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등쌀에 피 눈물을 흘리면서
산 것을 지켜보신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아버지는 노름과 술에
늘 기생집을 드나들면서 집안은 등한시 하던 분이다.
그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자란 할머니가,
시집을 가게 되었다.
풍족한 집안이라
시댁도 작은 동네지만
밥술은 먹고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안 하는 집안이다.
대대로 부채를 만들던 시댁이다.
그 중
시누는 솜씨좋은 부채 만드는 장인이다.
소문이 나다보니
선물용으로 주문이 들어오고,
돈을 벌어도 늘 노름하는 시아버지가 가져다 쓰신다.
딸도 시집을 가지만,
금방 다시 친정으로 쫒겨온다.
친정 어머니는 다른 것 다 두고
나하고 같이 살자고 한다.
세월이 지나 부채는 더 이상 생활필수품이 아니다.
그 자리를 선풍기가 차지하면서
집안도 하나 둘 부채 만드는 일에서 손을 뗀다.
남편은 상공 장으로 나간다.
국민들이 돈을 벌고보니
우리도 조상님 제사도 지내고 싶을 때가 온 것이다.
상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밤을 새우면서 줄을 서야
가져갈 수가 있을 정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서 허리를 한번 펴보니
인근에서 알아주는 부자로 소문이 난다.
대궐 같은 집에서
가정부가 집안 살림을 대신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남편이 하는 일들이 달라진다.
공장에서는 상을 사러 오지만
소문이 나면 주문이 들어온다.
대기업에서 주문하고, 나라에서도 주문한다.
그리고 어떤 모임에 나오라고 열락이 온다.
상을 만든 장인이라 늘 사람들이 몰려든다.
갈수록 태산이다.
아는 것은 상 만드는 것이 전부다.
왜 그런지 집에 들어와 할머니에게 이야기해도
아는 것은 상파는것 말고는
누구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없다.
내 남편도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는 사람들은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왜 어려운지 안다.
갈 방향을 모르기에 어렵다.
다른 사업을 해 보자고 꼬신다.
이제부터 상 공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
집안 살림은 하나둘 거덜이 난다.
참으로 기구한 팔자고 운명이다.
시어머니가 보여주고,
자신의 어머니가 보여주고,
자신도 그 두 분의 삶을 보면서도 왜 그런지 연구가 없다.
힘들면 절에도 가보고,
교회도 가보고,
점쟁이한테도 가 보아도 전생의 업이라고 한다.
미치고 환장을 한다.
모든 재산이 다 탕진이 되고
모든 인연이 다 떠나고
돌아가 새로 시작한다
다리를 저는 할아버지는 상 칠하는 일부터 새로 하고,
할머니는 상을 이고 팔러 다닌다.
그리고 또 할아버지를 원망한다.
오늘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어른들과 한치도 다름이 없다.
어린애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것은
내 부모와
내 형제와
내 이웃이 사는 모습을 보고도 연구가 없다면
너도 저런 삶을 살아야 한다고 먼저 희생하면서
보여준다.
안 해도 되는데,
우리 자손들도 내가 걸어 온 길을
한치도
틀림이 없게 가야 한다.
자연이 만든 자동프로그램이다.
어른이 되면 반드시 스승이 필요하다.
아이는 선생이 필요하고,
나이가 들면,
스승을 만나야 바른 삶을 살 수가 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를 수 밖에 없다.
누군가 깨친 사람이
신지식으로 내어놓아야 비로소 알게 된다.
새로운 지식 한줌과 천 냥의 황금으로도 바꿀 수가 없는 것이 진리다.
살아가는 법칙을 연구하고 내어놓는 일이다.
같이 연구해 보아야 한다.
2024년5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