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소의 철학을 요약적으로 소개한 책.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머릿속에 한마디로 정리된 나의 느낌이다. 매우 간략하게 루소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편하게 만나는 프랑스 철학’이라는 기획 가운데 한 권이다. 그래서인지 간략하지만 요점을 잘 정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소는 서양 철학사에서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의 과도기적인 위치에 서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듯이, 프랑스 혁명 당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그의 <사회계약론>을 낭독하였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쳤던 것이다. 철학뿐만 아니라, 교육학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그의 영향력은 지속되고 있다고 하겠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은, 주로 루소의 저서인 <인간불평등 기원론>과 <사회계약론>을 중심으로 그의 사상적 특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부분적으로 그의 다른 저서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마도 저자는 이 두 권의 저서야말로 루소의 사상을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라 이해된다. 1장 ‘혁명적인 사상가 루소’에서는 그의 삶의 궤적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그의 사상이 지닌 특징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실천적인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는 ‘모순된 삶, 그러나 현대적이 합리성의 정신’을 지닌 소유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 <에밀>이라는 교육학 관련 명작을 남겼지만, 그는 자신의 자녀조차도 제대로 양육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그의 언명이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듯이, 그는 자연친화적 삶을 꿈꾸었던 인물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문명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저자는 그것이 ‘문명의 진보라는 전통적인 사유와는 정반대되는 생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근본적으로 시대에 맞서 진리를 외칠 수 있었던 홀로서기 그 자체’에 루소의 위대함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인간학에 대한 열망’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문명 이전의 순수한 상태에 있는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루소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추구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도달한 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라는 성선설에 이르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3장의 ‘성선설과 인간 불행의 기원’에서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악이라는 문제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동양에서도 여전히 성선설과 성악설이 오랫동안의 철학적 주제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루소를 포함한 서양철학에서도 그것이 중요한 화두였다고 하겠다. 문제는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천착할수록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사유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4장은 ‘계약사회와 민주공화국’이란 제목으로, 주로 루소의 저서인 <사회계약론>을 바탕으로 한 특징과 의미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더라도 ‘민주공화국’이란 헌법적 가치에 대한 해석이 일치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소는 ‘이상적인 공화국’의 형태를 꿈꾸었고 그것을 하나의 ‘사회계약’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이견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저자 역시 ‘루소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공화국은 실현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느냐는 정도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정리하고 있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루소의 사상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된 내용을 읽으며,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어렵지 않은 용어와 문체로 설명한 것도 큰 몫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책의 편집에 대해서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 루소의 사상을 소개하면서, 그의 주요 저작들에 나오는 구절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참고로 제시된 내용을 읽다보면 독서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발생했다. 때문에 독서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참고자료의 인용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