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如避廉頗以先國家之急賦
崔 滋
相如所避와 廉氏之奇는 以我國急難之故요 非予心畏懼之爲라 顧彼大賢이 與私讎而不遇는 殆非他故요 念我邦之將危라
인상여가 염파를 피한 것과 염파가 승복한 기특한 행동은 나라의 急難 때문이요, 내 마음의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생각건대, 저만한 큰 인물이 개인적인 원수와 더불어 만나지 않은 것은 반드시 다른 연고가 아니고, 내 나라의 장차 위태로움을 염려하였기 때문이다.
昔者에 臣惠王者ㅣ 雖多로되 肩藺氏者未有라 奉使於外하여는 則得還和氏之璧하고 從上而遊하여는 則俾擊秦王之缶라 然則且論功考績이면 雖大山莫及其高요 故越序超資면 於中國에 卓居其右어늘 時廉頗謂伊人은 身起於賤으로 何今日位居我先가 吾不忍爲之下矣니 若相逢이면 必當辱焉하리라
옛날에 조나라 혜왕에게 신하노릇 하던 자가 많았으되, 인씨와 견줄말한 자는 없었네! 외국에 사신으로 가서는 和氏璧을 도로 가져오고, 임금을 모시고 澠池에서 遊會할 때는 秦王으로 하여금 장구를 치게 하였으니, 그 공적을 논하자면, 비록 태산이라도 그만큼 높지 못할 것이고, 벼슬을 올린다면 중국에서도 으뜸이거늘, 그때 염파는 이르기를 “이 사람은 미천한 출신인데, 어찌 今日에 지위가 나의 앞이 되는가? 내 차마 그 밑에 있지 못할지니, 만나면 반드시 욕을 보이리라”한데
相如曰 俾吾國鼎峙而安은 唯二人耳이온 儻異日角闘而死若兩虎然이라 於是에 君臣之會則稱疾不朝하고 道路相逢則迴車而避하니 如此者는 何畏於彼리오 唯止乎爲國而已라
상여는 말하기를 “내 나라를 鼎足처럼 안전하게 함은 오직 우리 두 사람뿐인데, 이제 서로 부딪쳐 싸우다간 兩虎가 다 죽음 같으리라.”하고, 이에 君臣의 모임에 병났다 하며 조회하지 않고, 길에서 만나면 수레를 돌려 피했으니, 이렇게 한 것이 어찌 廉頗를 두려워하여 그리하였겠는가! 다만 나라를 위함이었을 뿐이다.
讓其讎敵하여 居常隱匿而行은 以我邦家에 恐有危亡之事니 何則고 壯士一怒면 則不死何俟아 賢人이 俱亡則治國者誰아 故로 我公之避也는 念此邦之殆라 而笑 宰嚭는 有隙於子胥하여 吳國見敗하고 美 玄齡은 同音於如晦하여 唐室致綏라
그 讎敵에게 양보하여 항상 피해 다님은 내 나라에 위태로운 일이 있을까 두려워함이었으니, 어째서인가! 壯士가 한번 노하면 죽지 않기를 어떻게 기다리며, 賢人이 다 죽으면 나라를 누가 다스리랴! 그러므로 우리 藺公이 염장군을 피한 것은 이 나라의 위태로워질 것을 염려한 것이로다. 우습도다! 태재비는 오자서와 틈이 있어서, 吳나라가 망하였고, 갸륵하다! 방현령은 두여회와 동조하여, 唐室이 태평하였도다.
有以見 一則戰攻而日闢四方하고 一則智勇而威伸列域하니 儻二子ㅣ 爭相爲死면 彼一邦罔有定極이라
한 사람(염파)은 전투로 날마다 국토를 넓히고, 한 사람(상여)은 智勇으로 여러 나라에 위엄을 펴는데, 혹시라도 두 인물이 서로 다투다가 죽는다면, 저 한 나라가 定極이 없으리라.
* 정극(定極): ①궁극(窮極)에 달함. 끝이 남. ②머물러 영주(永住)하는 곳.
始同遷史하여 不與會而不與爭이나 終合軻書利吾家而利吾國이니 夫然後에 負荊謝罪而永無嫌隙하고 刎頸爲交而罔不協和라 旣當時合謀相輔하니 伊爾國ㅣ 不固而何오
처음의 태도는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대로 더불어 만나지 않고 더불어 다투지 않았으나, 마침내 맹자가 말한 내 집을 이롭게 하고 내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말에 맞았으니, 그런 뒤에, 가시채를 지고 사죄하여 오래도록 틈이 없었고, 목숨을 바치는 친구가 되어 協和하지 않음이 없었다. 이미 당시에 꾀를 합하여 서로 도왔으니, 저 나라가 어찌 견고해지지 않으랴!
昔反以我爲讎하여 無幾相見한데 今聊與子如一하니 亦孔之嘉라 向若旣妬嫌이면 我亦振怒하여 以一朝睚眦之憤으로 有兩臣死亡之故리니 則安得以弱趙千乘之威로 使諸候而畏怖아 <東文選 卷之2>
예전엔 도리어 나를 원수로 여겨서, 서로 만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나와 한 몸이 되었으니, 또한 심히 아름다운 일이라. 그때 만약 그대가 끝내 질투했으면, 나도 역시 성을 내어, 한때의 눈 흘긴 분노로 두 신하가 다 죽는 사고가 났으리니, 弱한 조나라 千乘의 위엄으로 어떻게 여러 제후를 두렵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