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둘을 서로 일치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휴일을 기다리고, 취미 생활을 찾아 조금이라도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설사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일치한다고 해도, 때로는 직업 그 자체에서 오는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다면, 그로 인해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은 그저 ‘좋아하는 일’과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 하겠다.
‘선수 편집자에서 초짜 대표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20여년 경력의 편집자가 ‘작은 출판사’를 차리면서 겪었던 일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끊이지 않고 책을 내는 ‘소박한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저자는 2년 정도 출판사를 꾸리면서 점점 커지는 ‘이상’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출판 시스템에서 한 사람의 조직원으로 일할 때 느끼지 못한 ‘오너’로서의 책임감도 적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책을 좋아하고 출판사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출판사를 꾸리고 싶은 생각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한 꿈을 직접 실천하고 또한 꾸준히 꾸려가는 저자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저 작은 동네 책방을 꾸리기로 결심을 했다가, 저자는 우연히 구입한 한옥으로 인해 출판사까지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일찍부터 서점에 대한 포부를 밝혔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은 출판사를 차린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반응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어쩌면 출판사가 저자에게는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런 성격의 책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새롭게 시작할 때의 막막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잊어버리기 전에 그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진심이 충분히 느껴졌다.
저자의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한 것이 파우저 교수의 책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교환교수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무렵, 시조를 배우고 싶다는 그의 청을 받아들여 몇 달 동안 함께 작품 강독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후 한국에서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학회에서 몇 번 마주쳐서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리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지만, 그의 이름을 단 책을 출간한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었다. 저자 인터뷰에 한국에서 교수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접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책을 저자의 출판사에서 출간했다는 것도 묘한 인연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젊은 시절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던 아내에게 권했던 책이지만, 어쩌면 내가 읽도록 하는 힘이 작용하지 않았는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내용은 출판사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야 할 내용이라고 여겨졌다. 한 사람의 독립적인 사업가로 출발하기 위한 기본적인 마음 자세는 물론 실질적인 과정이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저자가 책을 출간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그와 함께 ‘작은 출판사’의 대표로 준비해야할 일들의 목록도 점검할 수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독립 출판사’과 ‘작은 출판사’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새 책이 나오면 마음껏 반가워할만한 책을 만드는’ 일이 지속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