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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와 작가인 부부가 함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에세이, 이 책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시공부를 하다가 유명 피디의 강연을 듣고 바로 경로를 수정해 방송국에 입사해 지금가지 피디로 활약하고 있다는 김피디.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작가를 시작하면서, 선배와 기성세대에게 별다른 존경심을 가진 적이 없어 까칠한 작가로 알려졌다는 고작가. 이들 부부는 아직도 문명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았던 남미의 오지 아마존을 찾아서,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삶을 소개하는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프로그램을 피디와 작가로써 함께 기획했다고 한다. 나 역시 오래 전에 몇 번에 걸쳐 방영되었던 이 방송을 보면서, 아마존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생활에 흥미를 느끼며 시청했던 기억이 났다.
대체로 시청자들은 피디와 작가의 개인적인 면모는 알 지 못한 채, 그들이 만든 구체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들의 역량을 평가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공동 저자인 고작가와 김피디는 그들이 기획하여 만든 프로그램의 면모로만 보자면, 성공한 작가와 피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살지만, 또 그것이 서로에게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면서 각자 '두 번째' 결혼을 통해 부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 곳곳에 있는 오지를 찾아다니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오지랖이 넓은 피디는 남편이고, 일하지 않을 때는 집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고 '집순이'로 생활하는 것이 편하다는 작가는 아내이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세상을 향해 가지고 있는 삶의 철학을 밝히면서, '세상의 잡소리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다.
아마도 미련없이 살자는 의미에서 책의 제목을 <호모 미련없으니쿠스>라고 정한 것이라 이해된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고,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태도는 그저 '미련 투성이'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저자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주위 사람과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토로하는 삶의 방식이 흥미롭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삶의 태도가 본받을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자신의 신념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폭력적 행동'이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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