當仁者는 得意忘言하여 罕陳其要하고 企學者는 希風敍妙나 雖述이라도 猶疎하니 徒立其工이요 未敷厥旨로다 不揆庸昧하고 輒效所明은 庶欲弘旣往之風規하여 導將來之器識하고 除繁去濫하여 覩迹明心者焉이라 원본 25.4~26.4
서예의 진수를 체득한 대가들은 意趣를 얻고도 말을 잊어서 그 要諦를 진술함이 드물고, 書學에 뜻을 둔 사람은 선현의 풍취를 敬慕하여 서풍의 오묘함을 설명하려고 하나, 비록 설명하더라도 오히려 疏略하니, 다만 그 일을 했을 뿐이고, 그 旨趣를 펴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자신(孫過庭)의 庸昧함도 헤아리지 않고, 문득 분명하게 얻은 것을 논술함은 旣往의 서체의 風規를 세상에 전하여, 기량과 식견을 갖춘 장래성 있는 인물을 인도하고, 번거롭고 僭濫한 (理論은) 除去하여, 그 진실한 서예의 발자취를 보고 마음에 確信을 갖도록 하고자 해서이다.
* 당인(當仁): 『論語』 衛靈公篇의 “當仁不讓於師(仁을 행할 때를 당해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에 의거함. 본래는 도를 구하는 마음이 돈독함을 표현하는 말이나 여기서는 서예의 眞髓를 터득한 사람을 지칭함.
* 기학자(企學者): 학문에 마음을 둔 사람. 글씨를 배우려는 사람.
* 희풍서묘(希風敍妙): 先賢의 風尙을 敬慕하여 그 오묘함을 설명함.
* 풍규(風規): 風度와 品格. 문예작품의 風格을 가리킴. 여기서는 典範으로 삼을 만한 書法. 구체적으로는 四賢의 서법을 가리킴.
* 기식(器識): 器局과 見識.
* 제번거람(除繁去濫): 번잡하거나 분수에 넘친 의견을 제거함.
代有筆陣圖七行하니 中畵執筆三手라 圖貌乖舛하고 點畫湮訛하여 頃見南北流傳이라 疑是右軍所製리라 雖則未詳眞僞나 尙可發啓童蒙이라 旣常俗所存하니 不藉編錄하노라 원본 26.4~27.4
세상에 필진도 七行이 있는데 그 속에는 執筆의 그림이 세 종류가 있는데, 그림의 모양은 어그러지고 점획은 틀리고 어긋나서 近來에 (양자강의) 南北에서 流傳된 것을 볼 수가 있다. 의심컨대 이것은 아마도 右軍이 제작한 것이리라. 비록 眞僞를 자세하게 알 수 없으나, 오히려 어린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속간에 있는 것이니, 여기(書譜)에 기록하지 않겠노라.
* 대(代) : 世라고 않고 代라 한 것은 太宗 李世民의 世字를 피한 것이다.
* 필진도(筆陣圖): 「四體書勢」의 저자인 衛恒의 從女로 李矩의 妻인 衛鑠(衛夫人. 字는 茂猗)의 작이라고 하는 것과 王羲之가 이 그림에 題를 붙인 문장의 두 가지 가 있다.
* 화집필삼수(畵執筆三手): 現存하는 여러 가지 著錄의 「筆陣圖」는 본문에 異同이 있는데 執筆三手의 그림은 어느 著錄에도 없다.
* 괴천(乖舛): 誤謬. 矛盾.
* 인와(湮訛): 錯誤.
* 자(藉): ‘기록하다’로 籍(적)의 의미임,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