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로 시작하여 소주로 : 소매물도 여행 – 금주일지 214(2023.4.15.)
오늘은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의 산애들애에서 진행하는 ‘소매물도 기행’에 함께 하기로 한 날이다. 산애들애 100회 기행에 참여하면서 1년 동안 후원회원으로 참여하겠다고 약속하고 첫 번째로 실행하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하하의 김시원 씨도 같이 가기로 하여 함께 출발지인 문예회관 후문에 07시에 도착했다.
07시 05분에 출발하면서 거제도 저구항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가 있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어 가뭄으로 치면 열 번 백 번 박수칠 일이지만 먼길 차량 이동을 생각하면 조심스럽기도 하다. 안전은 기사님께 맡기기로 하고, 나는 편안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좌석에 몸을 맡긴다.
사실 ‘소매물도’는 오래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섬이다.
그런데 마침 산애들애 후원회원이 되자마자 바로 일정이 잡혀서 내심으로 환호하였다.
비 오는 차창 밖을 주시하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3시간이 되어 저구항에 도착했다. 10시 15분이었다. 이제 신원을 확인한 후 11시에 출발이란다. 승선 시간까지 잠시 시간이 주어지자 남성 참가자 몇 분이 잽싸게 가게에 가서 저구막걸리와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 왔다. 배를 타는 시간이 50분 정도이니 배 위에서 갈매기를 벗 삼아 물결 따라 막걸리를 한잔하려는 셈속들이었다. ‘그렇지. 그게 제격이지’ 하는 마음으로 금주 중인 내 마음도 함께 흥겨워진다. 마치 술동무나 된 듯이.
드디어 승선을 위해 줄을 서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 조화! 비가 갠 것이다. 물론 날씨가 화창해진 건 아니지만 흐린 날씨가 섬나들이 하기엔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다. 다들 다행이라며 싱글벙글 좋아하며 승선을 기다렸다.
이윽고 승선을 마쳤다. 예상보다 손님이 많아서 빈자리가 없다. 전망이 덜 좋은 가운뎃줄에 앉았다가 배 위로 올라가서 주변 풍광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미 배 뒤쪽에 마련된 테이블은 먼저 탄 승객들이 벌써 자리를 차지하고 난 뒤였다. 우리 일행들은 테이블 옆 바닥에 앉아 막걸리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늦게 나타난 나를 보고 일행 중 한 분이 막걸리잔을 건넨다. 얼른 받아서 시원 씨에게 전해주었다. 나 대신 한잔하라고. 모처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한잔 들이키는 ‘짜릿함’은 몸의 안팎을 자극하고 남는다. 아, 그 맛이라니!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내가 산 술은 아니지만 나도 권하면서 서로 가까이해야 할 일이지만 금주 중인지라 술잔을 권하는 일이 쉽지 않다. 술을 받으면 비우고 다시 권해야 하는 주법을 아는지라 다시 권할 수가 없다. 또 권하면 다시 받아야 하기에 또 망설이게 된다. 에라, 참은 김에 좀 더 참자. 머지않았다. 그때까지 참자. 꾸욱.
11시 50분. 드디어 그리던 소매물도항에 도착했다. 하선하여 동행자들을 확인한 후 12시 10분부터 소매물도 등대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자락을 끼고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길. 좁은 산길을 통해 넓은 바다를 조망하는 일은 새가슴을 봉황의 품으로 확장해 준다고나 할까. 남매바위를 지나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눈요기를 하기도 하면서 동백숲 쉼터에 이르렀다.
동백숲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우리 하하에서처럼 각자 마련해온 도시락을 펼쳐놓으니 풍성한 성찬이다. 서로 반찬을 주고 나누며 거기에서 술잔까지 넘나드는 아름다운 식사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음식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아름다움 자체이다. 거기에다 사방으로 펼쳐진 바다 풍경을 배경 삼고 있으니 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점심을 먹은 후 소매물도 관세역사관을 지나 등대섬으로 이동하였다. 등대섬은 신비의 바닷길을 건너야 한다. 그래서 하루에 두 번만 건널 수 있다. 썰물일 때 잠시 몽돌밭을 지나 등대섬에 다녀올 수 있다. 마침 물때가 맞아 신비의 바닷길을 건너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신비의 바닷길목에 즐비한 몽돌들을 깔고 앉아 잠시 돌과 물의 화음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물수제비를 떠보는 것은 덤이었다.
서서히 물이 들기 시작할 무렵 다시 등산로를 되집어 길을 잡는다.
오후 4시 15분에 저구항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배가 항에 도착할 무렵이 되자 소매물도 기행 중 참고 있던 비가 5시경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고맙고 고마운 비다.
저구항에 도착하여 예약된 부전식당에서 우럭매운탕으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경상도 식당이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 매운탕에는 소주가 제격이라며 일행 중에서 안면을 익힌 분이 술잔을 준다. 고맙지만 어쩔 수 없다.
“제가 지금 1년 금주 중입니다. 오는 9월 13일까지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대신 제가 한잔 따르겠습니다.”
“그럼 9월 14일에 함께 한잔하시는 것으로 하고 제가 받겠습니다.”
이렇게 소매물도는 막걸리로 시작하여 소주로 끝나가고 있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6시경에 저구항을 출발하여 저녁 9시경에 광주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첫댓글 막걸리로 시작 소주로 소매물도
여행 중
9월14일 약속을 또
이젠 9월15일 16일 17일 메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