죽음에서 삶까지
웃음에서 울음까지
불안한 미래를 응시하며
깊은 계곡을 흘러간다
고단한 삶의 가두리를 벗어나
인연의 물속에 발 담그고
좋은 인연이 그리워 우는
끝없는 슬픈 노래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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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 강 현옥
불사의 불덩어리가
태평양 해저에서
올라 와요
갈매기들이 홍옥의
부스러기를 물고와
내 창문에
주렴을 틀어
걸어 두었어요
간밤에
어느 사내 찾아와
석류의 옷고름 풀었을까
가슴 들어 내놓고
만면에 주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어요
아침 풀잎에 내려 앉은
눈물같은 이슬
자세히 보세요
그 가슴에 적힌
수많은
태양의 어린 눈들이
깨어나고 있어요
아궁이 불
태양을 닮아
뜨겁게 타는데
어머니 쌀씻는 손이
빨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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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러 가는길에
詩 강 현옥
먼지 뒤엉킨
황토길 저 멀리서
당신의
따뜻한 입김은 맺혔고
내 귓속을 녹이며
음성이 들렸다
코스모스
순정의 눈빛이
내 볼에 와 닿을때
줄줄이 늘어선
산맥을 넘어와
당신은 나를 끌고
저녁 노을빛을 찾아 가는데
어둠은
당신을 빼앗아 가려고
가장 빛났던 어둠속에서
나
이슬 맺은
풀처럼 떨면
어느새 눈물로
덮여오던 그대여
우린 지금
오던길 돌아보며
그리운 추억을 형상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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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앞에서
詩 강 현옥
둘이서
사랑의 각서를
새겨 놓았던 반지에
언약한 글자들이
지워지고 있어요
점점점
사라지는 글자의
명도에 따라
사랑은 변하고 있어요
이순간
폭풍우가 스쳐 지나가면
우리는 범람한 강
사이에 두고 영원히
각서를 주고 받지 못할겁니다
힘없이 삭아내리는
각서를 바라보는
오늘의 냉엄한 시선속에서
내일은 뜨거운 눈물이
둥실둥실 떠다닐겁니다
각서는
난시의 눈속에서만
스스로
지워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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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아이
詩 강 현옥
어디를 둘러 보아도
울울창창한 숲이 보인다
넓은 놀이터로 이어진
길마다 꽃잎처럼
새들이 모자이크 벽이 되어
이리 저리 옮겨 다녔다
해질무렵이면 엄마의
부르는 소리가 놀이터
구석구석 닿지 않았다
공원속에 공원이 있고
공원밖에도 공원이 있는
내고향의 세상
메뚜기도 나를 끌고 다녔고
피라미들도
내 시간을 끌고 다녔다
이 부질없는 공원속에
볼멘 소리로
노을빛이 다가오면
악몽을 나는 꾸기 시작했다
그리운 꿈같은 시간들
노을속에 내던지고
가쁜 숨 몰아쉬며
집에 들어서면
어느새
나 보다 먼저
마당 가득 공원이
돌아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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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흐르는 강
詩 강 현옥
강바람이 불어와
버들가지 속눈섭
간지럽히면
피라미는 간지러워
강속에서 웃는다
버드나무 없는
투명한 강물속에는
피라미는 놀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실버들처럼
흥얼거리며 살때
매미도 새도
곁에서 우는 것이려니
그렇게 흥얼거리며
하루가 지나가면
수많은 별들이 강심에
들어와 외롭지 않는 밤의
시간은 지나간다
이른아침
물안개 피워 오르면
강은 눈을 감고
꿈속에서 새들을 부른다
아~ 이 법대로 살아가는
강촌의 텃새처럼
강물에 멱을 감고
지상의 흐드러진 꽃들과
쪽빛 하늘 흰구름도
바라보며 그렇게 살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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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열리는 시간은
詩 강 현옥
실버들 초록빛이
낮잠자는 바람을 간지럽힌다.
놀란 그는 개울 지나서
보리밭을 빗질 하다가
쪽빛 하늘을 가리지 않고
저아래 강둑으로 내려간다.
크로버 볼을 당겨
목례를 받고
한물간 모란 꽃들은
무심히 제쳐 두고
스쳐 가더니 돌담을 받고
가로로 누워 사라져 버렸다
너 마저 가 버린 적요한 세상
녹색 주름치마
내 스스로 펄럭이며
산과 들의
수정 같은 봄의 육질을
꼭꼭 씹으며 에메랄드와 루비빛
대궐 속의 난만한 뜰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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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
詩 강 현옥
밤이면 간혹
본능적으로 속살이 아린다
간혹 어떤 상식이 다치면
두 눈을 감고 상식과 비상식의
골절된 곳에서 지나치게
소리없이 피가 흐른다
지혈을 위해 강가를 걸으며
바람으로 상처를 소독하며
잡초들의 상식을 배우려 하지만
번번히 잡초끝에 밤새 고인
눈물만 표절하고 돌아 온다
실버들의 춤을 보려고
어둠속의 별을 찾으려고
길 떠난 사람도 보이지 않는데
왜 나홀로
겨울 강둑을 걷고 있을까
그저 운명의 여신에
메마른 내 영혼 맡겨 버리고
여신의 명령에 맹종한
가신(家臣)이 되어 버린 것인가
표연히 뒤돌아 서서
문득 걸어 온 길 바라보니
길은 황혼의 들녘에
아득히 누워 있고
내 뒤를 밟아 오던
긴 그림자는
잡초밭에서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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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스켓치
詩 강 현옥
청동 오리 가족이
갈밭 헤치며 날아가는
마을로 이어진 길에
참새들 몇 몰려와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빈 몸으로
생명의 순환이 침묵하며
메마른 북풍에도
손을 흔드는 나무 가지위로
방패연을 타고
어린 꿈들이
넘실 넘실 날아 갑니다
장난 끼 발동한
바람이 눈송이 몇 자락
흩뿌린다
빙판 보다 매끄러운
농부의 마음속에서
억세게 굵어버린
시골 아낙네 손길을
달래려고
손가락 사이로
하얀 가루들이
아름답게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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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강물3
詩 강 현옥
자갈밭 핥으며
척추를 암벽에 부비며
예측 불허의 운명이
수심가를 부르며
계절을 싣고 흘러 간다
투명한 육신으로
살아 있는 것들의
목 줄기를 적시며
세포들을 비워내는 소리
여울에 싣고 흘러 간다
말갛게 스쳐 간
고요한 입술로
구구절절 중얼거리며
고장 난 시간을 싣고
한 시절의 마지막 길 찾아간다
나의 저수지는 어디에
잠들어 있는가
가슴에 무지개 뿌리를 묻고
잠시 한숨을 돌리고 나면
밤 어귀에서 허공에 뜬 무모한
달을 싣고 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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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생각
詩 강 현옥
선착장에서 들려오는
동창생이란 유행가 따라
흥얼거리고 있을때
초등동창의 전화가
걸려 온다.
반가워서
아주 큰소리를 내어서
호들갑스럽게 수다를 떨고
전화를 끊을 때
멀리 기러기 한 마리가
바위위로 날아가 앉는다
무지개떡처럼
겹겹이 포개진 층층 바위 위에
혼자 앉은 기러기는
홀로 산 친구가 되어 앉는다
푸르고 푸른 시절 부군과 사별한
내 눈이 시려 볼 수 없는 소꼽친구와
일생을 나란히 걸어 갈 수 없어
퇴적암을 사이에 두고
서로 하늘과 하늘을 바라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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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가는 밤
詩 강 현옥
가을 바람이
심심해서
찬바람을
초대했나 보다.
무박 여행길은
새벽 찬 공기에 멱을 감으며
구름을 비집고 내려오는
해말간 달빛사이로
하품하며 쏟아지는
별 동별을 주우며 간다.
차 시트에 기댄
잠의 요정이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다가
창 밖을 바라보면
코스모스들이
가을냄새에 취해
몸 꼬으며
제 자리 걸음만 한다
강물소리에 적셔
새벽을 풀어헤치며
사계절 달리는 열차에
올라앉은 내장산은
산모퉁이 돌아 설 때마다
초대장을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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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강2
폐가
詩 강 현옥
썩어 내리는 뼈를
주춧돌위에 올려 놓고
비걱거리는 관절의
앓는 소리 허공에 비운다
이슬이 내리는 여명속에
쭈구리고 앉아
남루한 옷깃 여미지 못해
서풍에 펄럭이며 운다
허물어진 살점들
여기 저기 흩어진 곳에서
부르는 텃새들의 노래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만 되새김질 하고 있다
뒤란의 감나무
마지막 잎도 떨어지고
엄상이 내리는 빈 뜰에
앞가슴 내밀고
콧구멍만 벌렁거리는
마지막 공룡같은 괴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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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詩 강 현옥
가을 햇살에
감긴 몸이
꽃 비늘을 털어내며
까르르 웃어댑니다
밤이슬로 멱감은
무지개가 내려앉아
코스모스 사이로
뻗은 길 따라
유연한 허리를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황금 들판에
달무리처럼
둘러앉은
선녀들이
천상의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바람불면 또 한 바탕
까르르 웃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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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강물1
詩 강 현옥
붉은 황토빛
거품 문 채 정체 된
강물로 다가 가보면
어두움이 내려와
걸어 다닌다
발걸음에 출렁거리는
가슴속을 들여다보면
발자국마다 박힌
옹이들이 불면의
눈을 뜨고 누워 있다
한무더기
어둠을 풀어놓고
떠나가는 밤은
수렁배미 논길 지나
정처없이 사라 진다
어미와
추억속의
친구들이 사는 땅에
정체 된 강물은 늙어
늙은이들만 녹슨 삽으로
썩은 흙속의
앙금을 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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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
詩 강 현옥
몇 날밤
긴 터널같은 꿈속을 지나
찾아온 고향
목메이는 내 구석구석에
겹겹으로 쌓인벽
허물어 지지 않아
수십개의 촛불 밝히다가
내 눈속으로 기울어진
초가집 대문을 연다
지붕위로 뻗은 호박넝쿨이
내 눈속으로 손을 내밀어
내 구미에 맞는
그림을 그린다
새 소리들이 마을의 길들을
들썩이며 내 귓속에
단풍잎도 그리고
아궁이 장작 타는 불소리의
그림도 그린다
혈곡리
하늘이 가까운 동네
내 꿈속을 지켜주던
그림들이 모두
내 눈속으로 찾아든다
흰구름 배경 삼아
잘 익은 감들이 마악
주홍의 옥빛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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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예찬
詩 강 현옥
첫사랑은
절망의 가지끝에서
넝마같은 고독의 외투를 벗고
깊은 얼음 골짜기에서만
핀다는 꽃을 찾기 위해
이 외로운 동네를 떠나야 한다
첫사랑의
풋풋한 풀 냄새에
짙은 구름속으로 가는 길은
인연을 끊고 사라지고 없는
푸른 준령을 넘어가고 싶다
첫사랑은
날마다 어제처럼
아침마다 수정같은 이슬을
털고 광활한 강 가에서
나란히 두 자화상을
유수에 띄워 외롭지도 않고
난세의 물결 치 받으며
고달프고 끝없는 여정을 향해
내 이름조차 가물가물 잊고
등불 하나 밝히고 도란도란
아득히 흘러 가는 것이다
++++++++++++++++++++++++++++++++++++++++++++++++++++
무덤을 바라보면서
詩강 현옥
아름드리
푸른 구목에 싸여
축적된 세월을 이고
몸을 낮추고 있었네
비석 없는 주위로
무심히 자란 고사리
묘지에 그늘을 드리우려고
햇빛을 받들고 서 있었네
내 슬픈 삶을 바라보면서
웃음짓고 있는 액자 속
혼백의 집이여
바다를 지나 사구를 넘어
찾아가야 할 내 처소가
초연이 누워 있었다네
삶이 진행되는
방향도 모른 채
매복된 아픔을 망각하고
평탄한 길 걸으며
노래 부르다
꿈처럼 멈추어 버리고
솔바람 소리에 산처가
허물어지고 있었네
++++++++++++++++++++++++++++++++++++++++++++++++++++
겨울 마이산에서
詩 강 현옥
천연석으로 서 있는 너는
태풍에도 약간 흔들릴뿐
외로워서 둘이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경계에 서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
사람들 저마다 가슴에
새싹들이 돋아나
봄길을 저마다 열고 있다
지금 나는
봄으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간다
다리가 저리고 몸이 얼어붙어
내리고 싶지만 꿈처럼 아득한 길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을것이다.
일상의 상처만
키워 오던 나
사리탑 끝으로 올라 앉아
봄 바람 타기를 하고 있다
가장 복받치던 삶의 숨결이
내가 멍하니 구경을 하고 있는 사이
살며시 기어나와
등산도 금지 된 기기묘묘한
바위산을 걸어 다닌다
나는 나풀거리는 말의 귀에
매고 간 무거운 보퉁이 하나
걸어 놓고 도망쳐 왔다.
++++++++++++++++++++++++++++++++++++++++++++++++++++
불면
詩 강 현옥
나는 너에게 적의를
품은 적이 없다
어이하여
이 깊은밤 찾아와
강 건너가는 내 나룻배를
흔들어 대느냐
내 한밤을 옭아매어
칼질 하느냐
뼛속까지 사무치는 통증으로
남은 밤이 시리고 공허하여
혀를 길게 내밀고
허물허물한 근육들이
미완의 집을 짓는다
밤새 원시인처럼
벽화를 그리다가
방황의 갈등을 내던지고
낡은 거미줄 같은 사색의 줄
풀려고 발버둥 친다
++++++++++++++++++++++++++++++++++++++++++++++++++++
초겨울 저녁에 서서
詩 강 현옥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유리창엔 하얀 성애가
탈출하지 못한 내 추억을
슬금슬금 그리고 있다
지난세월
흐른 내 눈물방울 세는 동안
구름은 떠돌다
늙은 감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고
별빛은 어둠속에 몸 담그고
눈 깜박깜박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침 햇살 속에서
무덤가 국화는
한올 한올 세상을 지운다
낮은 동산에
아늑히 감싸 안긴
작은 시골마을
모퉁이를 돌아서 가던길
그리 멀지 않는 기억속을 걷는다
내 어린날의
배나무 사이로
뭉개뭉개 피어 오르는
추억의 돌담에 앉으면
버들피리 소리 들리고
풀잎들은 아침 이슬을 털며
부질없는 바람에 울고 있다
++++++++++++++++++++++++++++++++++++++++++++++++++++
비
詩 강 현옥
이른 새벽
꿈의 정수리에 기대어
청초한 연가를 부른다
무한의 자유 그리워
훨훨 날아가려고
퍼득이는 헛된 날개짓에
투명한 무거운 옷을 입힌다
갈수기의 등나무
고달픈 가지들의
오뉴월의 꿈길 달래며
비는 바람을 타고 내린다
주인없는 초가 지붕 위
어린 박꽃을 다독이며
줄기를 타고 뿌리에
미래를 실어 나른다
놀이터마다
문은 잠기고
아이들은 거실 바닥에
세상살이를 풀어놓고
침실로 들어가는 문에
부딪힌 머리로 밤새
어둠들을 들이 받다가
빗소리를 베고 잠이 들었다
++++++++++++++++++++++++++++++++++++++++++++++++++++
국화
詩 강 현옥
너는 움직이지 않는
고요를 안고
시선들을 잡아당기는
소박한 자석이었다
미친 듯 다가서는
나를 돌풍으로 안아
돌돌 말아 올리며
미소짓는 넋이었다
황홀한 빛의
그대를 바라보면
어느 듯 고우로
다가서는 너는
내 유년의 뜰이 되어
어머니의 향기 속에
나를 가두어 버렸다
가을이면
창 틈으로
친구와 고향을
들여 보내려고
스스로 무서리를
덮어 쓴 네 얼굴이
서러워 눈을 감는다
++++++++++++++++++++++++++++++++++++++++++++++++++++
기다림
詩 강 현옥
산천에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아무렴 그 꽃길을 지나
내 눈썹 같은
벗은 떠나갔다
봄바람이 분다
떨어지는 꽃잎들이
내 머리를 지나
가슴으로 가라 앉는다
너는 나의
나는 너의 그림자 되어
걷는 길이
그 얼마이던가
가는 곳마다 걸려 있던
거울은 그림자도 없이
사라지고
기적소리 들리면
행여 내 그림자 나타날까
다시 꽃이 피면
꽃길 따라 돌아올까
망부석 하나
기다림에 지쳐
토요일 오후면
그림자도 없는 길을
부질없이 떠난다
++++++++++++++++++++++++++++++++++++++++++++++++++++
태풍이 지나간 뒤
詩 강 현옥
변종매미가
소란스럽게 울며
가로수를
뒤흔들고 지나간 뒤
잎들은
제 계절을 맞기도 전에
길가에 내려앉아
영혼들의
마지막 비명소리를
읊고 있다
끝까지 춤 한번
추어 보지 못한 넋두리
불면의 밤 모퉁이
무풍지대에 앉아
흙 빛 혀를 내밀고 있구나
9월의 이른 가을날에
생의 반이 잘려 나간 목숨을
하늘의 달과 별빛이
내려와 동숙하며
새로운 꿈을 위하여
수의를 입히며
이슬 젖은 길을 재촉한다.
++++++++++++++++++++++++++++++++++++++++++++++++++++
발판
詩 강 현옥
모든 이여
나를 밟고
가뿐히 올라 오시오
힘들고
고단한 하루를
질질 끌리는
무거운 다리로 나를 밟고
건너가시오
오늘 하루의
당신의 무게를
받아 주리다
나를 거쳐
꿈자리에 들면
나쁜 꿈은 되돌려
내게 내려 놓으시오
아름다운 꿈만
돌아올 수 있도록
뜰 밑에 앉아
기다리리다
나를 밟고
지나가는 이를
모두 그리운 꿈속으로
들어가게 하리다.
++++++++++++++++++++++++++++++++++++++++++++++++++++
의지
詩 강 현옥
아침에 눈을 뜨니
베낭을 메고 바캉스를 떠나자고 한다
어지러운 일상을 잊어버리려고
줄행랑을 치려 하고 있다
부딛혀 살아가도 어차피
다 못살 세상이라고
침묵하고서 살아야 한다고
깊은 수렁속,
몸부림속에 갇히어서
더는 못 견딘다고
내리쬐는 태양
검은 고속도로를 걸어간다
자동차와 인파사이에서
이리저리 밀리고 밟혀
깨어날 것도 싶은데
푸른 심해로 가버린다
그러고는 연락이 없다
갔던 길을 터벅터벅
혼자서 되돌아 올적엔
하늘이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
의지
詩 강 현옥
아침에 눈을 뜨니
베낭을 메고 바캉스를 떠나자고 한다
어지러운 일상을 잊어버리려고
줄행랑을 치려 하고 있다
부딛혀 살아가도 어차피
다 못살 세상이라고
침묵하고서 살아야 한다고
깊은 수렁속,
몸부림속에 갇히어서
더는 못 견딘다고
내리쬐는 태양
검은 고속도로를 걸어간다
자동차와 인파사이에서
이리저리 밀리고 밟혀
깨어날 것도 싶은데
푸른 심해로 가버린다
그러고는 연락이 없다
갔던 길을 터벅터벅
혼자서 되돌아 올적엔
하늘이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
감국을 앞에 두고
詩강 현옥
감국에
기대 앉는다
노란 코흘리개가
어린 추억을 물고
밭둑에 만발한
감국을 헤치며
홍시를 주워 먹는다
참 많이도
버리고 살았구나
내살던 곳은 함안 감골
잡초밭이 아니었어
사는길이 자갈밭이라고
자갈에 뿌리 내리려고
저 청초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
서로가 서로의
음모를 읽어 내려고
앙탈하는 대처로 떠나갔다
뒤뜰의 딸기 밭 버리고
그렇게 신이 떠밀었다
하더라도 푸른 하늘 밑
어제의 감국 언덕에
기대고 앉아 잠시
젖 비린네 나는 일기장을 펼치고
어머니의 꿈속에 잠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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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
詩 강 현옥
노을의 향기가
짙게 흐르는 시간이면
편한 자세로 앉아 있지만
세상에서 고립된
나를 바라본다.
바쁜 일상의 지병으로
두통 앓는 나는
반지 같은 둥근
한숨을 부대끼며
무지개 꽃밭 지어 놓고
새로운 꽃 밭을 위해
밤길을 떠난다
일상의 영혼들이
박쥐처럼 날아올라
높은 계곡에서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 이방인 되어
달빛 한올을 걸치고 서 있다.
삶의 외로운 길속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진실한 벗을
찾는 것이라고 했던가.
시련의 바다에 떠서라도
새로운 내일 위해
꿈으로 우거진 숲에서
삶의 등짐을 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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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사냥
詩 강 현옥
숲 속으로 내몰린 그들은
빈창자의 울음이 멎지 않아
아침이면 먹이 찾아 아파트
행간을 어슬렁거린다.
아슬아슬한 기억이 끈을 물고
회색 빛 고향을 찾아갑니다.
우리들은 반짝이는
햇살 아래 모여
술래잡기를 하면
몽당비로 그리움 자국 쓸어
은빛 빛나는 톱날 같은
바람에 켜켜이 날려보내고
동구 밖을 서성이다가
지난날들이 피어 올리는
연기를 따라 되돌아왔습니다.
노을 속에 까치가 울고 있습니다.
저물도록 땅을 파서
숲들은 거대한 아파트를 잉태하여
나는 그 속에 잠들고
까치는 둥지 없는
숲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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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詩 강 현옥
산비탈을 발판 삼아
끝없이 이어진 등불들이
나보다 먼저
돌아와 앉아 있다.
수년을 살아도
마저 세우지 못한 집
언제나 적막만이 드러누운 채
오가는 발소리에
귀기울이고 나를 기다린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혀를 내밀고 볼을 핥아가며
저만치 날아가 뒤돌아 볼 때
엉거주춤 선
연쇄점 귀퉁이를 지나
다다른 집은
차가운 김을 뿜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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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詩 강 현옥
전망대에 올라 야호를 외치면
내장산9봉자락의 작은 줄기들이
겹겹이 깨어나 귀 기울인다
금선대 앞으로
더욱 가파라진 돌길에
등산객들은 미끄러지며
이승을 놓쳤다 잡았다 반복하다
끝내 거머쥔 이승에서
초연히 서 있는 내장사를 바라본다
내 이승을 병풍처럼 둘러 있는
전나무숲을 지나며
나는 저승의 정토를 밟는다.
전나무 숲의 향기는
장괘한 능선을 타고
나를 따라 내려 오다가
폭포수 흐르는 곳에서
발길을 접고
나는 앉아 갈증의
목을 축이고 있다.
그 어떤 원시림보다
울창한 숲속에
안개처럼 깔린 그림자가
흑백 영상처럼
계곡을 비추이다가
저녁 노을이 붉게 내려 앉으면
단풍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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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밭 전경2
詩 강 현옥
옛날 유월의
금빛 보리밭에
살아왔던 맹꽁이가
옛 시절 잊은 듯
보라 빛 꽃밭에
둥지 틀고 사는구나
빛나는 풍경
한동안 바라보니
변화의 물결을
잘 도 적응한 듯
저 혼자 눈을 감고
끝도 시작도 없는
노래를 부른다
변화된 세상 좋아
한밤을 밝히고 있다
내 마음을 꿰둟어
볼 수 있는 이는
세상에는 없는데
불면의 창을 두드리는
차거운 새벽 비처럼
봄이면 연속되는 꿈길에서
맹꽁이 노래 소리
도라지 밭 어귀를
지나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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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리는 날
詩 강 현옥
몸과 마음이
하얗게
백조처럼 날으던
지난날 떠올리며 만난 너
아스팔트에 살포시
내리다 지칠듯 녹아드는 뒷모습
입술은
안타까움에 떨고
저물무렵
전주의 그림자만이
불빛을 타고 지평을
쫒아다닌다
레저를 위해
벌목하는 모순은
닳아버린 일기장 귀퉁이마다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눈밭의 추억을
쓸어버린다
지상의 모든것을
목화솜같이 덮고
침묵하는 계절을
꿈꾸며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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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詩 강 현옥
철길의 하루살이
오늘은
내리던 소나기에
저항도 못해 채 쓰러지고
내일 위해 해는
서녘 하늘로 떠나간다.
속으로 숨겨진 미성은
나날이 혹독해지는
삶의 모든 것을
밤의 적막에 풀어
검은 그림자를 뒤덮는다.
망부석처럼 그대로 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밤은 불안한 새가 되어
물속을 떠도는 섬 위에서
나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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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詩 강 현옥
지난밤 꿈에
보리밭 스쳐온
바람 타고 날아온
보리피리 소리가 들렸네.
소나무 향기가
아침안개에 어리면
나는 산언저리 돌아올라
노을 빛 붉은 하늘로
날아보고 싶어
흩트러진 날개를 빗질하네.
투명한 이슬의 날개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은
마침내 담장위에 올라
하얀 아카씨아 바라보다가
껴안고 칭칭 휘감아 보았네.
잿빛 하늘을 가르고
지친 날개 퍼덕이며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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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밭 전경
詩 강 현옥
하얀 도라지꽃
흐드러지게 핀 곳에
아버지의 상처가 앉아 있다.
보랏빛 하늘을 향해
장대보다 더 자라오른
옥수수가 울타리처럼 서서
아버지의 눈과 귀가 되어
나풀거린다.
아침 잎새들의
휫파람 소리는
부를것도 풀어 줄것도 없는
들판을 날아 다닌다.
팥시루떡을 잘 잡수신
팥꽃들은 도라지꽃
사이사이 피어 있어
우리 아버지는
옥수수 하나하나에
날짜를 새겨놓고
기일을 기다리신다.
어머니의 소망처럼
소박한 밭은
인고의 정원으로 남아
오늘도 어머니는
그 정원에서
땀에 젖은 웃음을 캐내신다.
이렇듯 당신의 초췌한 삶을
아버지의 상처가 지키고 있어
버들잎에 이는 미풍에
아버지 헛기침 날리며
어머니의
미래의 검은 구름을
내몰아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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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루
詩 강 현옥
하얀 학 바위 아래
품위있게 터 잡고
별처럼 피어나는
아기 단풍 밑으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잔잔히 비춰 내고 있다.
태초부터 익숙해진
물 흐름을 앞세우고
반짝이는 수천 마리의
은어 떼를 몰고 다니는
은빛 숨결사이로
녹색 풀
움튼 봄의 길목부터
걸어나온 숲길은
우리들 가슴 밭도
가을 햇살로 물들인다.
맑다 못해
여리어 보이는 물 속에
긴 머리 풀어 넘실대는
무성한 숲속으로
잊혀진 추억들을 접어
가슴에 한 장 한 장
꽂으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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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밭을 지나면
詩 강 현옥
해바라기의
거대한 숲을 지날때면
긴 발목사이로
버려진 시간의 씨앗이
지평선을 향해
날아갑니다.
몸에 감긴
녹색을 지우고
갈색으로 바꾸어
떼어버릴 수 없는
하나하나의 목숨들이
노란 꽃뿌리를 밀어 버리고
일렬종대로 서서
황야를 개척 할 꿈을 키웁니다
밤이면
은하의 파도속에서
꿈길을 열어
풀었다 거두었다하며
삶의 막장을 두들입니다
전봇대처럼 높은 자존심
서풍에 비우고
허허롭게 바람에
기대어 서서
태양속에 눈빛을 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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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詩 강 현옥
파아란
하늘속에서
상념의 성이 춤춘다
때늦은 낙엽 한 두잎 내려
허리 부러진 잡초위에
말없이 가라 앉는다.
강건너
헤매다 지샌
긴 밤의 모서리엔
빈손으로 돌아가버린
제비를 향해 웃음진
어린 왕자처럼
가없는 창공을 향해
달리어 간다.
코스모스
히죽거리고 서 있다
나래나래 손짓하며
도래질하는 고개 사이로
계절의 줄기는 여물어
긴 바램의 끝으로
떨어지는 낙엽
한잎한잎 주워모아
내몸속의
책갈피에 꽂으며
겨우내 내눈에 밟힐
발자욱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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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갈참나무
詩 강 현옥
하늘을 가린 아름드리
갈참나무 밑에는
700여년 동안 버티어 온
우람한 줄기와 굵은 뿌리로
그 긴 세월을
가지끝에 매달고
시간을 부채질 있다.
하늘 다람쥐가
밑둥을 간지럽히며
기어오르자
잎들이 화르르 나부낀다.
이순간
얼마쯤 머무를까
한계절이
꼬리를 물고 일갈하며
달려오는 북풍
나 일생을
가슴으로 받으며
연연이 그렇게 서 있었다.
오늘은
고독한 내 등줄기에서
그리움의 향기가 솟아
오색의 혈을 뿌리려한다.
이슬이
찬공기를 만나기도 전에
몰려온 사람들
허허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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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의 길에서
詩 강 현옥
초겨울
바람의 울음이 시작되기 전
돌고 돌리는 쳇바퀴 벗어나
숲으로 떠나고 싶었네.
수선이 춤추던 시절 찾아
계곡 따라 기어오르던 몸
숲으로 이어진 고목에 기대자
어김없이
황혼은 검붉은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지.
천식같이 쿨럭이는
진눈깨비 날아오르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길 찾아
온 숲을 헤매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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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새
詩 강 현옥
저승간 벗 꿈속으로 다가와
무채색 창 열면
맑은 꿈으로 젖던 이름 모를 새소리
시린 얼룩에 묻어나는 웃음
찔레순 꺽으며
허리에 두른 유년의 언어로
만남과 헤어짐의 질긴 줄을
이어 보았다.
창가에 매달린 초라한 영혼
유년의 날개를 접으려 할 때
더 깊은 곳에서 묻어 나오는 정
머루알 만큼 자란 눈물로
온밤을 거두어 싣고
검은새가 되어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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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지리산
-쌍계사 계곡
時 강 현옥
향불 내음이
황혼을 따라 골짜기로 빠지면
멱감던 물까마귀
둥지로 돌아가고
종착역을 찾아 떠나는
발걸음 허둥대다
돌 뿌리에 채 인다.
계곡 물이 흘러서 가는
밤길을 거슬러
젖은 휫파람 소리
산모퉁이를 돌아 내려가면
오가피 나무 사이로
속살내음 바람이 인다.
일상에서
벗어난 휴가속 길지의 밤은
새색시 설레던 마음으로
별을 올려다보며
추녀의 숫자를 헤아리다
새벽이슬에 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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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詩 강 현옥
가을이
부딪힌 창틈으로
파랑새 한 마리 울음운다
겸허를 주워듣고
나이야가라의 장엄한 물줄기 같은
희열에 쌓인 연륜은
방황 같은 여로에 부딛혀
파랑새
갈바람도 매서워 울먹이는
한송이 꽃이 되어 타는가
머언거리 시의 나라
홀로 내달릴 때
손 내밀어 한웅큼 잡아들면
슬픔에 절여진 가슴
가련함이 물가에 아롱인다
가을밤
낙엽의 고독한 방황은
겨울을 절규하며
무섭게 울고
찬연히 타오를 아침해가
별의 비명처럼 살아나
금빛 바다를 저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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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詩 강 현옥
열정으로 다가오던
태양 빛을 잠재우려고
귀뚤이가 노래를 부르면
코스모스는 잠에서
깨어나 넘실댄다.
습한 기운은
대청마루를
비워주고 사라지면
처마끝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아삭아삭한
사과 맛을 흘리고 있다.
울타리 돌아서
사라져 가는
매미 소리가
한 철의 마지막을
쓸고 있다.
가을빛이
해바라기의
가느다란 목을 거머쥐면
해바라기는
이빨 뜨러내고
짧은 한 생을 씹으며
속절없이 웃는다.
아마도
키가 커서
저 멀리서 오는
혹한이
아스라히 보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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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를 지나며
詩 강 현옥
꽃상여가
피울음 울어 지나간 길가
시퍼런 물줄기가 흐르는
나뭇잎은 어두어진 하늘로
바람에 날리우네
채색된 그림같은
지나간 나날들이
강물되어 주위를 맴도는데
한번간 영혼 다시
돌아와 미소짖지 못해
철새되어 헤매며 우네
아린 목 침을 삼켜
상처난 날개를 모두우면
부드러운 갈대밭을
삼키는 강물은
끝없는 빗방울처럼
똑같은
옛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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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던날
詩 강 현옥
바람은
타는 목마름으로
시린 밤기운의 고뇌
나부끼는 날개밑으로
잊어버린 옛날이
깃발처럼 춤을 춘다.
때때로
찾아오는 지난날들이
거리에 흩어지는
은행잎 사이에서
끝나지 않는 연가로
등골이 아프도록 뒹구는데
이골목 저골목
서성이는 바람
목뼈가 부러져도
만장처럼
펄럭이고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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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막살이 풍경
詩 강 현옥
허리반쯤 숲에 묻어
느티나무 세그루 앞세워
대나무로 병풍을 치는 동안
어디서 들은 듯한
리듬을 흘리며 가는 계곡
개울건너 사는 산이마가
칡넝쿨 뻗치며 슬금슬금
다가와 앉는다
푸르디 푸른 향기를
산새들이 날개에 매달아
골짜기 거슬러 올라가
하늘의 구름을 휘저어
저녁안개비로
대지를 적시운다.
처마 끝에 대롱이는
작은 물방울 너머
창가를 서성이며
돌아오지 않은 사람
액자속엔 언제나
저녁밥상 식어가는
축축한 김이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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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詩 강 현옥
어머니
동지를 지나 설이 되었습니다
노환으로 고생하시더니
차례상 준비는 다 되었는지요
동생 둘이 군에 갔으니
오늘은 제가 사립문 열고
어머니 곁에 앉아야......
앞산 까치가
서럽게 울고
장독대 너머 웃음소리
요란스런 아침
오늘은 어머니 눈에서
이슬을 단 안개가
자꾸만 치마폭에 고입니다
어머니
백발 고이 빗어
홀로 차례상 앞에
술잔을 치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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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詩 강 현옥
지난날
너를 안고 부르던 노래
홀연히 그리워지면
마음의 나래 허공에 접는다
소슬바람 선율을 타고 미끄러지면
비둘기 한 마리
이슬이 스며진
긴긴 망각의 숲에서
네 곁으로 문득 다가선다
햇빛이 부서져
주홍빛같은 가을
이제 아쉬운 눈빛은
침묵으로 흐르고
오늘은
젖은 눈썹을 털고
탁 트인 황금빛 노을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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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이 이른 시간이었어
詩 강 현옥
빼빼마른 실버들 줄기에서
한 눈금밖에 안되는
가슴을 떨리게 하여
불씨처럼 되살리고 있었어.
얼어붙은 강을 돌아오는
아지랑이는
손을 저어 흔들더니
마침 내 부르터진 손으로
허공을 어루만지고 있었지.
강둑을 헤치며
걸어가는 사람
제각기 황혼을 등지고
기나긴 방황을
접어두게 하고 있었어.
쭉정이처럼 매달린 목숨
어느덧 새가 되어 보려고
깊고 깊은 곳에 묻어둔
순결한 청옥빛을
다독거리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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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詩 강 현옥
밤바다를 바라보면
비틀비틀 드러눕는 별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어
파도 끝에 매달려
묵은 그림자를 허물고 있다.
해운으로 감싸여진
머언 옛날
바다의 연정을 지우면
상처는 더욱 찢기워지거나
해풍이 핡퀴고 간 자리뿐.
막막한 해저에서
기나긴 세월
맨발로 몰리고 몰리어
돌을 베고 누워서야
지쳐 쓰러진 별들
하나 둘 추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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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백무동 계곡
詩 강 현옥
수정처럼
반짝이는 계곡은
한여름 추억을
빚어내며 끝없이
중얼거리며 흘렀지.
피라미를 잡으려고
미래의 시간을 뒤척인다
잡힐듯 잡힐듯
잡히지 않는
피라미가 아이들의
미래를 끌고
요리조리 숨는다.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미래란
숨어있는 것이어서
스스로 찾아가 손 내밀어
그 피라미를 잡으려는 순간
훌쩍 달아나 버리는 미래를
몇번이나
거슬러 올라야 하는지
아이들처럼 불확실한
계곡에서 풍덩거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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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詩 강 현옥
청포밭을
점점이 수놓으며
걸어오는 황금빛으로
상큼한 이슬 품은 채
긴 아침 나절을
조용히 흔들고 있다.
그냥
하늘로 오르기엔 지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많아
보리대를 타고 돌고 도는
완두콩 줄기 그 중심을 향해
앙징스런 꽃분홍의
요정이 서 있다.
보리빛 바람불면
풀피리 소리 들려오는
길목으로 다가와
봄 하루는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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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
詩 강 현옥
내시를 읽으면
자꾸만 눈물이 난다.
알알이 맺힌 오랜 설움이
깊게 어둠이 내린 방에서
절망의 싹으로 돋아나
바위끝에 올라 앉아
오는길 비추이며 나를 바라본다.
방황의 길에서 서성일때
미로같은 길 열어주던 시어들이
흔들리는
나무가지위도 걸려있고
안개 덮힌
모래밭위를 아프게 뒹굴다가
늦은밤 창가에 기대서서
자장가를 부르며
내 눈꺼풀을 닫는다.
세월은 내곁을
무수히 스쳐 지나가고
인생은
연극이라고
애써 체념하던
내 강한 마음도
슬픔은 있다고 위로하는
아침의 시는
어둠과 새벽을 가르지르며
내 스스로 고칠약을 처방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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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망
詩 강 현옥
어느날엔가부터
나의 투망은
지푸라기 하나
담겨 있지 않았다
무엇을 건져 올려야
참된 삶인지 모르는
애꿎은 욕망은
길 언저리를 돌아다니며
배회하고 있었지
매일
되풀이하는 일과중
늘
뚫린듯한 가슴켠에
새는 바람을 막아줄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었어
푸른 바람의 싱그러움 따라서
맑고 티없는 마음은
언제나
저 하늘 너머
맴돌고만 있었지
++++++++++++++++++++++++++++++++++++++++++++++++++++
하얀 들국화
詩 강 현옥
등산길 오르다가
저들끼리 피고 지는
한 무리 우유 빛 강을 보았네
무서리에 젖은 날개짓으로
들국에 앉던 고추 잠자리는
예전의 육체가 아니지만
오늘도 선비같이 앉아
나를 눈속에 잡아 넣고
놓아 주지 않는다.
가을이면
꽃만 피워 물고 서서
나를 기다리네
비바람에 시달려도
가을마다 내 속에 피는 꽃
그리움이 살아 있는 언덕에서
서성이게 하는 너는
지금 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는지
발 밑에선
온 산길이 어지럽게 돌고
하얀 미소만 남아
허공에 자멱질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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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1
詩 강 현옥
계절의
길목위로 드리워진 봉오리가
청명한 이슬 머금어
고독의 덩쿨로 앉아 있다.
허드레 모습으로
은같은 샘물도 없는 산기슭
가을 아침 단내음은
하얀 알몸으로 태어났다.
태초의
뜨락에 짊어진
모질고 질긴
별 부스러기 같은 것들
담벼락에 흩뿌려져
갈잎 피리되어 날아오르고,
찬서리 적신
밤의 끝으로 밀려
낭떠러지 갈림길에
다다르면 잃어버린
꽃잎 찾아 울부짖는다.
가을이 져버린
언덕배기에 이르러서야
시신잃은 얄궂은 영혼은
봄 향해 영하의 터널속으로
마라토너가 되어 달려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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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 두
詩 강 현옥
내 가슴이
장님되어
부숴진 길을 걸어갈 때
아롱아롱
푸른 하늘에 매달려
날아내리고픈 설레임은
바람되어 이네.
깨물면 상긋한
냄새
먼 태고적 전설에 실려가는
꿈되어 흩날리네.
욕심없이 미소지어
꿈길조차 인도할 수
없는 곳에 서서
시간의 동굴을 뚫고
허공에 기대어
빨간 눈빛을 지우지 못하네.
정열의 파편 튄
빨간 웃음이 흔들릴 때마다
봄의 산맥은
연신 하품을 토해내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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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지리산
詩 강 현옥
일제히
일어서서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야생화 무리
끝없이 퍼진
구름바다 건너며
어깨춤을 춘다.
철쭉제에 나선
인파들을 향해
다가오며 흩뿌리는
안개비는
젖은 봄으로
재촉하던 그리움은
바위의 이끼로 피어나
벗은 몸으로 서 있다.
이 아름다운 저녁날
다가올 미래의 기대를 품고
길이 시작되는 산문에 앉아
하나 둘
희망의 등불을
매달고 있다.
++++++++++++++++++++++++++++++++++++++++++++++++++++
파 도
詩 강 현옥
맨살로 흐르는
바닷물에 끝없이
노를 저으며
빈 포구 깨우며
쓰러지는 허망한 미소
바보처럼 웃으며
다가왔다가
매정스레 떠나버린 님처럼
닿지 못할 하얀손
흔들며 간다.
만선을 위해
달리는 뱃전에
부서져 손뼉치며
넓은 품으로
춤추던 그대
오늘은
거친 해풍을 비켜보내고
빈 호주머니 가득
잔잔한 미소를 넣어
아침 안개로 피어 오른다.
++++++++++++++++++++++++++++++++++++++++++++++++++++
고사리 꺽던 시절을 바라보며
詩 강 현옥
너를 찾아
아카시아 덤불속
숲을 헤매던 길
가녀려 더욱 부드럽게
와닿던 숨결이었다.
긴 하품 내뿜으며
하산을 재촉하던
자주 글썽이는 소의 눈을 외면한 채
돌아서 나오면
어디선가
새롭게 나타날 듯
홀연히
섰는 자태를 포기 못해
황혼이 잠기는 숲을
돌고 돌았지.
빈 대궁으로 선 갈대숲
허옇게
바람에 나부낄 모습은
이 겨울이 지나가고
빙벽이 녹아 흐를때
어디론가
함께 흘러버린 꿈을
피우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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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펜을 들고
詩 강현옥
은빛 불꽃같은
밤의 서정을
하얀 종이위에 그린다.
밤마다
비가 오면 비의 영혼을
방으로 몰아들여
각진 모서리에
수를 놓는다.
그리움이란
한 두줄기
꽃바람 같아서
기쁨이 내려야 할 곳에
이 하늘은
눈물을 뿌리고
잘 알지도 못한 길을
찾아 가려고
황금빛으로
변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미로를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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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 꽃
詩 강 현옥
대지 어딘가에
피고 질 꽃을
찾습니다.
목동들이 돌아가버린
들녘에 서 있던가요.
산림속의 밤
어느 기슭에 떠 있을까요.
패랭이 꽃은
춥고 어두운 창가에
언제나 걸어놓은
나의 작은 촛불입니다.
어제도 무심코
지나가던 열차가
어두운 밤을 하나 싣고
지나갔지요.
하지만 아직 꽃들은
열매 하나 얻으려고
어느 덩쿨속에 매달려
얼마나 두려운 밤을 맞을까요.
카페 게시글
♣ ―--유명시 문 학
44) 강현옥 시 모음
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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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
08.08.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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