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상징적 의미와 정신역동학적 의미
뱀의 상징적 의미는
첫째, 조상이다.
뱀은 무덤 가에 잘 나타나므로 죽은 자의 화신이라 믿고 복을 받기
위해서는 뱀을 잘 대접하는 풍습이 있다. 반투(Bantu)족과 줄루(Zulu)족은 조상무덤가에 뱀이
보이면 '나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집 근처에 나타나면 "아버지가 오셨다"고 말하면서 함께 산다. 뉴기니아의 키리위나(Kirriwina)에서는 추장이 죽으면 뱀이 된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뱀은 죽이지 않는다. 중앙 멜라네시아 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뱀이 되므로 성전에 조상신으로 모신다. 인도와 푸에불로(Pueblo)에서는 뱀의 자손이라고 믿는 뱀 부족이 있다. 다이악(Dayak)족들은
뱀이 집안에 들어오면 그것은 조상이라 믿어 잘 대접하고 그러면 복을 받는다고 믿는다.
희랍의 유명한 신들, 이를테면 아폴로신, 제우스신, 디오이소스신, 아스카발로스신, 아스클레피어스신, 헤르메스신, 메덜리치어스신, 크레크롭스신, 에렉테우스신, 암몬신, 아리스토메레스신, 코어신 등 모든 신들이 뱀신이다. 이런 현상은 통가(Tonga), 쑥(Suk)족, 마사이(Masai)족, 아키구유(Akikuyu)족, 호파( Hopi)족, 나니드족, 바히마족, 아파치족, 체로키(Cheroki)족,
브라질, 페루, 세네감빅(Senegambig), 프리기아, 싸이프러스, 칼리브연안, 허드슨 만 사람들,
인도네시아, 다이아크, 보르네오, 일본, 인도, 중국, 아라비아, 에집트, 그리스, 로마, 러시아 등에 널리 퍼져 있다. 뱀은 부모이고, 조상이고, 왕이고, 그 부족의 시조이고 수호신이다.
둘째, 뱀은 남근(phallus)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성과 성적 접촉도 하고 임신을 시키기도 한다. 아스클레피어스(Asklepios)신은 뱀인데 아기를 갖고자 하는 불임 여인은 아스클레피어스 신전에 간다. 거기에서 꿈에 뱀을 보면 임신을 한다. 뱀의 왕 에렉테우스(Erechtheus)신은 곽속의 남근으로 알려져있다. 케크롭스(Kekrops)의 딸이 뱀의 형태로 나타난 그를 찿아가 동침하고 애를 낳는다.
Apollo 신전에는 불임 여인이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그곳에 가서 뱀으로 젖가슴과 음부에 비비는 의식이 있다. 키와이 파푸아(Kiwai Papua)인들은 뱀이 여인의 음부에 들어가면 임신이 된다고 믿고 있고, 남서 호주의 볼체아(Voldea) 지방에서는 여인들의 뱀 춤이 있는데 발기된 남근처럼 큰 뱀과 성교하는 의식을 지낸다.
바간다(Babanda)의 불임부인은 뱀신과 성교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뱀신에게 빌면 임신한다고 믿고 있다. 알렉산더(Alexander)대왕은 어머니 올림피아(Olympia)신이 뱀의
화신인 암몬(Ammon)신과 성교해서 태어난 아이였고 아리스토메네스(Aristomenes)는 어머니가 뱀의 형태로 나타난 신과 성교해서 태어났으며 아라터스(Aratus)도 어머니가 뱀신인 아스클레피어스와 동침해서 태어났고 아우그스트(Augustus)역시 어머니가 뱀과 성교해서 태어났다. 뿔달린 괴물 코어(Kore)는 레아(Rea)의 딸인데 제우스가 뱀이 되어 레아와 코어를 차례로 겁탈했다. 전설에도 남자가 뱀으로 변신해서 처녀를 겁탈하는 이야기가 뉴기니아, 주니(Zuni), 폴리네시아, 카피어(Kafir)족, 보톤톨(Bottontot)지방, 대만, 쟈마이카를 비롯하여 도처에 있다.
또한 뱀과의 성교는 성인식이나 강신(降神)의식에서도 본다.
인도에서는 뱀이 성(性)의 능력을 상징하는데 뱀과 성교한 여성은 신이된다.
소아시아의 옛 왕국 프리기아(Phrygia)에서 사바지오(Sabazios) 제사가 있는데 그는 뱀의 화신이다. 여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그 신전에 가서 금으로 된 뱀을 자기 젖가슴과 음부에 비빈다. 그러면 여신이 된다. 아키구요(Akikuyu)와 바수토(Basuto)인들은 성인이 되려면 처녀가
뱀신과 성교를 하는 의식을 거친다.
'뱀과의 성교'가 친족상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뱀은 조상이요 부모인 까닭에 뱀과의 성교는
친족상간을 상징하게 마련이다.
실제 키와이 파푸아(Kiwai Papua)인들은 전설에 자기 어머니와 산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뱀처럼 긴 남근을 가졌는데 어머니가 그를 위해 처녀를 데려왔다. 남자의 남근이 처녀를 관통해서 그 처녀는 죽는다. 그로 인해 남근은 정상화되고 그리고 어머니와 동침한다. 난디(Nandi)족들은 뱀이 부인의 잠자리에 들어가면 쫓아선 안되고 부인과 함께 자야 한다고 믿는다. 뱀은 조상이기 때문이다. 이 일로 부인은 임신하게 되는데 그것은 조상과 성교해서 이이를
낳는 것이라 믿는다. 티벹(Tibet)에도 어머니가 뱀으로 변해 아들과 성교하는 상징적인 전설이
있다.
뱀이 상징적으로는 남근을 의미하지만 때로는 여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허드슨(Hudson)섬에서는 최초의 여인이 물뱀이었는데 남자와 살고 있었고 이것이 인류의 조상이라고 한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뱀이 여자로 변해서 남자를 유혹한다. 뱀은 출산과 곡식의 상징, 대지의 신으로 보는 까닭에 그 속성상 여성일 수가 있다. 카나안(Canaan)에서도 뱀은 여신이다. 그래서
뱀은 로하임(Toheim)이 지적한 대로 양성(兩性)을 띤다. 실제 중국과 한국에서도 뱀은 양성이다. 중국에서는 최초의 인간은 남자 뱀과 여자 뱀이라고 믿는다. 푸에불로(Pueblo)의 뱀부족
조상 역시 남자 뱀과 여자 뱀이었다. 호주 원주민들에서도 역시 뱀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상징이다.
셋째, 뱀은 치병와
예언의 능력, 그리고 액운을 막는 능력을 지닌다.
고대로부터 뱀은 악령과 교통하는 동물로 알려져 왔다. 해로운 동물을 쫓는 데는 보다
치명적인 독을 지닌 동물이 이용된다. 이집트에서는 뱀부적을 부치면 뱀을 쫓는다고 한다. 실제 그리스, 로마, 아랍,
미국 인디언, 아비폰(Abipones), 통가 등지에서는
뱀에 물린 상처를 뱀살을 발라
치료한다. 아테네(Athen)에서는 갖난 아이 이마에 뱀부적을 붙여서 뱀 악마의 농간을 막는다고 하고, 여성의 옷에 뱀장식을
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뱀은 예언의 지혜를 갖고 있기도 한데 켸냐(Kenya), 통가, 그리스 등에서는 뱀의 조각이 있는
곳에서 점을 보거나 예언을 한다.
뱀은 고대로 부터 치병의 능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인디언들과 난디(nandi)에서는 의사가 들고 다니는 주머니를 뱀가죽으로 만들고 치병의 권능을 뱀으로부터 받는다. 희랍의 의신 아스클레피어스 역시 뱀이고 셈족, 마다가스카르의 의신 역시 뱀이어서 의사는 늘
뱀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멜라네시아의 만스르(Mansren)족에서는 뱀 제의가 있는데 여기서
뱀은 만병통치의 능력을 지닌다. 모세(Mose)가 구리로 뱀을 만들어 장대에 매달아서 뱀에 물린 상처를 치료하도록 한 것도(구약, 민수기 21: 9) 뱀의 치유능력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시베리아의 샤만들도 뱀을 자기네 선조라고 믿고 있다. 즉 야쿠트(Yakut)의 샤만들은,
최초의 샤만은 뱀이어서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믿고 있다. 세망(Semang)족의 전설에서는 뱀과 결혼해서 위대한 샤만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강신몽에 뱀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이다. 뱀 꿈을 꾸면 신병에 걸리고 그것은 선택받았다는 첫 징조이기 때문이다. 뱀의
능력을 전수 받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베리아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알타이(Altai)족 샤만들은 리본, 수건, 옷 등에 뱀 모양을 수 놓고 있다. 유능한 샤만은 1,070 마리의 뱀을 옷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뱀은 샤만의 치병, 예언, 축사(逐邪)의 능력을 상징한다. 라바레(LaBarre)에 따르면, 이와 같은 뱀과 샤만의 상징적 밀착은 후기 구석기 시대 동굴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퉁구스의 샤만들은 신병 기간에나 굿을 할 때 실제 뱀의 동작을 한다. 뱀 빙의의
하나이다.
뱀에 관한 해몽법을 보면 뱀에 대한 사람들의 느낌을 더욱 잘 반영해 준다.
졸라(Zolar), 밀러(Miller), 그리고 챠트윈(Chatwynd) 해몽사전에는 구렁이가 성적유혹, 질병,
적으로부터의 공격, 위험, 길-흉 등으로 해석되며 구렁이를 죽이는 꿈은 승리를 의미하고 뱀은
좌절, 위험, 유혹, 사기당하는 일 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해몽법에도 뱀이 집안에 들어오는 꿈, 몸에 붙는 꼼, 뱀을 죽이는 꿈, 뱀을 보는 꿈
등은 부귀해질 징조로 보고, 뱀에게 쫒기는 꿈, 뱀이 많이 모여 있는 꿈등은 재산을 잃거나 괴로운 일이 생길 징조로 본다. 우리나라의 금기어(禁忌語)에는 뱀에 관한 연상이 복잡한데 '뱀
구멍에 여자가 오줌을 누면 뱀을 낳는다'라는 성적인 것에서 부터 '뱀이 앞길을 가면 재수 없다'는 말과 동시에 '뱀이 앞길을 가면 재수 있다'는 두 가지 상반된 연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편 정신분석학에서 뱀은
성기의 상징, 원죄(原罪), 간교의 상징, 재탄생, 생명, 영생의 상징 등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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