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스스로 주제에 깊이 빠져들도록 노력하십시오. 설명하는 이가 완전히 그 안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어린이들이 항상 받도록 합니다(세미나 논의와 교과과정 강의, 2011, 209)."
필자가 현장에 있을 때 항상 궁금했던 것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까'였다. 당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딱히 맞다고 하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 아이들이 굉장히 집중하고 즐거워했던 경우기 있었다. 뭏론 계속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방법을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한 이유를 당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계속 하지는 못했다. 물론 크게 보면 필자의 정신 수준이 낮은 것이 그 원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슈타이너가 그 답을 알려주었다. 바로 위 문장이다. 즉 교사가 주제에 깊이 빠져들어야 한다. 교사가 완전히 그 안에 살고있다는 느낌을 어린이들이 받아야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면 통상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 난 언제나 그렇게 하고 있어'라고. 그런데 그것은 정신을 모를 때 하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정신이 그 주제에 빠져들어야 한다. 자신의 정신이 그 주제에 어떻게 빠져들까가 질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교사가 가르치는 주제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물론 연구를 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연구에서 나아가 자신의 정신이 그 주제에 빠져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정신이 빠져들까? 여담으로 필자의 경험이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반 아이들 전체가 빠져들어서 종이 울리는 것을 아쉬워 할 정도였다.
이 이야기는 필자의 아버지로 부터 어릴 적에 들은 이야기이다. 조선 말 안동 김씨의 세도 정치로 인해서 왕권이 무너져서 흥선 대원군이 어려움을 겪던 때의 이야기이다. 섣달 그믐날 동네 마을 굴뚝에는 연기가 쉴새없이 오르는데, 흥선 대원군집 굴뚝에는 연기가 오르지 않았다. 설날 차례 준비로 음식을 하면 불을 피워야 하고 그래서 굴뚝에 연기가 오르는 데에, 흥선 대원군 집에는 쌀이 없어서 불을 피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왕실에서 임금의 친척에게 쌀을 주어야 하는데, 당시 왕권이 추락해서 주지 않은 것이다. 또 왕족 신분으로 어디가서 구걸할 수도 없으니, 대원군은 자신의 신세가 몹시 한탄스러웠다. 대원군은 울적한 마음에 동네 주막에 술을 한 잔하려고 갔다.
"주모. 술 한잔 주시오"라고 대원군이 말하자, 주모가 술을 한상 주었다. 그런데 대원군이 술을 먹고 돈을 주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 당시 퇴락했지만 엄연한 왕족 신분이므르 감히 달라고 하지는 못한다. 주모는 속상했지만 어쩔 수없었는데, 며칠 후 대원군이 또 온 것이었다. 대원군은 역시 주모에게 술 한잔 달라고 했고, 주모가 생각하기에 '지난 술값까지 계산하려고 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술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술값을 주지 않고 대원군은 주막을 떠났다. 아무리 왕족이라고 해도 그렇지 '술은 어디서 공짜로 가지고 오는가'하면서, 주모는 몹시 화가 났다.
그런데 며칠 후에 대원군이 또 온 것이다. 여전히 대원군은 주모를 보고 술을 달라고 하였지만, 주모는 못들은 척을 하면서 반응을 하지 않았다. 들었으면서 술을 안 주면 왕족에게 감히 하면서 혼이 날 것이고, 그렇다고 주면 또 돈을 받을 수가 없을 테니 주모가 그냥 못들은 척을 한 것이다. 대원군은 안 그래도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 눈물이 날 지경인데, 술집 주모까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왜 내 말을 못들은 척하느냐고 고함을 치는데', 이때 주막에서 술을 먹던 포졸이 있었다. '이경하'라고 나중에 대원군이 포도대장에까지 임명한 인물이다.
행패를 부리는 대원군을 보고 이경하가 한 마디했다. "내 가랭이 사이로 기어서 들어가면 내가 술을 사 주겠소." 이때 아이들에게 교사가 묻는다. '대원군이 가랭이 사이로 기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안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냥 술도 먹지 않고 집으로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손을 들라고 해보면 의외로 가랭이 사이로 기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 당시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물어보았는데, 필자가 생각하기에, 아이들의 창조적인 생각이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서서히 공교육을 받으면서 이런 창조적인 생각이 죽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왕족인데, 감히 왕족에게 가랭이 사이로 기어들어가라고 하다니, 포졸신분에. 대원군은 그 소리를 듣고 잠시 가만히 있더니, 이경하의 가랭이 사이를 기어서 들어갔다. 순간 주막안에는 정적이 흘렀을 것이다. 주모는 대원군에게 술을 한 상 차려주었고, 대원군이 술을 잔에 부어서 마시려는데, 갑자기 이경하가 벌떡 일어서더니, 대원군의 술상을 발로 엎어버렸다.
대원군의 얼굴에는 막걸리가 그대로 덮쳐서 흘러내렸다. 거기서 대원군이 어떻게 했는지는 이야기가 없고, 대원군은 주막에서 나왔는데, 마침 그 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부슬 부슬 내리는 비가 얼굴을 적시는데, 그것이 대원군의 눈물인지 내리는 빗물인지 알수가 없었다고 한다.
시간은 흘러서 대원군이 대왕대비 조씨의 부름을 받고 가서 자신의 아들이 임금으로 추앙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제는 대원군의 시대가 온 것이다. 당시 여러가지 일을 하는 등 바쁜 가운데, 대원군은 문득 지난 날 '이경하'가 궁금해졌다. 대원군은 이경하가 아직도 포졸로 근무하는지 알아보라고 시켰고, 가보니 여전히 포졸로 근무를 하였다. 대원군은 이경하를 당장 잡아오라고 명령하였다.
이경하는 영문도 모른 채 잡혀와서 대원군 앞에 꿇어앉혀졌다. 서슬이 퍼런 대원군이 말했다. "네 이놈,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고개를 들어서 대원군을 보았지만, 이경하는 알 수가 없었다. 초라한 행색의 대원군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또 대원군이 고함을 질렀다. "지금도 내게 술상을 엎을 수 있느냐라고." 이때 아이들에게 다시 묻는다 이경하가 과연 뭐라고 했을까. 첫째, 몰라뵙고 그랬으니 살려달라고 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고 싹싹 빈다. 둘째, 얼어서 말을 못한다. 셋째, 또 술상을 엎겠다고 한다. 이때 그렇게 말을 하는 이유도 말해야 한다.
다음은 이경하의 답변이다. '만약 당신이 왕족의 신분으로 체통을 지키지 못하고 추태를 부린다면, 역시 술상을 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옆에는 칼을 찬 호위병이 지키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참 대단한 배짱이다. 이때 대원군의 처사도 역시 대원군 답다. '여봐라 저 놈을 죽여라', 또는 '곤장을 쳐라'라고 하지 않고, '포도대장 납신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대원군은 그렇게 이경하를 '포도대장'으로 임명했다. 이경하의 아들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역사가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의 강직하고 강인한 정신이 아들에게도 전해진 것이리라. '야사'와 '정사'가 서로 섞였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할 때면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들었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도 이렇게 각색을 해서 들려주어 보았다. 김구 선생님, 김창숙 선생, 독립운동가와 꽃말, 전설 등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아이들은 이 이야기만큼 집중하지 않았다. 물론 당시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바로 말하면 그것이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필자가 정신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그 이유를 몰랐을 것이다. 요컨대 정신을 이해하는 정도가 위 문장을 이해하는 정도이다. 결론은 주제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 정신이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의 정신이 주제에 빠져 들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정신이 주제에 빠져들까. 필자가 어릴 적에 아버지에게서 들었으므로 그것이 필자의 정신에 깊이 각인 된 모양이다. 즉 교사의 정신이 주제에 빠져드는 정도가 아이들이 수업에 빠져드는 정도이다.
두 번째, 설명하는 이가 완전히 그 안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어린이들이 항상 받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필자가 이 이야기를 할 때 대원군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그 느낌을 지녀야 한다. 이것도 필자의 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할 때 필자의 아버지기 대원군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필자가 받은 듯하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것을 다른 이야기에 적용해 보았는데, 역시 문제는 이야기를 하는 필자가 그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니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물론 당시는 아이들이 집중하는 정도가 약하다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이것이 생생하고 실감나게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정신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물론 교사는 모든 수업 내용을 이렇게 전달해야 한다.
"어린이가 귀에서 귀로 이해하지 않고, 영혼에서 영혼으로 이해해야만 합니다(발도르프 교육방법론적 고찰, 2009, 47)." 필자도 그랬지만, 지금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늘 묻고, 그 원인을 찾아서 수업을 했다. 하지만 먼저 자신의 정신을 파악해야 아이들의 정신 역시 파악한다는 사실이다. 그전에는 올바른 수업을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