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problem! -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나라다. 보이지만 결코 잡히지 않는 마법의 나라다. 해서, 눈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아야 보인다는 나라다. 신묘한 나라다. 요상한 나라다. 그 나라가 바로 인도라는 나라다.
‘인도를 7일 동안 여행한 사람은 책을 한권 쓰고 7개월을 머문 사람은 짧은 글 한편을 쓰지만, 7년을 산 사람은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는 말이 귀띔해 주듯, 인도는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모호한 세계다.
이러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도의 대다수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습되는 신분제도라는 족쇄와 빈곤, 그리고 만연한 질병의 고통 속에서 지난한 삶을 체념과 자조로 달관하거나, 신에게 의지함으로서 위로 받고 미래의 보다나은 생을 기약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 대부분이 힌두교도들인 인도인들은, 이미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그 정해진 삶 속에 순응하면서 사는 것이, 신의 섭리이자 나의 인생이라는 종교적 삶의 가치관 속에서, 도도한 시간의 흐름과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고통스런 삶의 무게에도 관대해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언제, 어떤 문제에 부딪혀도 ‘이미 이 일은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대로 잘 진행될 터인데, 왜 초조해 하고 불안해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느냐’며, 입에 물고 다니는 말이 바로 ‘no problem"이다.
돈이 없어도 ‘돈? 그까이꺼! no problem‘. 전기나 수도가 끊어져도, 기차가 연착해도, 버스를 놓쳐도, 관공서에서 몇 날을 기다리면서도, 약속을 어기고도, 계약이 파기되어도 ‘no problem'이다. 마누라가 야반도주를 해도, 심지어 배우자가 죽어도 ’no problem(?)'이다. 얄미울 정도로 매사가 ‘no problem'이다.
그러나 인도인들에게 이 ‘no problem'의 의미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에, ‘문제가 있다면 해결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문제를 인정하고 수긍하여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보자’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그 일을 즐겨라’라는 잠언처럼, 한 생각 돌려 앉혀 일으킨 긍정적인 생각은 엄청난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아득한 예로부터 삶의 지혜로서, 그들은 대를 이어 되새김해 왔는지 모른다.
그래서 ‘no problem'은 인도인들의 신산에 젖은 역사를 통째로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 그대!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 ‘no problem'이다.
그들의 생각을 빌려 말하면, 그것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을 뿐인 것이다.
희랍의 철학자 에픽테토스(AD55-135)도 신통하게 동일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난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
나아가 장대 끝에 선 선사들의 달관은 서있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마음의 끝자리로 성큼 한발을 내딛는다.
‘얻은들 본래 있던 것. 잃은들 본래 없던 것.’
아무려나 이런들 저런들 그런들, 인도인들은 죽으나 사나, 그러나 언제나 ‘no problem'이다.
‘everybody! no problem! o.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