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00) 시 합평의 실제 2 - ⑫ 이세진의 ‘라떼는’/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2
Daum카페 https://cafe.daum.net/GuardianTales/ 라떼는 말이야!
⑫ 이세진의 ‘라떼는’
<원작>
라떼는/ 이세진
라떼는 버스도 안 타고 십리 길도 잘 걸어 다녔어
지금은 자가용도 좋은 거 타고 다녀야 돈 벌어요
라떼는 시래깃국만 먹고도 잘 컸어.
지금은 산삼을 먹어도 비타민D 부족하면 쓰러져요
라떼는 기와집 한 채만 있어도 행복했어
지금은 비싼 아파트일수록 세금이 훨씬 더 많아요
라떼는 교실 한 칸에 팔십 명이 공부했어
지금은 학생보다 컴퓨터가 더 많아요
라떼는 너희들은 안할 것 같지
지금은 라떼는 하면 꼰대소리 들어요
라떼는 이 있어서
지금이 있는 거야.
<합평작>
라떼는/ 이세진
라떼는 버스도 안 타고 십리 길도 잘 걸어 다녔어
지금은 자가용도 좋은 거 타고 다니지요
라떼는 시래깃국만 먹고도 잘 컸어
지금은 산삼을 먹어도 비타민D가 부족하다고 쓰러져요
라떼는 기와집 한 채만 있어도 행복했어
지금은 비싼 아파트에 살수록 근심이 많아요
라떼는 교실 한 칸에 팔십 명이 공부했어
지금은 학생보다 컴퓨터가 더 많지요
라떼는 소리, 너희는 안 할 것 같지
‘라떼는’이 있어서 지금이 있는 거예요.
<시작노트>
어젯밤 늦게 합평작이 왔는지 확인하고
오늘 오전에도 확인했는데 보이지 않기에
메일에 오류가 생긴 줄 알았습니다.
딸한테 편지 한 번 보내라고 이르고는
보문산에서 배드민턴 한 게임 하고 왔더니
합평작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교수님, 술 한 잔 하시느라 늦었다구요?
저는 술을 못 마시는데 부럽습니다.
술로라도 스트레스를 푸시니 참 다행입니다.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합평작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합평노트>
‘나 때는’을 해학적으로 ‘라떼는’으로 변형시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이처럼 시인은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나이가 들면, ‘나 때는’, ‘우리 때는’이라는 말을 자주 들먹이게 되지요.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광속인 시대에 그런 말을 들어줄 젊은이는 없습니다.
오히려 ‘꼰대’라고 왕따 당하기 십상이지요.
이 시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각 연마다 제1행과 제2행에서 대조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려고 하는데,
문맥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제1연의 제1행에서 나 때는 십리 길도 잘 걸어 다녔어 라고 한다면,
제2행에서는 “자가용도 좋은 거 타고 다니지요”라고 표현해야 대조가 이루어지는데,
“자가용도 좋은 거 타고 다녀야 돈 벌어요”라고 형상화함으로써
‘돈 벌기’에 대한 의미가 추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연에서도 나타납니다.
따라서 각 연의 제2행을 합평작처럼 수정했으니 면밀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제5연의 “지금은 라떼는 하면 꼰대소리 들어요”라고 형상화한 구절을 삭제하면서
마지막 연과 합치기로 합니다. 그래야 시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12.20.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00) 시 합평의 실제 2 - ⑫ 이세진의 ‘라떼는’/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