勸勉農桑敎書
최홍윤(崔洪胤)
寡人聞컨대 國以人爲本이요 人以食爲天이라하니 若欲懷萬姓之心이면 故不奪三農之務라 由是로 素王對問에 先陳足食之方하고 大禹矢謨에 首獻養民之政이라 然則戴經曰 無作大事以防農이라하고 又何論曰 使民以時라 古來로 若此하여 予欲勉旃이라
과인이 들으니,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하였다. 만일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 하면 삼농(三農)의 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공자가 자공(子貢)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먼저 먹는 것을 족하게 하는 방법을 말하였고, 하우(夏禹)가 계책을 진술함에 첫째로 백성을 기르는 정치를 말하였다. 그런즉 《예기(禮記)》에 말하기를, “큰일을 일으켜 농사를 방해하지 말라.” 하였고, 또 《논어(論語)》에 말하기를, “백성을 사역(使役)하기를 농사철이 아닌 때를 보아서 하라.” 하였다. 예로부터 이와 같은지라 이제 내가 이를 힘쓰려 한다.
* 소왕(素王): 왕위에 있지 않으면서 임금의 덕망이 있는 사람. 공자(孔子)를 말함.
* 시(矢): 베풀다. 시행하다.
* 대례(戴禮). 한(漢)나라의 대덕(戴德)이 지은 대대례(大戴禮)와 그의 아우 대성(戴聖)이 지은 소대례(小戴禮)를 아울러 이르는 말. 戴經. 戴書.
* 하론(何論): 고려 시대 실시한 잡과(雜科)의 하나인 하론업(何論業)의 시험 과목 가운데 하나. 삼국 시대 위(魏) 나라 학자인 하안(何晏)이 ≪논어≫를 주해한 ≪하안주논어(何晏注論語)≫를 이르는 것으로 추정됨. [참고어]하론업(何論業).
今十二牧과 諸州鎭使等은 雖無容易나 別有指揮하라 卿等은 奉國情深하고 忘家志切이라 入則獻九疇之策하고 出則興五袴之謠라 力贍匡時하고 謀深濟世라
지금 십이주(十二州)의 목(牧)과 여러 주진(州鎭)의 사(使)들은 비록 용이하게 여기는 이는 없겠으나, 특별히 지휘하도록 하라. 경들은 나라를 받들려는 정이 깊고 집을 잊으면서 일하려는 뜻이 간절하다. 들어오면 구주(九疇)의 계책을 올리고, 나가면 오고(五袴)의 노래가 일어났다. 능력은 시대를 바로잡기에 넉넉하고, 꾀는 세상을 구제하는 데 깊다.
* 구주(九疇): 기자(箕子)가 주(周)의 무왕(武王)의 물음에 응답한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의 대법(大法). 곧 오행(五行)•오사(五事)•팔정(八政)•오기(五紀)•황극(皇極)•삼덕(三德)•계의(稽疑)•서징(庶徵)•오복(五福).
* 오고지요(五袴之謠): 五袴는 바지 다섯 벌을 이르는데, 지방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어 칭송을 받음을 이른다. 後漢의 廉范은 字가 叔度였는데 蜀郡太守로 나가 불편한 법령을 없애는 등 民生을 안정시키는 정사를 펼치자, 백성들이 노래하기를 “廉叔度여! 어찌 이리 늦게 왔는가? 백성들이 평소에는 속옷도 입지 못했는데, 지금은 바지가 다섯 벌이나 되는구나.[廉叔度 來何暮 平生無襦 今五袴]”라고 칭송하였다. 《後漢書 廉范傳》
然이나 儻或諸司迫捉하고 庶事忩忙하며 或日限有期하고 或年輸未滿하여 凡諸軍器物色雜造作事等으로 恐因人役하여 尙破農功이라 更須出綍之言하여 明示代工之吏하노니 自從今月로 直至初秋히 宜停雜役하고 專勸農時하여 家無懸磬之虛하고 田有栖粮之畒하라
그러나 혹 군기(軍器)나 각종 물품을 만드는 일이 혹시 여러 관청에서 독촉을 하여 여러 일이 바쁘거나, 날짜에 기한이 있거나, 수량에 차지 못하였거나 하여, 백성을 부역시킴으로써 농사를 방해할까 염려된다. 이에 다시 교서를 내려 정치를 하는 관리에게 밝게 보이노니, 이달부터 초가을까지는 잡역(雜役)을 정지하고, 오로지 농사를 권장하라. 그리하여 집안에는 끼니가 떨어져 텅 비게 하지 말고 밭에는 곡식이 남아 있게 하라.
* 현경(懸磬): ①그릇 속이 빔. ②집안이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음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待西成於百穀하여 降中使於九闈하여 欲令細撿田疇하여 探知種植하며 辨桑農之熟不熟하여 分牧宰之勤不勤하여 記在書帷하여 以爲褒貶이라 咸令知委하되 主者施行하라
백곡(百穀)이 성숙할 시기에 궁중에서 중사(中使)를 내려보내어 밭두둑을 자세히 검사하여 작황을 탐지한 다음, 농상(農桑)의 잘되고 못된 것으로 수령들이 부지런한가 않은가를 구분하여 문서에 기록해서 포폄(褒貶)하는 자료로 삼을 것이다. 모두 알게 하되, 해당 관청에서 시행하라.
* 서성(西成): 가을에 실과나 곡식이 익는 것. 가을 일. 가을걷이. (東作: 봄의 播種). 서(西)는 오행(五行)에서 가을을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