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80) 시 쓰기 상상 테마 2 - ④ ‘~처럼’ 문구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2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tubednp0319/ [네온사인 주문제작] 예쁜 문구 나는 별 처럼 너는 달 처럼 제작 후기
④ ‘~처럼’ 문구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 소재나 모티브가 갖는 특징과 상상 적용 방법
‘시는 비유다’라고 말할 정도로 시 창작에서의 비유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는 원관념(처음 표현하고자 했던 관념)만으로 표현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우리가 보조관념을 끌어들여 비유를 활용하는 이유는
보조관념이 원관념을 더욱 더 생생하게 부각해 주거나 환기시켜주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유 중에서 직유(直喩)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유사한 성질을 직접 대응시켜 비유하는 방법을 말한다. 직접 대응이라는 뜻은 숨김이나 에둘러 말함이 없이 매우 직접적으로 곧바로 빗대어지는 것을 말한다.
잘 알다시피 직유에서는 ‘~처럼’ ‘~같이’ ‘~듯’ ‘~인양’ 등의 익숙한 표현이 연결고리처럼 사용된다.
그래서 직유는 쉬운 비유법 중의 하나다.
그러나 방법이 쉬운 데도 신선하게 구사하기는 매우 어렵다.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 유사성’에 빗대어 비유하다 보면 진부한 느낌을 주고,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참신한 비유가 되게 하려면 ‘보편적 유사성’에서 벗어나 ‘개별적 유사성’에 기대어 표현해야 한다.
그 직유의 연결고리 중에서 ‘~처럼’을 낯설게 활용해 시를 쓰면 신선한 나만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이때 생각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직유가 신선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직유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표현하려고 하는 존재의 내면이나 존재성이
‘개별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느끼는 일반적인 간절함을 가진 대상의 존재 양태가 아니라
그 대상만이 가진 간절함을 드러낸 존재 양태가 부각되어야 한다.
신선한 ‘~처럼’을 구사하려면 보조관념을 절대 단순화시키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바람처럼’은 너무나 단순하다.
그런데 ‘한숨 속을 빠져나온 바람처럼’이나 ‘무덤 앞을 맴돌다 온 바람처럼’은 묘한 암시성을 갖는다.
원관념도 마찬가지다.
뻔한 상태에 놓여있는 심리적 문양이나 존재 양상을 표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미묘한 느낌을 주는 나만의 매력적인 지점을 원관념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여러 가지가 섞인 복잡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순화시키지 않은 근원성과 본질성을 말하는 것이다.
필자의 시를 통해 그 소재가 어떻게 상상과 만나 펼쳐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맨드라미처럼
옥상 위 사람들
현기증 속에서
붉은 지뢰를 왜 하나씩 품고 있나
햇살의 압력은 약하고
비탄의 장력은 질겨서
다년생을 그만 끝내고 싶다는 생각
이미 숨 막히도록 촘촘한데
왜 꽃처럼 폭발하고 싶어서 안달인 걸까
뇌관이 심장 속에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부터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비난할 수 없어서
광장을 참고 또 참는 수밖에 없어서
위선을 신뢰하는 정수리와
밀실을 사랑하는 혓바닥으로
질문을 덧씌우고 또 덧씌우면서
깨알 같은 분노를 옆구리에 쟁여놓으면서
확고한 절망을 품고 살았으면 그뿐인데
모든 지뢰는 왜 착하지 않다고 여기는 걸까
울음이 망각으로 바뀌는 속도를 아직도 믿지 못하는 걸까
극단을 감지하는 능력
뒤꿈치를 누르는 순간 쏟아지는 능력
한번 사용하면 끝장인데
왜,
왜!
왜?
태양에게 자꾸 머리를 들이미는 걸까?
도화선을 든 채 라이터를 켜고
―《시사사》 2016년 11~12월호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옥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임금 체불 때문인지, 보상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서 인지 모르지만
불평등함과 억울함을 안고 있는 게 분명하다.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그들은 분노와 절망을 끌어안은 채 살아간다.
그런 그들의 존재적 양상을 「맨드라미처럼」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이나 억울한 사람의 존재성에 관한 시는 너무나 많이 창작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나만의 장점을 추가하기로 했다.
그들의 상황과 처지를 맨드라미의 속성과 비유하면서 상상을 펼쳐보기로 한 것이다.
두 대상의 비유에서 재미있는 덤은 시 속 맨드라미는 식물성이고 분노에 찬 사람들은 동물성이라는 점이다.
교묘하게 두 속성이 섞여서 상상하게 만드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2단계> 개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 시에서 객관적 상관물과 상관 현상은 맨드라미와 폭발성이다.
맨드라미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붉음과 씨앗을 잔뚝 품고 있는 형상이
분노로 가득 찬 사람들을 대변하는 상관물로 쓰였고,
일촉측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심리가 폭발성을 띠게 했다.
그래서 맨드라미와 폭발과 관련된 단어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붉은 지뢰’ ‘압력’ ‘다년생’ ‘숨 막히다’ ‘촘촘하다’ ‘폭발’ ‘뇌관’ ‘지뢰’ ‘감지하다’
‘쏟아지다’ ‘도화선’ ‘라이터’ 등의 단어를 적은 후 적당한 자리에 배치했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처음 필자의 눈에 감지된 그들은 간절함을 품고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필자는 그들이 가진 간절함을 상상적 체험을 통해 극대화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그들이 “붉은 지뢰를” “하나씩 품고” 있는,
“깨알 같은 분노를 옆구리에 쟁여놓으면서/ 확실한 절망을 품고” 사는 존재로 설정된 것이다.
“극단을 감지하는 능력”과 “뒤꿈치를 누르는 순간 쏟아지는 능력”를 가진 궁지에 몰린 존재들.
자신의 존재성을 그런 방식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을 때
그들은 생의 모든 것을 거는 행동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 또 다른 예문 (내용은 기재 생략함)
· 고은진주의 「애인처럼 순두부」 (《시인수첩》 2021년 봄호)
· 안차애의 「시나몬처럼」 (《모:든시》 2020년 봄호)
· 김분홍의 「제습기처럼」 (『눈 속에 끛나무를 심다』, 파란, 2020.)
<직접 써 보세요>
* 이질적인 유사성으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처럼’을 바탕으로 한 편의 시를 창작하시오.
반드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쓰시오.
- (제목에서 꼭 ‘~처럼’이 안 들어가도 됩니다.)
신선하게 나만의 직유를 사용하는 방법 중에는 보조관념을 개별화된 상황으로 길게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말라 죽은 선인장처럼”이나
“대출 한번 되지 못한 채 20년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나의 책처럼”이라고 표현하면
매우 개별화된 정황을 나타낼 수 있다.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
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
<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10.19.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80) 시 쓰기 상상 테마 2 - ④ ‘~처럼’ 문구를 바탕으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