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여성 가운데 절반가량만 재취업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구직을 시도한 경력단절여성 34만8699명 중 취업자는 17만945명이다. 재취업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구직자와 구인기업 사이에 수급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인기업이 젊은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경력이 끊긴 여성을 채용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교육비 지출을 감당하기 힘든 경력단절여성들은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해 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 춘천에 있다. 바로 강원 춘천시 동내면 공지로 76에 위치한 '봄내협동조합'이다. 봄내협동조합은 경력단절여성과 시니어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 교육 및 판매 등을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기업은 재작년 10월 법인을 승인 받았고 작년에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해 지원금을 받은 뒤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걸쳐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봄내협동조합은 이윤추구보다는 사회 공헌에 초점을 맞추는 협동조합으로, 먹거리와 주문제작 서비스인 서브스크립션 마케팅기법을 이용한 꽃 제작을 하고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 기업의 출발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엄정진 봄내협동조합 대표는 평생교육원에서 공예수업을 받던 일반인이었다. 하지만 엄 대표는 부득이하게 평생교육원의 공예수업이 없어지게 되자 수업을 같이 듣던 동료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봄내공예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공예 위주로 운영을 했다. 하지만 춘천에는 대기업이나 봉사 프로그램 등에서 공예를 무료로 강습하거나 지원해주는 곳이 많아서 회원모집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방안을 찾아야만 했던 엄 대표는 엄마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건강한 로컬푸드를 떠올렸다. 그 선택은 옳았고 엄마들의 힘은 대단했다. 시식이나 홍보를 따로 한 적이 없는데도 입 소문 하나로 좋은 먹거리를 찾는 손님들이 봄내협동조합을 방문하고 있다.
봄내협동조합은 선정된 재료로 지역 음식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봄내협동조합의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는 곤드레밥 정식이다. 이 정식에 들어가는 재료들 중 80%는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것이다.
엄 대표는 “항상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최상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있다”며 “손님들이 배불리 먹고 깨끗이 비운 그릇을 볼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고 밝혔다.
봄내협동조합의 도움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 A씨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며 “이 자신감으로 앞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봄내협동조합은 모든 식재료를 45℃ 이상의 열로 가열하지 않는 식단인 ‘로푸드(raw food)’ 판매도 하고 있다. 과일음료와 신선한 샐러드 등 정성껏 만든 음식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이 기업은 여성 시니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먹거리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 예정이고, 트렌드의 흐름과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정보를 습득해 새로운 상품을 구상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봄내협동조합은 엄마의 마음처럼 따뜻한 밥을 만든다는 정성으로 언제 어디서나 여성 시니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지역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하령 시민기자