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고3때 였다
졸업을 앞두고 남편이 올라잇을 가자고 했다
난 사실 노는 쪽엔 가 본적이 없어서 어떤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가기로 했다
동배네 집이었는데 남학생 몇명과 여학생 몇명이 있었다
방에 둘러 앉아서 상에 차려진 맥주와 아마 환타인지 미란다 인지 맥주와 비슷하게 생긴 음료수가
있었다
난 학생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술은 잘 못한다
잔에 부어지는 술을 어떻게 할까 하고 속으로 고민이 되었는데
왠지 남들은 아무렇치도 않게 마시고 있는데 못 먹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가득 받아 놓고는 색깔이 비슷한 음료수만 마시며 살짝살짝
잔을 바꿔치기 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게임을 했는데
걸리면 할게 하나도 없는 나는
기를 쓰고 안 걸리려고 어찌나 긴장 했던지
아직도 즐거운 기억은 없고 너무 긴장 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새벽녁이 되어 갈 무렵 같이 가자고 했던 남편이 슬쩍 불러내서 집에 갈거라고 하길래 --몇 시인지 모르겠는데
나도 가야겠다며 조용히 나왔다
아이들은 술이 취해서 여기 저기 쓰러져 있었고
우린 가만히 나와 걷기 시작 했다
그런데 약국 앞을 지나갈 때
안으로 데리고 들어 가서 난 왜그러나 하고 의아 했다
그런데 술 마신뒤에 먹는 드링크 종류를 사서 먹으라는 거였다
나는 순간 너무 웃음이 나와서
막 깔깔대며 웃었다
한참을 웃는데
영문을 모르던 그가 눈이 똥그래 가지고 쳐다 보길래
너 내가 술마셨는지 아니 ?
하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바로 옆 자리에 있었던 내가 한잔도 안 마신걸 기억해 내고....웃었다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 갔는데
그 다음 부터 정기적으로 계속 만나게 되었다....
지금 나랑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