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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주위의 소리들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던 경험들을 떠올려 보았다. 최근에는 콘서트에 가서 노래와 음악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 집중했던 적이 있었지만, 평소 생활하면서는 주위의 소리들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왔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음향 전문가로서 평소에 주위의 소리에 대해서 민간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음향 현상이 존재한다면 어느 곳이라도 쫓아가서 그것을 직접 듣고 분석을 하는 학자이다. ‘전 세계의 경이로운 소리를 과학으로 풀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음향 현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전 세계 곳곳에 걸쳐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전 세계의 경이로운 소리들’이란 제목 아래, 세계 전도에 특별한 음향 현상이 발견되는 곳과 그 현상들을 표시해 놓고 있다, 특히 내가 주목했던 것은, 바로 그 지도에 일명 ‘에밀레종’이라고도 하는 한국의 ‘성덕대왕 신종’이 표시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어떻게 서술했을까 하는 점이 궁금했지만, 8장의 ‘소리가 있는 풍경’에서 스치듯 간략하게 언급하고 지나가서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의 삶에서 소리가 지니는 의미를 깊이 음미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간혹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간단한 도구를 들고서 캔이나 욕조 등을 두들겨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사람들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지켜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음향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로 인해 불량품을 족집게처럼 선별해 내는 것이다. 아마도 소리에 대해서 대단히 민감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의 훈련을 통해서 익힐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선천적으로 소리에 민감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들어가며’에서, 런던 공원의 지하 하수구를 탐사하며 그곳에서의 음향효과를 관측했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오랫동안 생활 폐수가 흐르던 곳의 환경과 악취는 그야말로 최악이라 생각되지만, 저자는 단지 ‘하수도에서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음향학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 기꺼이 그것을 감수했던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극한의 환경이지만, 음향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곳곳을 누비는 저자의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놀랍고 예상 밖의 절묘한 소리들, 경이로운 소리들을 경험하고 싶’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9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목차를 통해서, 저자가 경험하고 실험한 음향에 대해 분석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소리가 가장 잘 울리는 곳’(1장)을 찾기 위해, 묘지는 물론 다양한 장소를 답사하면서 각각의 장소에 대한 음향 효과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또한 ‘고대 유적의 울림’(2장)이나 ‘자연의 노랫소리’(3장)를 확인하기 위해, 유적지나 다양한 동물들의 소리가 지닌 특징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오리의 꽥꽥 소리는 메아리치지 않는다’는 속설의 진위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선보이는 ‘과거에서 온 메아리’(4장)의 내용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오리의 꽥꽥 소리가 메아리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리의 울음은 필요한 거리만큼 왕복해 되돌아온 다음에는 귀에 들릴 만큼 충분히 크지 않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었다.
소리가 곡면을 따라 흐른다는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 ‘나선형 곡면의 속삭임’(5장)이나, 밟으면 소리가 나는 사막의 ‘노래하는 모래’(6장)의 내용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이 부분에서 나는 파도소리에 자갈이 울리면서 소리를 내는 거제도의 ‘몽돌해변’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조용한 곳’(7장)을 찾기 위한 시도나, 다양한 인공조형물들이 내는 소리들을 탐색한 ‘소리가 있는 풍경’(8장)도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9장에서는 ‘미래의 경이로움’이라는 제목으로, 저자의 음향을 향한 탐색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앞으로도 점점 더 다양한 소리들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평소 소리나 음향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저자의 설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우리 주변의 소리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출퇴근 길에 마주치는 소리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내가 주로 생활하는 집과 연구실 등의 공간에서 들리는 음향들을 체크해 보기도 했다. 여전히 저자가 소개하는 전문적인 내용까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생활하면서 주위의 소리들이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그곳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방문하고자 하는데, 저자의 설명대로 특별한 소리를 지닌 ‘사운드마크’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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