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움
예전에 늘 오르던 남산!
지금은 오르기에 좀 힘들어져 우리집에서 가깝고 편안한 걷기가 가능한 계명산을 찾고부터는
계절에 한 두 번 찾는 것으로 만족했다ㆍ
진달래가 한 두 송이 피기 시작한다.
혹시나 남산의 황홀지경의 진달래가
피지는 않았을까 그리워 오늘은 작정하고 그리운 남산을 찾았다ㆍ
오르는 산허리의 사과 과수원은 조금씩 없어지고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주인을 잃은 오래된 집은 정리되지 못한 풀들이 무성하다ㆍ
노부부가 도란도란 일하던 모습을 기억한다ㆍ
소문에 의하면 바깥양반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요양원에 가셨단다ㆍ
사람이 사는 세상이 조금씩 많이 변하고 있었다ㆍ
산은 여전해서 반가웠다ㆍ
낯선 등산객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아이들 수학여행, 담임의 이야기를
하는 세명의 여인들이 깔깔대며 오르고 있었다ㆍ
홀로 오르는 남자분들이 심심치않게 눈에 뛴다ㆍ
어두컴컴한 흐린 날임에도 오른다는 것은 산을 지극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리라ㆍ
깔딱고개까지 헉헉 오르며 큰눈을 두리번거려도 진달래꽃은 눈에 띄지 않았다ㆍ
고개 위에 빼곡한 진달래 나무들은 꽃멍울조차 내밀지 않고 있다ㆍ
비가 오고 눈이 와서 겨울인 줄 아나보다ㆍ
산은 아직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ㆍ
신발을 벗어 벤치 끝에 얌전히 놓고 익숙한 산길, 남산의 등성을 여러개를 가뿐하게 걸었다
"어이, 이게 누꼬? 정선생 아이가?"
멀리에서 손을 번쩍 들고 아는 척을
하시는 분은 등산 어르신 4인방 중의 한 분, 샤방샤방 어르신이었다ㆍ
20여 년을 아침 9시면 산행하다보니 같은 시간대에 산행하는 분들과 인사하고 지냈다ㆍ
그때 그분이었다
네 분 중 샤방샤방 어르신만 지금까지 씩씩하게 다니고 계신 것이었다ㆍ
만날 때마다 늘 웃으시고 반가워하셔서 함께 다녔던 언니와 함께 붙여 준 별칭이었다ㆍ
반가워서 서로 손을 맞잡았다ㆍ
그새 어찌 지냈는지, 여전히 예쁘다느니, 할머니가 되었다느니
두서없이 서로의 얘기를 하느라 바빴다ㆍ올해로 팔순이란다ㆍ
해발650이 넘는 가파른 산을 여전히 오르내리시며 노익장을 과시하신다
다른 세 분께 안부를 전해달라 인사했다ㆍ
그분들은 집 근처에서 운동하시는데 여전히 건강하단다ㆍ
남산에 진달래가 활짝 웃으면 전화해 주십사고 부탁을 드렸다ㆍ
"당연히 그래야지ㆍ진달래 피어오르면 전화할테니, 함께 산행하자구ㆍ
맛있는 칼국수 사줄게 알았지?"
멀리 내려가시면서도 자꾸 돌아보며 손을 흔드신다ㆍ
고맙고 멋진 어르신이다ㆍ
충주산성에 도착하니. 호수를 품은 산이 평화롭게 펼쳐지고 먼 곳에 월악산이 손짓한다ㆍ
유난히 바람이 거세서 곧장 아듀하고 내려왔다ㆍ
강바람 산바람이 서로 경쟁하듯 부는 까닭은 아닐까?
따뜻한 옥수수차를 마시기에도 불편할 만큼 추웠다ㆍ
늘 다니던 그 산은, 익숙한 나무, 숲길이 정답다ㆍ
오랫만에 발바닥으로 꼭꼭 인지하며 걸었다ㆍ
그리움이 반가움으로 바뀌었다ㆍ
온산에 불이 난 듯 빠알갛게 진달래가 피면, 다시 오르리라ㆍ
벌써 그 날이 기다려진다ㆍ
지금 그 산을 걸으면서
2024.3.25
흐리고 오후에 비
10시에 시작해서 12시 반 도착
맨발투어 15 000보
소나무 밑의 작은 나무들이 모두 진달래인데, 입술조차 오모리고 있지 않았다.,
산성을 찾으신 또다른 객이 오랫동안 월악산을 바라보고 계셔서 앵글에 담겼다.
첫댓글 남산에는 맨발맨들이 없다.
산이 가파르고 길어서 인 듯 하다.
인사를 건네는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좋은 것은 모두와 나눠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