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나있다(박현서)
나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나 있다.
지금 시각 2020년 8월 27일 새벽 05시.
나이 50대의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매우 심한 우상복부 통증으로 우리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복부초음파검사와 복부씨티 검사 후, 담석을 동반한 급성 담낭염으로 진단되어, 입원을 시키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또 응급실에 우측복통을 호소하여 내원한 23살의 젊은 남자가 0.8cm 크기의, 복부씨티상 우측상부요관결석으로 진단되어 비뇨의학과로 입원시킨다.
어제 서울 성북구의 사랑제일교회관련 코로나 학진자가 나온 인근의 대학병원과 전공의 파업 관련하여 응급실 환자를 못 받는 인근의 종합병원 두곳이 갑자기 발생하여 우리 현대병원이 인구 35만 아산시의 유일한 야간진료 가능한 병원이 되어 밤새도록 응급의학과 과장님과 함께 응급실 환자분들 진료한 터이다. 더구나 어제는 병원 응급실 진료 삼 일만에 천안의 집에 들어가 보려던 차였다.
환자를 며칠간 계속 밤새 진료한 게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이 시국에 대규모집회를 강행하여 전국에 코로나를 퍼뜨린 집단에 화가 나고,
환자를 버려두고 파업에 나선 응급실 전공의들에 화가 난다.
과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첩약 보험 시행은 나도 반대이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비대면 진료도 반대이다.
그러나 여기 아산같은 지방소도시에 의무적으로 10년간 근무해줄 지역의사를 꼴랑 한해에 300명,즉 현재 의대정원의 겨우 10%만 매년 더 뽑겠다는데, 그것도 딱 10년간만 한시적으로, 그래서 헌법에도 보장된 지역주민을 포함 모든 국민의 빠짐없는 건강, 행복추구권을 조금이나마 달성한다는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고 응급실까지 닫게 하고, 아픈 중환자까지 버려둔 채 파업에 나서야 할 절실한 이유인가?
정작 의대생과 젊은 전공의들 대다수가 서울 사람들이면서, 시골에는 올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오기 싫어하는 시골에 10년 의무복무할 의대생을 정원외 10% 더 뽑겠다는 데 왜 반대까지 하고 심지어 환자를 버리고 파업까지 하는가?
지역 의사들이 10년 채우면 서울로 기어 올라가 당신들 밥 좀 빼앗아 먹을까봐?
그럼 아예 30년 근무시키면 되겠네. 그럼 당신네들 잘난 서울의사 선생님들 노후자금과 빌딩 사 놓은 후에나 지역 의사 선생님들 개원하실 수 있게.
도대체 10% 더 뽑은 지역 의사가 얼마나 당신들 개업과 봉직에 경쟁자가 되겠소?
그게 그렇게 두려운거요?
국민들이 우리 의사월급 200~300으로야 만들어주겠소?
최저임금도 월 200인데 의사의 월수입이 그 두,세 배 이하가 된다면 국민들도 원치는 않을 거요.
지금도 월 10일 응급실 근무 의사는 시간당 10만 원 쳐서 2400만 원 달라고 하는 판인데 아무리 300명 증원되도 이보다야 월급이 떨어지겠소?
난 월 500~600 정도만 마나님께 가져다주고 매년 20억 이상은 병원에 재투자해야 겨우 병원 생존을 유지하는데..
아무리 훌륭하시고 똑똑하신 서울 의사양반들일지라도
이곳 시골에는 말이오,
당신네들 보다 좀 덜 똑똑해서 그깟 수능 문제 한두 개 더 틀렸다 한들
시골 무지랭이 할아버지건, 술에 쩔은 노숙자건 돈 없는 외국인 노동자건 간에, 그들이 아플 때 밤새 곁에 있어 주는 의사가 필요한 거요!
첫댓글 아, 왜이리 공감이 가는지요. 이 시국에 꼭 그래야만 하는지, 코로나를 세자리 수로 활개치게 한 대규모집회. 생각할수록 분통터집니다. 약한 존재들은 무너져내리고..다음 주가 심히 걱정됩니다.더 심해지지 않았으면. 물러갔으면.
어제 뉴스에서도 인터뷰를 보았다.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또는 되려고 했는지 생각해 보시라 하고 싶다.어쩌면 우리 교육이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뭔가 그릇된(?) 가치를 올바른 것인 양 잘못 전한 탓은 아닐지...
소명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기가 하는 일에 사명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맞어요, 사명감은 최후의 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