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 김기택, 해설 / 해석 / 정리 / 분석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들에게 참견하는 것을 오지랖이라고 부르며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함께하는 것보다 개인을 존중해주게 되었고 서로 간섭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좋은 영향도 많았지만 좋지 않은 영향도 있었습니다.
바로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되고 자기 자리만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진 것이죠.
그래서 '현대사회의 차가움, 다른 사람을 향한 무관심, 이기주의'를 많은 시에서 주제로 다루며 경각심을 가질 것을 말합니다.
이번 시간에 다룰 '벽'에서도 소외된 이웃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의 모습을 '벽'이라는 구체적 사물로 표현하며
현대사회의 차가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의 배경은 사람으로 가득찬 '만원 전동차'입니다.
작은 할머니는 전동차에서 내리려고 문쪽으로 향하려하지만 사람이 가득찬 전동차 안에서
할머니에게 길을 터주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오히려 문쪽으로 향하려고 계속해서 애쓰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지도 못한 듯
벽처럼 막아서고 무신경하게 있습니다.
할머니는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며 애쓰지만 사람들은 더 굳건한 벽이 되어 할머니를 어렵게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인은
1. 시적 화자가 단정적으로 진술하며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정적이지 않은 객관적이고 단정적인 진술로 상황만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사회의 차가움을 더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2. 작은 할머니의 모습...
점점더 작아지는 할머니의 모습과 점점 더 굳건해지는 벽(사람들)의 모습을 대조해서
소외된 이웃의 모습과 차가운 주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 '꿈틀거린다'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소외된 이웃이 더욱 소외되는 모습을 강조하며 운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으로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옆구리에서 아까부터
무언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작은 할머니였다.
만원 전동차에서 내리려고
혼자 헛되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승객들은 빈틈없이 할머니를 에워싸고
높고 튼튼한 벽이 되어 있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중얼거리며 떠밀어도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하였으나
태아의 발가락처럼 꿈틀거릴 뿐이었다.
전동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고 닫혔지만
벽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할머니가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는 동안
꿈틀거릴수록 점점 작아지는 동안
승객들은 빈틈을 더 세게 조이며
더욱 견고한 벽이 되고 있었다.
- 김기택, 「 벽 」
*내용상 포인트 :
사람들은 할머니를 일부러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습니다.
주변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할머니라는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무관심이 차가운 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고요.
시와 소설 수능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