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96) 시 합평의 실제 2 - ⑧ 장미순의 ‘꽃이 피다’/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2
연합뉴스 http://v.media.daum.net/v/ 꽃이 피다
⑧ 장미순의 ‘꽃이 피다’
<원작>
꽃이 피다/ 장미순
이웃 집 담장 너머 개나리 내려다본다
모르는 사이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만 몰랐을까 둘러보니
벚꽃은 저 길 끝부터 줄지어 인사하고
키다리 자목련은 아파트 담벼락에 기대어 웃는다
어쩔거나 피기 시작하면
그저 설레는 봄봄
꽃에 햇살 쏟아져 튀는 소리 가득하니
붉은 립스틱 선글라스에 주름 감춘 여인네들 나온다
집 밖에 나오지 말라는 나라말씀 어겼다 타박 말라
피면 시드는 이치를 알아버린 꽃이었던 그녀들
심장에 꽃이 핀다
<합평작>
꽃이 피다/ 장미순
모르는 사이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벚꽃은 길 끝부터 줄지어 인사하고
키다리 자목력은 아파트 담벼락에 기대어 웃는다
그저 설레는 봄봄
꽃잎에 햇살 쏟아져
튕기는 소리
붉은 립스틱 바르고
선글라스에 주름 감춘 여인들이 몰려온다
꽃이었던 그녀들의 심장에도
꽃이 피고 있다
<시작노트>
삶의 문제들로 인해
마음이 시끄러우니 시가 잘 안 써집니다.
억지로 흉내만 내봅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꽃들은 어김없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거리두기를 홍보하며
나들이를 삼가라고 하지만
춘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여인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합평노트>
제1연에는
꽃이 피는 상황을 여러 가지 제시했는데, 좀 줄이면서 행을 바꿔 깔끔하게 처리하기로 합니다.
시인은 봄의 상황을 보이는 대로 열거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한두 가지만 제시해도 독자들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제2연의
첫 행 “어쩔거나 피기 시작하면”은 진부한 걱정에 불과합니다.
“그저 설레는 봄봄”으로 충분히 의미가 전달될 수 있습니다.
제4연과 제5연 사이
삭제한 부분은 코로나 시국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 시에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어 삭제합니다.
그러면서 제5연을 생성시켰습니다.
시는 세월이 흘러도 이해될 수 있는 통시성을 지녀야 합니다.
뜬금없이 “집 밖에 나오지 말라는 나라말씀 어겼다 타박 말라”라는 구절이 등장한다면,
세월이 흘렀을 때 독자들은 왜 정부에서 밖에 나오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는 100년 200년 후에도 막힘없이 이해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수정해놓고 보니 깔끔하고 선명한 시가 됐네요.
좋은 시가 탄생했습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12. 7.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96) 시 합평의 실제 2 - ⑧ 장미순의 ‘꽃이 피다’/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