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십자가는 외부 진실을 말하지 않지만, 상징적 시각화, 비유적 개념입니다(인간, 혼, 영에 관한 지혜, 2023, 236)."
삼라만상에 정신이 내재되어 있어서 정신을 파악하고자 하면, 누구라도 탐구하면 된다. 그래서 정신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문제는 어떻게 파악하느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정신을, 불가에서는 이를 '문없는 문으로 들어간다'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어렵다는 말도 되지만, 들어가는 문도 없다는 것이다. 문도 없는 정신세계를 어떻게 들어갈 수가 있을 까? 불가능 할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거의 대부분 그 방법이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즉 서로 서로 통할 뿐만 아니라, 맥이 이어지고 연결된다. 다만 표현과 그 표현 방법이 다른 것이다. 정신을 파악하는 방법이 질문이다.
슈타이너는 첫 번째 조건으로 '오류'를 들었다. 위 문장의 장미 십자가를 보면은, 빨간 장미는 검은 십자가에서 자라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잘못된 개념이다. 하지만 장미 십자가를 묵상하면서 스스로를 오류라는 개념에 가만히 맡기면 영적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빨간 장미와 검은 십자가처럼, 현실에서 대응할수 없는 것을 시각화하기 떄문이다. 이를 불가에서는 화두라고 표현한다. 화두의 ‘화(話)’는 말이라는 뜻이고, ‘두(頭)’는 머리, 즉 앞서 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화두는 말보다 앞서 가는 것, 언어 이전의 소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다음 백과 사전 참조). 오류나 화두를 살펴보면은 우리가 현실에서 하는 생각, 그 생각을 말하는 언어는 아니다. 언어 이전의 소식, 생각 이전의 언어, 오류이다.
그 이유가 뭘까? 정신세계는 현실세계(물질세계)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서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슈타이너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빙산이 있는 곳은 얼음과 물이 같이 있다. 그런데 얼음만 보면, 물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얼음만 보거나 물만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류나 화두로는 볼 수 있는가가 궁금하다.
먼저 말하면 둘 다(오류와 화두)가 인간이 정신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설명해 놓았다. 구체적으로 인간은 물질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세계에서도 존재한다. 물과 얼음처럼. 그러므로 당연히 정신세계에서의 작업도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그 작업을 설명해 놓은 것이 오류이고, 그 작업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화두이다. 먼저 화두는, 정신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은 인간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루어진다. 예컨대 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물이 먹고 싶다는 생각 이전에 정신작업이 이루어지고, 그 작업 이후에 나는 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즉 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 이전에 이루어지는 작업이 정신작업이다. 어떻게 이루어질까. 그것을 찾는 작업이 화두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요컨대 화두를 들고 가만히 내부에 집중하면 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전에 이루어지는 작업이 드러난다.
오류는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찾는 작업이다. 정신세계에서 하는 작업과 물질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은 다르다. 그 속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오류를 생각하다 보면, 순간 정신세계로 쑤욱 들어간다. 그 이유는 정신세계의 의미와 속성이 같은 개념을 탐구하기 떄문이다. 즉 정신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과 같은 속성의 개념이 오류이다. 이런 관점에서 장미 십자가는 정신세계의 문이 되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슈타이너는 두 번째 조건을 들었다. "일어날 일이 올바른 방식으로 일어날려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혼의 특정한 도덕적 태도가 있습니다(위 책, 236)." 이유는 정신세계는 물질세계와 그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질세계는 생각해도 그 생각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세계는 연결이 되면 바로 그 세계와 하나가 된다. 그러므로 어떤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예컨대 식물을 정신세계에서 만나면 식물의 원형을 만나고, 또 그 식물의 소리와 빛과 음향을 들을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 당황해서 위험에 노출될 수가 있는 것이다. 정신세계에 연결되어도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혼의 특정한 도덕적 태도는 정신세계의 속성에 맞는 태도이다. 정신세계의 근간인 속성은 '모든 존재가 다같은 존재, 하나이다'.
누구라도 처음부터는 이런 혼을 갖지 못한다.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에서도 자신을 매몰시키지 말고 가만히 문제를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처음부터 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다보면 조금씩 어려운 문제에서 놓여난다. 이는 영혼이 그 문제에서 놓여난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영혼의 힘을 기르는 방법이다. 우리 몸의 근육처럼 영혼의 힘도 기를 수 있다. 영혼의 힘이 길러지면, 정신세계에 연결되더라도 놀라서 당황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 자신은 '모든 존재와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늘 자신을 바라봐야만 가능한 조건이다. 예컨대 마음에 들지않는 상대를 만날 경우, 마음에 들지않는 상대에 집착해서 미워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그렇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다. 고상한 말로 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영혼의 힘을 기르는 일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정신세계의 속성에 조금씩 맞게 되어서 정신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다음은 영혼의 힘을 기르면 좋은 점이다. 이렇게 영혼의 힘을 기르면, 정신세계에 들어가서 물질의 본질을 파악해서 창조로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다. 하지만 정신세계에 들어가는 정도가 각각 달라서 어느 정도 창조에 이르는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병에 걸리지 않거나 치유를 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영혼의 작업은 호불호와 추론 두 종류이다. 영혼은 감각에서 호불호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장미는 빨갛고, 저 사람은 선하고, 시스티나 성모상이 아름답고, 저 첨탑은 높다'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추론이라고 하는 내면적 혼의 활동을 한 것이다(위 책, 113). 이 두 작업이 혼의 삶이다. 그리고 우리는 호불호와 추론을 통해서 판단을 하게 된다. 이 판단이 모여서 심상을 이룬다.
심상은 우리 안에서 어떤 기류를 형성하고 그 기류에 우리가 복종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아는 이 심상과 관계하고 감각경험이 일어날 때마다 자아가 이 심상에 관여한다. 따라서 심상이 인간 혼의 삶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이끌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렇게 자신만의 심상을 만들어서 살아간다. 예컨대 어리석은 판단을 한다면, 그런 심상을 만든다. 그렇게 형성이 된 심상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이다. 이것이 병이다. 이런 심상을 바꾸어 주는 존재가 자신의 영이다. 의식혼이 진리를 받아들인다면, 이런 심상을 바꿀 수가 있다. 이것이 개념(진리)을 받아들임으로써 병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이런 작업이 무의식에서 일어나므로, 현실에서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결론은, 슈타이너가 말하기를 "심상을 추론과 사랑의 분위기로 둘러싸는 것은 혼의 건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위 책, 176)."
인간의 본질을 하나의 이론으로 창설한 사람이 종교를 일으킨 부처님과 예수님인데, 슈타이너 역시 같다. 요컨대 인간의 정신을 이론적으로 창설하였다. 슈타이너의 책을 읽다보면 결국은 하나의 이론, 정신의 본질, 인간의 정신으로 모여든다. 마치 시냇물이 강물로, 그리고 바다로 모이듯이. 삼라만상이 하나로 모이고, 그 하나로 모인 존재가 인간이다. 역으로 삼라만상을 모두 정신으로 설명해 놓았고, 인간도 하나 하나 분석해서 다시 정신으로 환원해 놓았다. 슈타이너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정신이 온전하게 드러나는 것이 참 신기했다.
정신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거의 같고 또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 배우는 이론이라도 바르게 탐구하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들어가는 방법이 명상과 집중이다. 정신의 탐구는 아주 작은 씨앗이라도 심으면, 언젠가는 싹을 튀우므로 중요하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에서 한 생각을 바르게 내야 한다. 예컨대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분노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 씨앗을 바르게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정신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의 뿌리가 정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신을 파악하면 자신이 알고 싶은 문제, 수수깨끼같은 문제도 풀 수가 있다. 더불어 능력을 기르고 싶어도 정신을 파악해야 한다. 능력이 곧 정신이기 때문인데, 자신의 자아가 영혼 활동을 통해서 열매를 거두는 것이 능력이다. 만약 영혼이 활동하지 않는다면, 능력을 기르기는 어렵다. 열심히 노력하는 데도 안된다면, 성과가 없다면, 영혼이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