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3
2. 광염소나타(김동인) 줄거리
어떤 여름 날 저녁, 도회를 떠난 교외 어떤 강변에 두 노인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말을 하는 이는 유명한 음악 비평가 K씨이며 듣고 있는 이는 사회교화자인 모씨다. 이들은 작곡가 백성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음악 비평가 K씨는 습관처럼 이른 봄 어느 날 예배당에서 명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쯤 명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예배당 안으로 한 청년이 뛰어 들어온다. 그가 바로 백성수였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오르간 앞에 앉아서는 무슨 곡인가를 미친 듯이 연주하고 연주를 듣고 있던 K씨는 그 곡에 넋을 잃고 만다. 그 후 백성수의 천재성을 인정한 K씨는 백성수에게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그러나 백성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이한 천재성 때문에 그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더불어 K의 수업에도 따르질 않는다.
어느 날인가 백성수는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얼마쯤 지나 K씨는 백성수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은 이러하다.
백성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 자신의 심성에 영향을 끼친 이가 어머니라고 시인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중학교를 마치자 기울어가는 가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곤 공장에 들어가 어머니를 봉양하게 되었노라 말한다. 공장에 들어온 어느 날, 어머니께서 병이 악화되어 위독한 지경에 이르게 되자 그는 곧 의사를 부르러 거리로 나선다. 의사를 부르기 위해 거리를 지날 쯤 텅 비어있는 담배 가게로 들어가 돈을 훔쳐 달아나지만 곧 주인에게 붙잡혀 경찰서로 넘어가서는 6개월 교도소 생활을 한다. 그 사이 어머니는 운명하시고 후에 공동묘지에서 분묘조차 발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리하여 갈 곳 없이 헤매이던 그가 그날 밤 찾아온 곳이 K씨가 있던 예배당이다. K씨는 그날 밤, 예전에 돈을 훔쳐 담배 가게 앞을 지나다 과거의 무서운 복수심이 일어 그 가게에 불을 지르게 되고 그런 심적 상태로 교회 오르간에서 탄생시킨 것이 바로 '광염 소나타'이다.
이는 백성수의 광포적, 야성적 천재성이 어머니의 어진 교육 탓에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드디어 표출된 것이라고 K씨는 생각한다. 그 후로도 백성수는 몇 차례의 방화를 저지르고 '성난 파도'라는 곡을 탄생시키고 그 뒤로도 도처에서 일어난 방화와 사체 모욕, 살인 등의 행위를 저지르다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그의 천재성을 아깝게 생각한 예술협회의 탄원 덕에 사형은 면하나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핵심정리
갈래: 단편소설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배경: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한 받지 않는 몇 십 년 후의 지구상의 어느 곳.
경향: 심리주의, 탐미주의 (비극적 상황을 제시하는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보임)
주제 : 예술 창조의 욕구와 인간성의 희생. 미에 대한 광기 어린 동경
문학사적 의의
1) 인간과 사회는 예술을 위해 짓밟혀도 좋다는 K선생의 주장에서 추하거나 부도덕한 것에서까지 미(美)를 찾으려고 하였던 김동인의 문학관을 엿볼 수 있다. → 이러한 탐미주의는 도덕성의 결핍과 왜곡을 남기게 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2) 서간체를 사용하고 액자 소설적 구성을 하는 등 새로운 형식을 개척한 공적.
등장인물
백성수 : 방화, 살인, 시체 간음 등을 통하여 광기를 일으켜 천재적 음악성을 발휘하는 작곡가이나 예술을 위한 어떠한 행위도 죄악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음악가. 천재적 음악성을 지니고 있으나 작곡의 동기를 얻는 방법이 광기(狂氣)에서 비롯되어 결국 파멸에 이르는 인물
K씨 : 백성수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음악 평론가. 백성수의 천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은연중 백성수를 사주(使嗾)* 사회교화자 모씨: K씨의 대담 상대 역할. 윤리 도덕을 앞세우는 사람의 대표이다.
이해와 감상1
예능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광기는 인정하나 너무 극단적인 것까지 인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예술도 인간을 위해 탄생하는 것이니 만큼 개인의 예술성을 위해 다른 인간에게 지나친 피해를 입혀도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백성수는 돌연 광폭성을 보이는 위험한 성격의 소유자다. 광염이란 미친 듯이 타오르는 불꽃이란 뜻인데 광폭성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 백성수와 그의 음악 광염 소나타는 그런 면에서 백성수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제목인 광염 소나타 역시 백성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백성수는 자신의 천성과 후천적인 환경과 도덕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예술을 만들어 내는 백성수이지만 스스로 자기가 지은 죄의 대가로 죄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인물이기도 하다.'천재성'과 '범죄본능'을 동시에 가진 백성수. 그는 그의 천재성을 발휘하기 위해 그의 범죄본능을 끌어냈다.
이해와 감상2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 추구한 음악의 세계는 광기(狂氣)라는 예술적 정열에 있다. 동인이 추구한 미(美)는 조화와 선(善)과는 거리가 먼, 일상성에서 크게 벗어난 일탈 취미와 관련이 있다. 과히 악마주의적이라 할 만큼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보여 주는데, 동인이 규정한 미는, 반이성주의, 반규범, 반도덕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방탕과 파괴, 음습함, 기괴함 따위의 부조화된 광기의 속성을 지닌다. 실제로 동인은 한때 유미주의에 취해 생활 자체를 유미주의적으로 실천하기도 했다. 그것은 바탕이었는데, 이 파괴적 삶은 그가 유미주의의 본질을 그렇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유미주의 소설은 이러한 행태에 대한 찬사로 일관되어 있다. 유미주의 또는 예술 지상주의는 창작의 목적이 오로지 미적 세계의 창조에 주어져 있다. 따라서 주제 의식이 개입될 여지가 적고, 그런 특이한 미의 구현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주의라는 보다 넓은 개념에 수렴도리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예술의 세계는 형식의 창조에 주안점이 주어진다. 유미주의 소설은 그 형식에 있어서 특징이 발휘된다. 그러나 동인은 형식(소설의 구조, 표현)보다는 인물 자체를 유미주의자로 설정하고 유미주의를 구현했다고 하는 한계를 가진다. [한국현대소설 제대로 읽기. 송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