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여기저기서 귀뚜라미 소리가 소란스럽다. 아니지. 이건 소란이 아니라 내 두 팔을 벌려 힘껏 안아줘도 부족할 반가운 소리다. 입추도 지나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가을이 오는 발자욱소리 아닌가. 내가 이 서늘한 떨림의 소리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저녁일도 다 마치고 이제 씻으러 가야하는데 이 소리를 더 듣고싶어 못 떠나고 있다. 잠시 녹음을 해서 갖고있을까 한다.
뒤늦게 빨래를 널고 돌아보니 밤하늘에 별이 맑다.. 세상에. 밤별을 보는 게 얼마만인가. 흔히 보던 별이 이렇게도 반갑다니.. 옛 친구 만큼이나 기다렸던 소식 만큼이나 저 언덕을 넘어서면 바다가 보이겠지 하는 기대로 대관령을 넘어 드디어 눈에 담았던 그 젊은 시절의 설렘처럼 별 하나 보인게 그토록 반가웠다.
어딘가 또 문제가 생겼는지 늦은밤 카톡이 왔다. 나보다 5살이나 많으면서 문제가 있다쳐도 결국은 본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일임에도 뭔 나약한 소리야.. 그래..넋두리 할 곳이 필요했겠지.. 그랬으니 편하다는 이유로 내게 '잘 지내?'라고 시작했겠지..
가야는 늘 씩씩한 사람이잖아. 많은 사람들이 가야를 위로할테니 나는 뒷전으로 빠질래.. 내 위로는 묻혀버릴것 같으니.
난 코웃음쳤다. 나도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거든. 지금 아무런 얘기도 듣고싶지도 하고싶지도 않거든.. 그러니 당신들 넋두리 들어줄 사람 명단에서 이젠 내 이름 좀 빼주지? 나도 내 귀를 좀 쉬고싶다. 눈도 닫고 귀도 닫아서 모든 밖에서의 연결통로를 치단하고는 내 마음하고만 있고싶다. 선풍기바람에 머리를 말리며 시원해진 가슴에 손 얹고 이대로 늦은 아침까지 생각도 끊은채 잠들면 다시 내 삶속으로 돌아갈 기운을 얻을수 있을것 같다. 하여 나는 인사도 없이 카톡대화를 중단했다. 이렇게 무례하게 끊는 내가 아닌데. 오늘은 마음이 너무도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