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근화동에서 35년 전통을 이어왔던 ‘꽃돼지분식’이 지난 3월 도시 재개발을 이유로 철거됐다가 7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꽃돼지분식’은 다른 음식점과 달리 음식 가격표 없이 손님들이 원하면 500원어치도 푸짐하게 내놓으며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주인 이기홍(79) 할머니의 손맛까지 더해져 ‘전국 10대 명물 떡볶이’라 불리며 전국적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식당 앞 도로의 확장 공사가 시작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이 사연이 SBS방송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춘천 시민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왔다. 페이스북 계정인 ‘페북춘천’은 ‘꽃돼지분식’을 살리기 위해 ‘돌아온다 꽃돼지’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어린 시절 꽃돼지분식을 찾았던 추억의 사진을 올리거나 거리 공연으로 모금활동을 벌이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의 온정에 힘입어 ‘꽃돼지분식’은 재단장을 마치고 지난 9일 원래 위치와 가까운 곳에 다시 문을 열었다. 가게 내외부에 그려진 각종 벽화와 액자, 인테리어 소품 등은 모두 춘천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로 마련했다. 의자 및 테이블은 주변 음식점에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궁금한 이야기 Y'는 지난 10일 새롭게 단장한 '꽃돼지분식'의 모습을 방송에 내보냈다.
‘페북춘천’에 따르면 ‘꽃돼지분식’은 이 할머니와 그의 딸을 비롯해 청년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꽃돼지분식’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가격 없는 메뉴판은 이 할머니의 뜻에 따라 앞으로도 유지된다.
자원봉사자 안태호(25) 씨는 “SNS를 통해 사연을 접한 후 도움이 되고 싶어 벽화 그리기와 팝아트 소품 등을 제작하는 데 자원했다”며 “사람들이 다시 '꽃돼지분식'을 찾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물 날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다른 자원봉사자는 “많은 이들의 정성으로 이뤄진 새단장인 만큼 춘천 시민을 비롯해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꽃돼지분식’이 춘천의 명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일면식도 없던 청년들이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예전처럼 넉넉한 분식점을 운영하면서 이 감사함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꽃돼지분식’을 찾았다는 장주환(27)씨는 “학창시절 300원, 500원만 들고 찾아와도 배불리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춘천 시민들의 추억과 함께 해온 ‘꽃돼지분식’이 앞으로도 무탈하게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사진 3장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