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경제나 경영서를 접하게 경우가 드물지만, 간혹 읽으면서도 지나치게 비용이나 효율만을 따지는 책들의 서술 방식이 낯설기만 하다. 이 책 역시 읽는 내내 ‘조직’의 이익과 효율만을 따지는 것처럼 여겨져, 저자들이 내세우는 것이 과연 장점인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지구상 가장 스마트한 기업 아마존의 유일한 성공 원칙'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아마존이라는 거대 회사가 작은 지하실 창고에서 시작하여 100만 여명을 거느리는 거대 회사로 성장한 비결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제프 베이조스라는 뛰어난 경영자와 그와 함께 했던 적지 않은 임원들이 들인 노력이 바탕이 되었을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다.
더욱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원칙에 입각한 '순서 파괴(Working Backwards)', 그리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수정과 혁신이 뒷받침되어 있음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원칙이라는 큰 제목 아래 '아마존인' 되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미 아마존을 떠나 독립한 저자들 역시 지금도 자신을 '아마존인'이라고 생각하기에 가능한 제목일 것이다. 여기에는 '경영 전략'과 '채용'에 대한 기준과 원칙, 그리고 기업의 '조직화' 과정과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다양한 장치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마존의 경영 철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워킹 백워드'의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해 놓고 있다.
'결과물(아웃풋)'이 아닌, '시도(인풋)'의 단계에서부터 고민하라는 조언은 기업가의 마인드로서는 중요한 덕목이라고 여겨진다. 두 사람의 저자는, 1부에서 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지켜야 할 원칙으로 '아마존인'이 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최적의 능력을 지닌 직원을 뽑기 위해 '바 레이저 프로세스'라는 채용 방법을 제시하고, 전화로 충분한 사전 면접을 거쳐 직접 면접을 하는 사람을 거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온라인 판매 시스템에서 전체 조직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또한 가능한 업무를 분리하여 최적화된 방법을 찾는다는 '싱글 스레드 리더십' 역시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원칙이라고 여겨진다.
직장인으로서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마존은 회의에서 PT를 몰아내고 6장짜리의 서술형 발표문을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표와 간결한 문구로 이끌어가는 PT는 일목요연하게 보이지만, 그것이 지닌 문제점을 은폐하기가 쉽다는 이유에서 그러한 방향으로 수정한 것이다. 실제로 회의와 발표회 등에서 만나는 PT 자료들은 장점만을 극대화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간혹 '외화내빈'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간결한 문장으로 문서를 구성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기에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워킹 백워드'와 아웃풋이 아닌 인풋을 관리하는 '성과 지표'의 원칙 역시 아마존이 지닌 장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1부에서 저자들은 자신들이 고위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아마존의 원칙들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이 책의 2부는 아마존에서 시행하여 성공한 사업의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4종의 사업으로 이북 리더기의 대명사로 꼽히는 '킨들'과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그리고 구입자가 곧바로 거실의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라임비디오'와 쌍방향 데이터 공유 시스템인 '아마존 웹서비스' 등이다. 지금은 일반적인 시스템으로 정착했지만, 아마존에서는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작업을 통해서 그것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음을 자평하고 있다. 때로는 실패의 과정을 거쳐 끈질기게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현재의 결과를 이끈 노력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2부의 제목은 '실전-발명 머신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아마존에서는 모든 사업이 성공만 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를 떠난 뒤에도 여전히 '아마존인'이기를 자처하는 두 사람의 저자는 사업의 성공 사례를 나열하고, 그에 대해 자화자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마존의 성장과 그것을 위한 직원들의 노력에 대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듯이, 자신들의 성공 뒤편에 사라진 실패 사례들도 적절히 소개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아마존’으로 이끄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만이 농축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도출한 사람들은 결국 회사를 떠났기 때문일 것이다.
2부의 도입부에 제시한 엄청난 실패작인 '파이어폰'의 사례는 간단히 실패했음을 적시하고 말았는데, 오히려 그러한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는가를 상세히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오류라고는 전혀 없는 영웅의 일대기를 보는 것만큼, 적어도 나에게는 책의 내용에 공감되지 않는 바가 적지 않았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참고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겠으나, 나와 같은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시 손에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모든 기업이 비용을 줄이고 결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본적으로 효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마존이 지닌 장점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특히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인으로서의 엄격한 자세를 소개하는 내용에서는 그들의 성공 전략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게는 '아마존'이라는 회사는 '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처럼 다가왔다. 경영자의 입장과 성공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회사 직원들이 마치 기계부품처럼 정교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끊임없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과를 완수하지 못하면, 그저 부품 하나를 갈듯 직원들은 가차 없이 퇴출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고 직원들을 부품처럼 대하는 기업에서 생활하고 싶을까?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나 스스로는 '아니오!'라도 답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경영 전략을 성공시키는 것 못지않게, 개개 직원들의 의사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마존'이라는 기업의 목표와 전략을 충분하게 소개하고 있으나, 과연 그 기업 문화가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직원들에게 걸맞은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마존에도 노조를’이라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기사를 접하면서 지금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역할이 있었을 텐데, 아마존에 아직도 노조가 없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아마존인’이 단지 '머신'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기업 문화가 접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마도 ‘아마존 노조의 설립’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