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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시조와 더불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시가 갈래이다. 3장으로 이뤄진 4음보격 3행시라는 시조를 짧은 형식의 노래라는 의미로 ‘단가(短歌)’라고 부른 반면에, 4음보로 이뤄진 행들이 길게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사는 ‘장가(長歌)’라고 지칭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가사 역시 조선 후기에 가장 활발하게 창작되고 향유되었다. 아직도 새로운 작품이 발견되는 등 그 정확한 수효조차 가늠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창작되었으며, 대부분은 작가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이 전해지고 있다.
가사문학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연구를 했던 저자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묶어 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며, 여기에서는 주로 18세기와 19세기에 창작되고 향유되었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창작 시기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만으로 조선 후기 가사문학의 경향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와 창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을 추려서, 작품의 의미와 그 시대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하겠다.
보통 시대순으로 목차를 편성하는 방식과는 달리, 이 책은 ‘19세기 가사문학’을 1부에 배치하고, 이어서 ‘18세기 가사문학’과 ‘17세기 가사문학’ 등 시간의 역순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역순으로 목차를 정한 이유는 가사문학사의 전개에서 19세기 가사문학이 지니고 있는 위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1부에서는 ‘19세기 중엽 상층 사대부의 가사 창작’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면서, ‘경복궁영건가’와 그 이본들 그리고 ‘군산원애월가’를 통해 개별 작품의 연구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정철의 ‘사미인곡’의 영향을 받은 ‘별사미인곡’과 ‘속사미인곡’ 등 두 편의 가사를 통해서, ‘18세기 정치현실과 가사문학’을 살피는 논문 등 모두 5편의 연구 성과가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임란 이후 17세기 우국가사의 전개와 성격’이라는 논문을 통해, 임진왜란(1592)이 당시의 작가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었는가를 다양한 작품들의 양상을 통해서 살피고 있다. 앞에서 논한 바와 같이, 이 책에서 다뤄진 가사 작품들은 조선 후기의 다양한 양상 가운데 특징적인 국면을 포착했을 따름이다. 따라서 저자가 이전에 연구했던 성과들과 함께 검토하여, ‘조선 후기 가사문학’의 면모를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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